[토요칼럼]우주 경쟁이 차라리 낫다

오피니언 / 정해용 / 2009-08-03 14:47:15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린 뒤 한 달이 안 된 어느 날, 국내 신문들은 오는 7월 쏘아 올릴 우리 남쪽의 우주발사체 사진을 일제히 지면 첫머리에 소개했다. 물리적 충돌의 위험이 최소화된 뒤 10여년 만에 남북 사이에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가 했더니, 이제 남북은 새로운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 같다.


사람이 가장 보편적으로 흥미를 잘 느끼는 것은 바로 섹스와 전쟁이라고 한다. 현대에 이르러 여기에 돈과 스포츠라는 또 다른 흥밋거리가 더해졌다. 돈과 스포츠의 속성도 경쟁이다. 곧 전쟁의 한 가지 변형인 것이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혐오 내지는 무관심한 정치마저도 정파간 입장 차이가 확연해져 전쟁의 양상을 띨 때, 선거와 같이 승패를 가르는 전쟁의 하나가 될 때만큼은 대중에게 인기 있는 소재가 된다.


사람들이 섹스나 전쟁에 관심을 갖는 근원적 이유는 이것이 모든 생명체들에게 요구되는 원시적 부터의 생존 조건에 해당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나눠야 종족 보존이 이루어지고, 경쟁을 통해 의식주를 확보해야만 생존이 가능할 테니 말이다.


원시적의 전쟁이란 말 서로 물리적 수단으로 상해를 가하며 싸워 승패를 가리는 것을 의미했다. 이긴 자들이 진 자들을 끔찍하게 멸종시키는 전쟁들도 많았다. 그러나 인류의 정신이 발달하면서 전쟁이 가져다주는 끔찍한 살상의 결과는 야만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물리적 충돌이 줄어드는 대신 점차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경쟁의 수단들이 발달하였다. 언어의 대결, 경제력의 대결, 스포츠의 대결, 그리고 기술력의 대결 등. 물론 수단이 다르긴 하지만 여전히 그것은 대결과 경쟁이며, 그 원형질은 전쟁의 연장이다.


끔찍한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치른 인류는 2차 대전이 끝난 40년대 중반을 넘기면서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 대신 기술과 경제력 같은 비군사적 대결에 정력을 기울였다. 그 와중에 등장한 것이 바로 미국과 소련(러시아)으로 대표되는 우주개발 경쟁이다.


2차 대전 중 독일이 온 유럽을 마음대로 유린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들의 과학기술을 이용한 신무기가 톡톡히 한 몫을 했다. 새로운 전차, 새로운 항공기, 그리고 항공모함과 잠수함, 로켓 미사일 등의 등장은 당시로선 가공할 신무기에 속했다. 전쟁 당시 영국은 멀리 떨어진 유럽 대륙에서부터 300킬로나 되는 거리를 순식간에 날아와 런던 한복판에 떨어지는 독일군의 미사일을 보면서 공포에 떨었다. 만일 독일이 조금 더 일찍 그러한 무기를 대량생산하고 있었다면, 영국 뿐 아니라 소련도 더 이상 독일에 대항할 힘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연합군이 독일의 로켓 미사일 생산기지를 접수했을 때, 이 공장에는 막 대량생산을 시작한 로켓의 수가 자그마치 5천기 이상 쌓여있었다고 한다.


연합국의 동맹관계로서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의 침략세력을 무찌르는 동안 미국과 소련은 향후 자신들이 세계의 주도권을 놓고 서로가 경쟁관계에 놓이게 될 것을 예상했다. 그 승부는 독일이 보유한 신기술을 누가 얼마나 더 많이 선점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전쟁 막바지 연합군의 주요 진격 목표가 이러한 신기술이 숨겨진 연구소들이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로켓 기술은 본래가 전쟁무기에서 비롯한 기술이다. 돌이나 화약무기 같은 것을 얼마나 멀리서 적진에 정확히 날려 보내느냐가 관건이었다. 평화 시대로 접어들서도 미국과 소련은 비행거리와 정확도가 더욱 개선된 로켓을 만드는 경쟁을 계속했다. 60년대 접어들 무렵에는 이 로켓 위에 인명 살상무기를 싣는 대신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싣는 기술을 다투게 되고 그것이 곧 우주개발 경쟁으로 이어졌다. 세계를 양분한 미국과 소련은 상대를 향해 미사일 로켓을 날리는 대신 하늘을 향해 우주 로켓을 날리면서 서로의 힘을 과시하고 스스로를 실험했다. 동서냉전이 절정에 이른 60년대에는 우주 경쟁도 절정에 달했다.


요즘 와서 남북한이 벌이고 있는 로켓 개발 경쟁을 보면, 그것이 살상무기 아닌 우주선을 탑재한 발사체 경쟁이라는 점이 일면 안심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곧 동족 사이에 전례 없이 두려운 살상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지혜가 있다면, 남북한은 서로를 공격하거나 자극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단단히 해야만 한다. 상대가 밉든 곱든, 서로 평화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 민족은 스스로, 그리고 순식간에 파멸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경고가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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