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미국 서부의 커피시장을 탐방하러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번화가의 유명한 쇼핑타운 지하에 그 지역에서 가장 맛있게 만들고 가장 많은 커피를 판매한다는 ‘피츠커피’라는 커피집이 있었습니다. 그 날도 예외 없이 길게 늘어선 사람들 앞에서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하고 추출한 커피를 담느라 매장 안쪽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였습니다. 그 명성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이라서 조금 부럽기도 했습니다. 속 좁은 장사꾼의 눈엔 그저 팔려나가는 잔의 숫자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참 빨리도 만들어서 빨리도 팔아치우는구나'하며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커피를 받아들고 나니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피를 만드는 Bar 내부의 정경이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입니다. 몇 대의 거대한 커피메이커는 연신 커피를 추출하고 있었고 직원들은 수돗물을 담듯, 꼭지를 열어 컵을 대기만 하면 그것으로 커피를 만드는 과정은 끝이었습니다.
정성껏 물의 온도를 맞추고 향을 맡아 원두의 신선도를 점검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한 잔 한 잔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바쁜 와중에 손님을 향해 형식적으로 던지는 인사말은 오히려 공허하게 허공을 맴돌 뿐이었습니다. 그러한 광경은 더도 덜도 아닌 고객들이 지불한 바로 그 커피 값만큼의 상품만을 제공하겠다는 선언으로 비춰졌습니다. 거기에는 합리적인 미국적 사고가 깔려있다고 항변하겠지만 커피를 기계에 의해 대량생산된 공산품쯤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엿보여서 실망스러웠습니다. 미국적 커피 문화의 지극히 좁은 한 단면을 보았을 뿐이지만 그네들의 커피문화가 안고 있는 한계를 느끼는 순간 처음의 부러움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거나 컨설팅한 카페들은 예외 없이 핸드드립(Hand Drip)이라는 추출 방식만을 고집합니다. 주전자를 이용해 각 커피에 맞는 적절한 추출 조건을 대입해서 추출하는 방식인 핸드드립은 기술적인 숙련도를 요할 뿐 아니라 추출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자본주의적인 잣대로 본다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빈축을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미국적 커피문화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커피는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마십니다. 공산품과는 달리 만드는 사람마다 조금씩 맛이 다릅니다. 마시는 사람들 또한 취향이나 기호, 그날의 기분에 따라 각각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생산하는 경우보다 한 잔씩 천천히 정성을 다할 때 사람들은 배려 받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 순간 실제 맛보다 훨씬 맛있다고 느끼는 건 인지상정입니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니 커피를 기다리는 몇 분의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종이컵에 담긴 소외된 당신의 초상을 맛보는 슬픔보단 느리지만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그 마음을 심호흡하듯 천천히 경험하는 것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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