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열전]커피, 참 쉽죠?

오피니언 / 여선구 / 2009-08-03 11:23:23

커피를 유난히 좋아하는 서른 살의 미혼 K양. 돌아오는 주말엔 요즘 뜬다는 삼청동에서 커피 한 잔 하려고 합니다. 우선 포털사이트를 통해 커피 집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습니다. 독특한 메뉴가 있다든지 커피가 맛있다든지 원하는 건 무엇이든 관련 단어 한두 가지만 입력하면 되니 제법 간단한 일이지요. 다음으로 검색된 커피 집에 대한 리뷰를 통해 평가의 신뢰성을 검증합니다.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하다 보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 건지 아닌지 정도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됩니다. 그도 미덥다면 카페 평가로 유명한 블로거의 사이트를 방문합니다. 미리 위치정보를 알아보고 왔으니 크게 발품을 팔 일도 없습니다. 큰맘 먹고 장만한 DSLR을 들고 인테리어며 메뉴며 자신의 블로그를 장식할 멋진 사진 몇 컷을 얻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누릅니다. 간단한 컴퓨터 조작으로 찍어간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고 사진에 어울리는 글 몇 줄 적어 넣고서 K양의 커피 소비는 종료합니다.


이상은 필자의 아담한 카페가 위치한 삼청동의 한 단면을 묘사한 것이지만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달라진 소비 형태를 말해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젠 메뉴판의 낯선 커피이름들을 읊조리듯 수줍게 주문하던 시대가 아닙니다. 잠간의 웹서핑만으로도 커피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어려운 커피용어들을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커피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정도는 온라인 동호회를 통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어설픈 초보 창업자들은 이들 소비자 비평가들 앞에서 여지없이 밑천을 보이고 창피해 합니다.


이참에 아예 커피나 배워볼까 하고 나서는 소비자들도 있습니다. 그리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문화적 소비욕구를 채우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상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커피 문화교실이라는 형태의 강좌들입니다. 지금까지 대학의 평생교육원에 개설된 커피 관련 강좌 수가 수십이 넘고 사설 학원이나 소규모 카페에서 운영 중인 커피문화교실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수백에 이릅니다. 거기서 쏟아져 나온 소비자들은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하고 더 적극적으로 커피를 소비합니다. 이들을 겨냥해 커피 기구와 원두를 파는 사이트들도 넘쳐납니다. 장사꾼들이란 소위 돈 되는 곳으로 모이기 마련이니까요. 간단한 커피 추출 도구에서부터 고가의 에스프레소머신까지 즐비하게 진열된 상품들은 깜박거리며 소비자들을 유혹합니다. 몇 번의 클릭으로 상품을 구입합니다. 묵뚝뚝한 카페주인의 말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맹목적으로 신뢰하던 시대는 갔습니다. 소비자들은 똑똑해졌고 커피는 만만해졌습니다. 유행어처럼 ‘커피 참 쉽죠?’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도 합니다.


그러나 어쩌지요? 당신이 손쉽게 커피를 소비하는 사이, 카페에서 나누던 사람들과의 정겨운 대화도, 추억도 없이 당신에겐 그저 비쩍 마른 커피 한 봉지만이 남아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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