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열전]커피와 명품

오피니언 / 여선구 / 2009-08-03 11:19:07

사람들이 명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브랜드 가치나 품질에 대한 신뢰일 수도 있겠고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세속적인 과시욕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야 어쨌건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내 H백화점 명품 시계 매장의 매출이 전년 대비 40%가량 늘었다고 하는 걸 보면, 명품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여전 한가 봅니다.


커피에도 특별한 맛이나 향 또는 희소가치로 인해 명품의 반열에 오른 것들이 있습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안 코나, 예멘 모카 마타리, 페루 찬차마이요 등 전통적인 명성을 바탕으로 비교적 고가에 거래되는 커피들이 있습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의 경우 커피 한 잔의 가격은 1만원에서 2만원사이 정도 한 끼 식사 뒤의 즐거움을 위한 대가로는 좀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가격으로만 이야기하자면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이 울고 갈만한 커피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등지에서 수확되는 ‘루왁(Luwak)’이라는 커피가 그렇습니다. 이 커피의 가격은 생두를 기준으로 1kg에 약130만원 가량 한다고 합니다. 추출한 커피 한 잔의 가격은 무려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니까 이 커피 한 잔을 먹으려면 꼭 사고 싶었던 청바지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가격만 비싼 것이 아니라 수확하는 과정도 독특합니다. 사향고양이(Luwak)라고 불리는 다람쥐처럼 생긴 야생동물이 있습니다. 이 동물은 붉은 색으로 잘 익은 생두를 즐겨 먹습니다. 이 때 섭취된 생두 중에서 과육은 소화시키고 씨앗인 생두는 소화되지 않고 위 속에서 발효되어 독특한 향과 맛을 냅니다. 이렇게 발효 과정을 거친 생두가 배설되면 이것을 수거하여 깨끗이 씻은 뒤 커피로 만들게 됩니다. 연간 수확량이 360kg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그 희소가치로 인해 어마어마한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지요. 수확량이 많지 않다보니 요즘은 사향고양이를 우리에 가둬놓고 키운다고 하니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기분이 씁쓸해 집니다.


그러면 이처럼 고가의 커피들은 정말 명품다운 맛이 날까요? 필자의 경험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농작물이다 보니 기후에 따라 해마다 맛은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작황이 좋지 않으면 10분의 1가격밖에 되지 않는 커피보다 못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므로 커피의 가격과 맛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진정한 명품 커피란 어떤 커피일까요? 발리(Bally)라는 이름의 구두, 핸드백 등 피혁 전문 브랜드가 있습니다. 구두수선공이었던 남편이 아내를 위해 만들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명품으로 인정받게 된 시초였다고 합니다.


커피도 그렇습니다. 진정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내린다면 그 순간 지상 최고의 명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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