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쪼개기, 언제 끝나나?

산업1 / 유상석 / 2012-07-26 16:12:34
사실상 '별거중'…브랜드 사용료 논란 계속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재계를 들여다보면 이 말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끈끈한 형제애를 자랑하며 ‘형제경영의 모범’을 보여 왔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최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체제로 사실상 분리가 결정됐다.


한 때 그 누구보다 뜨거웠던 형제애는 사라지고, 지금은 남보다 못한 원수의 사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젠 ‘돌아 올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무엇이 진한 형제애를 파국으로 몰고 왔을까.



◇ 브랜드 사용료 놓고 갈등 양상
금호그룹 창업주 故박인천 회장의 3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 4남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분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2009년 회사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형제의 난’을 일으켰던 금호가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이번에는 그룹 상표권 사용료를 놓고 또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상표권 사용료 인상과 관련 공시를 낸 것과 관련 금호석유화학의 이의 제기가 이어지면서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삼구 회장이 최대주주로 복귀한 금호산업은 ‘금호’ 브랜드와 관련,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ㆍ금호석유화학 등에 상표권 사용료를 0.1에서 0.2%로 높여 징수하겠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13년 4월30일까지며, 금호타이어가 연간 75억원, 금호석유화학은 연 88억원, 아시아나항공이 연 95억원이다.


하지만 공시 직후 금호석유화학 측은 “브랜드 사용료를 낼 수 없다”며 반박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경영권 분쟁 이후인 지난 2010년부터 그룹의 로고인 ‘윙마크’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금호’라는 상표권과 관련 금호석화도 공동 사용자로서의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호석유화학은 2009년 경영권 분쟁이후 그룹과 결별, 2010년부터 금호그룹의 로고인 ‘윙마크’ 등을 사용하지 않은 채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다. 물론 상표권 사용료도 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은 금호석유화학이 상표사용요율 0.2% 인상에 대해 ‘부동의’했다며 정정공시를 냈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은 또 다시 반발에 나섰다. 요율 인상에 ‘부동의’ 했다는 공시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금호산업 측이 마치 금호석화가 마치 사용요율 인상에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몰고 가 당황스럽다”며 “금호산업과 그 어떠한 논의도 한 적이 없으며, 그룹과 분리된 후 금호 로고인 윙마크 등도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사용료를 내라는 것은 억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금호산업은 “금호산업과 금호석화가 등기상 공동상표권자로 등록돼 있으나 실권리자는 금호산업”이라며 “계약상 금호석화도 다른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금호산업에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은 오는 9월부터 본사를 기존 신문로 금호아시아나본관 빌딩에서 중구 수표동 시그니처타워로 옮긴다고 밝혔다. 그동안 금호석유화학은 2008년부터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빌딩 건물 27개층 중 8개층을 사용해 왔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속담이 연상되는 모양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분리는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그룹(금호석유화학,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피앤비화학)등으로 쪼개질 것으로 보인다.


◇ ‘대우건설’ 인수 실패로 깊어진 ‘갈등의 골’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설립한 박인천 창업주가 지난 1984년 사망하자 장남 故박성용 명예회장이 그룹의 회장으로 추대되어 그룹 선봉장 역할을 담당했다. 박 명예회장은 창업주 박인천 회장의 경영원칙에 따라 ‘형제 공동경영’원칙을 충실히 따랐다.


그는 65세가 되던 지난 1996년 부친의 원칙대로 동생인 박정구 회장에게 그룹 총수 자리를 물려주었고 박정구 회장은 65세되던 2002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금호 일가에게는 일명 ‘65세 룰’이라는 것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박 명예회장은 2세들의 지분분배와 관련해서도 분란의 소지를 미리 막기 위해 경영 참여를 4형제로 제한했으며, 주요 사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최우선적 가치로 삼았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다수결의 원칙대로 처리했으며, 그래도 결정이 나지 않을 경우 손윗사람의 의견에 결정권을 주는 등 형제경영의 원칙을 충실히 지켰다.


박성용 명예회장이 물러나고, 박정구 회장이 2002년 폐암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그룹 회장 자리는 3남 박삼구 회장에게 이어졌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이어진 ‘형제 경영’은 대우건설 재매각을 거치면서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암투전으로 번져 급기야 그룹분리라는 초강수까지 진행됐다.


대우건설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던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에게 반기를 들고 형제경영의 원칙이었던 지분율을 깨며 그룹의 지주회사 겪인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박삼구 회장과의 관계가 틀어진 건 물론이다.


대우건설 인수 실패에 따른 후유증으로 갈등의 골이 극에 달하자, 박삼구 회장은 그해 7월 28일 본인과 동생 박찬구 회장과의 동반 퇴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박찬구 회장 일가가 대우건설 재매각을 결정하면서 두 형제간의 지분경쟁이 시작됐다.


박삼구ㆍ박찬구 회장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동일하게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대우건설 재매각이 결정되고 한 달 후 박찬구 회장일가는 금호산업 지분을 팔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18.2% 까지 늘려갔다.


반면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말 자신과 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가 보유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보유지분을 전량 10.45% 매각했다. 박 회장과 박 전무는 금호석유화학 주식 134만6,512주(5.3%)와 130만9,280주(5.15%)를 국내외 기관 투자가들에게 블록세일 방식으로 일괄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11월 29일 종가(16만5,500원)에 할인율 6.95%를 적용한 15만4,000원이며 총 매각 금액은 4,00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로써 박삼구 회장 측은 더 이상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보유하지 않게 됐다. 박찬구 회장도 이미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지분을 전량 매각했으며,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분도 조만간 처분할 것으로 보인다.


◇ 3세들의 도약… 계열분리 다지기?
어지러운 ‘형제의 난’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3세들의 도약’이다.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과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보 모두 올해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그룹의 계열분리 전 회사의 지배구조를 확실히 하기위한 전략적 승진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세창 부사장은 휘문고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MIT 공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입사해 2005년 금호타이어 경영기획팀 부장, 2008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관리부분 상무를 거쳐 지난해 금호타이어 한국영업본부 전무, 그리고 올해 금호타이어 부사장에 임명됐다.


박준경 상무보는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계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후 2007 금호타이어에 입사해 2010년 금호석유화학 해외영업 부장을 거쳐 올해 금호석화 상무보로 승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주식의 매각과 함께 각자 다른 길을 향해 떠날 것으로 보인다. 이로서 오너 3세는 각자 그룹의 중추적 역할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름다운 기업 금호는 전혀 아름답지 못한 뒷모습을 남긴 채 이익을 좇아 각자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며 씁쓸한 말을 남겼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