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드링크' 선진국 애들은 안먹는다

산업 / 유상석 / 2012-07-26 13:29:05
카페인 함량 지나치게 높아 '부작용' 우려

고카페인 음료(일명 에너지 음료)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관련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 음료는 졸음을 쫓아준다는 이유로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성열(15) 군은 “특히 시험기간에 에너지 음료를 즐겨 찾게 된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동급생 이윤정(15) 양은 “대학생 언니ㆍ오빠들도 시험기간에 이런 음료를 애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1분 1초가 아까운 시험기간엔 어쩔 수 없이 마시게 된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이상의 성인 뿐 아니라 청소년까지 이런 고카페인 음료를 찾는 일이 일반화됨에 따라 청소년 카페인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고카페인 음료 ‘춘추전국시대’
롯데헬스원은 24일 고카페인 음료인 ‘정신번쩍 왕올빼미’를 출시했다. 롯데 측은 “다른 에너지 음료와 같이 타우린 성분과 식물성 카페인 성분인 과라나 추출물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수입업체 활황은 뉴질랜드산 음료 ‘V에너지 그린’을 출시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에 질세라 해외 유명 고카페인 음료인 ‘몬스터’를 연내 들여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음료 시장은 대표적인 에너지 음료인 ‘레드불’의 수입을 앞두고 있던 지난 2010년 3월, 롯데칠성이 ‘핫식스’를 출시하면서 형성됐다. 카페인 과다 함량 문제 때문에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던 ‘레드불’이 작년 8월 이 문제를 해결하고 국내에 상륙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자 에너지 음료 시장은 급속히 팽창했다.


여기에 국내외 제약사나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경쟁에 합류했다. 파리바게뜨는 최근 에너지 드링크인 ‘파우’를 선보였다. 파우는 이례적으로 미국 마블코믹스와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스파이더맨ㆍ아이언맨ㆍ헐크 등 인기 만화 캐릭터를 제품에 삽입했다. 파리바게뜨 측은 “원료 역시 호주에서 인증한 친환경 유기농 제품만을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일양약품 역시 최근 과라나 추출물을 함유한 ‘쏠 플러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말 ‘야’를 출시한 삼성제약은 최근 미니스톱에 제품을 입점하는 등 유통망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 외에 코카콜라는 ‘번 인텐스’를, KGC인삼공사는 ‘리얼레드’를 출시했다.


거기다가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역시 고카페인 음료 시장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확대만큼이나 치열한 사투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 드링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업계의 움직임 역시 예사롭지 않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판매가 검증된 외산 음료와 시장 확대를 노리는 토종 음료 간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카페인 음료가 이처럼 봇물 터지듯 시장에 쏟아져 나온 것은 젊은 층의 끊이지 않는 수요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는 올 상반기 고카페인 음료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26.6% 증가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특히 콜라와 에너지 음료 매출 비율은 지난해 8월 86대 14였지만 지난달에는 45대 55로 좁혀져 고카페인 음료가 콜라의 아성을 위협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 지나치게 높은 카페인 함량…청소년 부작용 우려
그러나 이런 고카페인 음료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카페인 음료가 잠을 깨는 데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청소년들이 시험 기간 집중적으로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카페인 음료로 인한 부작용을 겪었다는 청소년들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모 중학교 3학년 이장민(16ㆍ가명) 군은 “‘내일 시험인데 공부할 게 깨알 같을 때, 체력이 영 달릴 때’ 먹으라는 문구에 마음이 끌려, 고카페인 음료를 구입해서 마셨는데, 다음 날 어지럼증과 배탈에 시달리고 식은땀도 났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고카페인 음료를 찾는 청소년들의 손길은 끊이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 청소년들은 에너지 음료의 각성 효과를 높이려고 이온음료와 레모나를 섞은 일명 ‘붕붕 드링크’를 만들어 먹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들 에너지 음료의 카페인 함량은 70∼80㎎이다. 체중이 50㎏인 청소년의 카페인 일일 섭취 권장량은 125㎎. 에너지 음료 두 개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하루 권장량을 초과할 수 있다”며 “적정량의 카페인을 섭취하면 피로를 덜 느낄 수 있지만 많이 먹으면 불면증이나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최동익 민주통합당 의원은 “시중에 판매되는 고카페인 음료의 카페인 함량이 약국에서 판매하는 자양강장제를 현저히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최 의원에 따르면 대표적 자양강장제인 박카스는 카페인 30㎎을 함유하고 있는 반면, 고카페인 음료인 레드불(동서식품)은 62.5㎎, 핫식스는 60㎎, 핫식스 한정판(이상 롯데칠성)은 86.4㎎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커피믹스(69㎎)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카페인의 일일섭취량이 성인의 경우 400㎎, 어린이(몸무게 30㎏)의 경우 75㎎이므로 ‘레드불’을 기준으로 성인은 6.4캔, 어린이는 1.2캔까지 마셔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핫식스 한정판의 경우 어린이가 1캔을 마시면 바로 일일섭취량을 초과하게 된다”며 “또 시중에 출시된 고카페인 음료 중에는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만화 캐릭터를 활용하는 음료도 있어 어린이들이 쉽게 현혹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동익 의원은 “카페인을 과다 섭취할 경우 식욕부진, 불안, 구토, 빈맥, 정신착란, 흥분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어린이ㆍ임산부의 경우 카페인으로 인한 칼슘 흡수 불균형 유발이나 저골밀도 및 골다공증 유발, 태아의 발육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에게 고카페인 음료는 매우 해롭다”며 “식약청은 고카페인 음료를 비롯한 커피, 차류 등 카페인 함유 식품에 대한 대대적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국민들에게 그 결과를 공개해 어린이들을 카페인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프랑스 등 “청소년에 판매 금지”
프랑스와 덴마크, 노르웨이, 아르헨티나는 에너지음료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부작용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탓이다. 스웨덴 편의점 업체 프레스뷔론은 최근 15세 이하 청소년에 대한 에너지음료 판매 금지 방침을 밝혔다.


에너지음료 시장이 90억 달러(약 10조2600억 원)를 넘어선 미국에서는 지난해 10∼12월에만 부작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사례가 677건이나 됐다. 대부분 10대 이하였고 6세 이하도 25%를 차지했다.


그러나 에너지음료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에선 아직 관련 규제가 없다. 최 의원은 “식약청은 고카페인 함유나 총 카페인 함량, 어린이, 임산부에 대한 섭취 자제 주의 문구를 표시하기로 했지만 카페인 함량 표시만으로 소비자가 일일섭취권장량에 비해 얼마나 많은 카페인을 섭취했는지 알기 어렵고 표시와 관련된 통일된 기준도 없다.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에선 카페인 함량이나 부작용에 관한 경고 문구를 표기할 의무도 없어 해당 음료에는 ‘고카페인’이라고만 적혀 있다. 외국산 제품에 대한 반입 규제도 느슨해 서울 남대문시장의 수입식료품 가게에선 공식적인 국내 수입이 불가능한 ‘몬스터’가 개당(475mL) 5000원에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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