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밝음’으로 ‘가족애’를 노래하다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7-25 18:24:04
'토니상' 세번받은 '라카지' 이제서야 한국에


1983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라 카지 오 폴(La Cage Aux Folles)’이라는 제목으로 초연된 뮤지컬 ‘라카지’는 배우들의 캐릭터 구축과 노래실력은 물론 앙상블의 호흡, 무대전환 등 딱히 나무랄 데가 없는 수작으로 뮤지컬계 최고 권위의 토니상 작품상을 3차례 수상한 유일한 뮤지컬이다.


이렇듯 뛰어난 작품이었지만 ‘게이커플과 그들의 아들 결혼 성사를 위한 대작전’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고 이 때문에 1990년대 대학로의 몇몇 극단을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공연됐을 뿐 국내에도 정식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그런데 이 작품이 초연된지 30년 만에 국내에 첫 선을 보이게 됐다.


사실 ‘라카지’는 소재의 파격보다 ‘근본적인 가족애’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얻었다.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생 트로페즈의 게이클럽이 배경이지만 선정적이거나 혐오스럽지 않다.


클럽을 운영하는 게이커플 앨빈과 조지의 아들 ‘미셸’이 어느 날 그가 사랑하는 여인 ’앤‘과의 결혼을 선언, 앤의 부모를 집으로 초대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보수적인 앤의 아버지에게 결혼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그간 엄마 역할을 해온 앨빈이 문제다. 조지와 앨빈이 앤의 아버지의 허락을 받기 위해 온갖 소동을 벌이는 내용이 주 이야기다.


코믹적인 요소가 다분한 이 과정에서 ‘라카지’는 사회적인 편견과 가족 간의 사랑 등을 전한다.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동성애를 소재로 한 다른 작품들이 에너지를 자기 안으로 숨기거나 비장미를 풍기는 것과 달리 “억지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라카지’는 끝까지 웃음과 밝음을 잃지 않는다. 그 어느 여성보다 여성 같은 앨빈은 적당히 타협하기보다 자신의 여성성을 끝까지 유지하며 화합을 일궈낸다. 이는 역시 동성애를 소재로 하면서도 밝은 분위기를 유지, 최근 독립영화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김조광수(47) 감독의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과도 겹쳐진다.



이 뮤지컬에서 또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앨빈 역으로 더블캐스팅 된 뮤지컬배우 정성화와 김다현이다. 연출가 이지나씨가 이 작품의 연출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정성화 캐스팅을 내세운 것에서 알 수 있듯 정성화는 외모는 여성스럽지 않으나 내면은 그 누구보다 여성스러운, 풍겨 나오는 짙은 페이소스가 일품인 전형적인 브로드웨이용 앨빈이다.


반면 웬만한 여성보다 예쁜 외모를 자랑하는 김다현은 ‘지금까지 없던 앨빈’이다. 여기에 연극 ‘엠버터플라이’ 시절 여장남자 역으로 다져온 여성스러움은 실제 게이 같은 인상을 안긴다. 때문에 김다현의 연기는 ‘처한 현실의 아픔’이 실제처럼 다가오는 효과를 준다. 그는 이런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노래,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재발견’이라는 일단의 호들갑이 과장이 아님을 입증한다.


여기에 앨빈의 남편이자 클럽 ‘라카지오폴’의 주인인 조지 역에는 관록의 뮤지컬배우 남경주(48)와 일본 극단 ‘시키’ 출신으로 안정감이 돋보이는 뮤지컬배우 고영빈(39)이 더블캐스팅됐다. 또 그룹 ‘2AM’의 리드보컬 이창민(26)과 MBC TV ‘해를 품은 달’로 스타덤에 오른 탤런트 이민호(19), 뮤지컬배우 이동하가 게이 커플의 사랑스럽고 매너 좋은 아들 ‘장 미셀’ 역에 트리플 캐스팅됐다.


지난 1999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이후 13년 만에 무대로 복귀한 탤런트 천호진과 뮤지컬배우 전수경, 김호영 등도 이 작품에 힘을 싣고 있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금발이 너무해’의 음악감독 장소영씨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안무가 서병구씨도 참여 환상의 무대를 연출하고 있다.


뮤지컬 ‘라카지’는 오는 9월 4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6만~13만원. 문의는 1566-7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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