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국가별 대표간식’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게재됐다. 사진은 각국을 대표하는 간식거리를 모아놓은 것으로 게시물의 마지막에 한국의 대표간식으로 질소가 등장해 의외의 웃음을 자아낸다. 시중에 판매되는 봉지 과자가 ‘질소 포장’돼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유독 과대포장 과자가 많다. 기업전반에 ‘과대포장은 곧 매출’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혔기 때문이다. 과대포장은 포장기준에도 위반되는 행위. 그러나 타사제품보다 눈에 잘 띄게 하려는 기업 마케팅전략 등으로 작년에만 포장기준을 위반한 제품수는 207건에 달했다.
법을 위반해가며 기업들이 과대포장에 열을 올리는 바람에 생활폐기물의 35%가량은 이미 포장폐기물이 차지하고 있다. 과대포장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자 환경부는 기업에 ‘포장기준을 지켜달라’고 호소했고 지난 6일에는 식품과 생활용품 전문업체인 농심, LG 생활건강, CJ 라이온, CJ 제일제당, 애경과 ‘자원순환형 포장 실천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니 이 협약은 각 기업의 대표가 참가하기는 커녕 이메일이나 지면으로 협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자발적 참여’ 컨셉이다 보니 농심 외에 나머지 기업들은 환경부와의 ‘억지 포장재 감축 협약’에 시큰둥한 반응만 보이고 있다.
◇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포장지를 세트로 샀더니 과일이 덤으로?"
이는 과대포장을 꼬집는 말들이다. 우리나라 제과류는 내용물에 비해 최대 6배 이상 크게 포장, 과일 선물세트의 경우 85%이상이 띠지, 리본 등 불필요한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환경부는 제과류나 과일 선물세트 등의 포장을 친환경적으로 유도해 포장쓰레기의 양을 줄이고 포장비용도 절감하기 위해 올해부터 ‘과대포장 개선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대책은 1994년부터 시행중인 ‘제품의 포장 재질 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도 불구하고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는 과대포장 문제의 개선을 위해 마련됐다.
환경부가 2011년 6월~8월까지 과자류 62개 제품의 포장실태를 점검한 결과, 국산제품은 과도한 완충재 사용이나 공기주입으로 인해 내용물 대비 최대 6.5배 큰 포장이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6일에 농심, LG 생활건강, CJ 라이온, CJ 제일제당, 애경과 ‘자원순환형 포장 실천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소비재, 특히 제과를 비롯한 식품과 생활용품의 과대포장이 환경오염과 자원낭비, 생산 소비자의 비용증가 등을 유발함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다. 환경부는 지금까지의 과대포장 단속과 같은 규제만으로는 포장폐기물 절감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친환경포장 설계 가이드라인을 기업에 제시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포장재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데 이번 협약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이번 협약을 통해 연세대 패키징학과와 함께 2011년 4월 부터 지난 3월까지 포장재 감량과 재활용성 향상을 목적으로 개발한 봉지류와 종이박스류 포장의 친환경설계 매뉴얼을 제품에 실제로 적용하고, 시장에 유통시켜 소비자의 반응을 보기로 했다.
협약에는 소비자시민모임, 친황경포장기술원과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도 동참해 시범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 향상을 위한 자체 이벤트 등 친환경 포장제품 판매 홍보 활성화에 노력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친환경설계 매뉴얼을 시범 적용한 제품들은 이르면 9월 중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환경부는 시범사업의 성과에 따라 친환경포장 설계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하고 참여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줄 계획이다.
또한, 환경부는 현재 플라스틱과 유리, 금속 포장재의 친환경 포장방법도 고안 중에 있으며,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는 즉시 참여업체를 추가 모집해 2013년 2차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시범사업 제품에 대한 향후 시장반응에 따라 정부가 기술적으로 지원하고 생산 판매업체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성과가 환경정책의 모범사례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비자시민모임 김재욱 회장은 “소비자는 실속포장을 선호한다”며 “포장이 본연의 기능인 유통과정 상의 상품보호를 달성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폐기물 절약형 포장으로 시행되도록 업체와 소비자들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가오는 추석에도 허위 과장 포장으로 인해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들 사이에 감사의 마음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환경부 담당관은 “포장감량은 폐기물 관리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와 생산자의 신뢰 회복과 실속 소비문화 측면에서도 중요해 경제주체 모두의 지속적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며 “특히 소비자의 관심과 지지야말로 추가비용을 감수하고 환경적 책임을 실천하는 생산자들에게 가장 큰 보상이 될 것”이라고 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 기업들, "패널티 없는데 참여 왜 해?"
환경부가 질소과자로 대표되는 과대포장의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포장 시스템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사실상 ‘농심’외에 다른 제과 기업들은 동참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환경부와의 자원순환형 포장 실천협약 내용의 ‘자발적 참여’란 문구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참여하게 되면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있지만 환경부측에서 사실상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기업들은 포장을 줄이면 전시효과가 떨어지고 마케팅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도 이 사업을 꺼리고 있다”며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제과류 제품은 좀 더 많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기업에 호소했다.
현재 기업들은 1차 시범사업에서는 액션을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환경부가 만들고 있는 포장 모델을 보고 이 중 참여할 제품을 골라 모델에 맞게 기계설비나 장비를 조정해야 한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포장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며 “한 제품의 포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낱개포장과 박스까지 바꿔야 하고, 이에 대한 디자인 변경도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비용 지출이 만만치가 않다”고 털어놨다.
실제 모 제과회사는 한 개 제품(4개들이 1박스)을 리뉴얼하면서 포장 시스템을 변경하는데 3억원 가량이 소요됐다. 포장 설비를 새로 바꾸고 디자인 비용과 인거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때문에 수 백 종에 이르는 제품을 출시하는 업체들이 포장 설비를 모두 바꾸려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환경부는 “이 부분 때문에 기업들은 포장이 바뀌면 제조 공정상의 공판도 바껴야 하므로 공정상 추가되는 비용지출에 비해 이익은 훨씬 적어서 참여가 저조한 상황으로 기업들은 2차 시범사업부터 손을 잡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이익창출이 눈에 보이면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의미로, 기업들이 포장지 감축을 하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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