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설’ 판박이인 ‘3월 위기설’
금융권 ‘어떤 형태로든 온다’ 가능성 제기
이달 환율·주식·채권 트리플 악재 또 재현
금융업계, ‘정부, 반박 끝내고 시장 점검나설 때’
3월 위기설에 대한 논란이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일각에선 3월 위기설이 지난해 국내 외환시장을 강타했던 9월 위기설과는 달리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3월을 앞둔 시점에서 시장은 또 한 번 휘청거릴 조짐이다.
여전히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진동수 금융위원장 등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해 발표와 마찬가지로 “3월은 위험하지 않다,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터질 수 있는 3월 이후를 더 경계해야한다”면서 이번 3월 위기설이 근거 없는 ‘낭설’임을 일축하고 있다.
윤증현 장관은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현재 세계 경제가 좋지 않지만 3월 위기설 등은 불안감만 조성할 뿐"이라며 "자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 총재도 이날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계 자금 규모가 크지도 않고, 그나마 대부분 일본계 금융사 영업자금으로 단기적으로 빠져나갈 성질의 자금이 아니다"고 말했다.
진동수 위원장은 이날 기업 구조조정 전략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일부 은행은 3월 중 국외로 펀딩을 나가려고 계획 중이고 투자은행(IB)들 얘기를 들어보면 국내 은행들이 발행하려는 채권에 대한 수요가 괜찮다고 한다"며 "따라서 현재 국내 외환시장이 흔들린다는 얘기는 지나친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나름대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3월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은 77억달러 수준으로 1월말 현재 외환보유고가 2017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외환보유고나 통화스와프 체결 규모를 감안하면 이 정도의 채권액은 위기설이란 말조차 무색하게 만든다”라며 “위기설보다 3월 이후 국제 금융시장 동향이 더 걱정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최근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을 비롯한 일부 정치인들이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3월 위기설’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 의원은 3월 위기설의 가능성에 대해 “동유럽 국가의 금융위기로 인해 서유럽 국가의 은행들이 부실화되고 실물경제가 안 좋아지면 우리와 서유럽과의 긴밀한 관계를 감안할 때 경제 전반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문제는 만기채권액의 유출이 아니다. 실제로 9월 위기설 당시에도 외국인 만기채권 자금은 위기설이 예상한 만큼 해외로 유출되지 않았다는 것. 같은 달 17일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신청을 한 후 외국인이 4조710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매각해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환율이 달러당 1500원을 웃도는 등 금융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졌다는데 문제가 있다. 즉 위기설을 무사히 넘어 안도하고 있는 사이 해외 돌발변수가 일어나 결국 위기설의 시나리오대로 경기침체가 심화된 것이다.
△ ‘3월 위기설’, ‘9월 위기설’과 닮은꼴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주식, 환율, 채권 등 3대 금융시장을 강타한 3월 위기설은 묘하게 지난해 금융시장을 교란시켰던 9월 위기설과 닮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3월 위기설은 국내에 유입된 2000억~1조 달러 규모의 엔캐리 자금이 3월께 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만 보다라도 3월 결산 기업이 많은 만큼 국내에 투자된 일본계 자금이 3월에 집중적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9월 위기설이 84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 채권이 만기가 도래하면서 자금경색이 심화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을 감안하면 자금의 주체만 다를 뿐 외국계 자금 이탈이 신용경색을 불러오고 경기침체로까지 심화되는 맥락은 동일한 셈이다.
△ 3월 앞두고 환율·주식·채권 또 이상 증세
2월 중순 들어 주식·원화가치·채권값이 모조리 폭락(트리플 약세)하고 신용위험마저 급상승하면서 지난해 9월 미국발(發) 금융위기에 이어, 예상대로 6개월만에 2차 금융위기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잠잠하던 외환시장 원·달러 환율도 이달 또 다시 1500원을 돌파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2~3월에 지급할 단기성채권액을 떠나 3월 결산 법인이 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이익금 환송, 배당금 지급 등을 위해 달러수요가 가장 크게 일어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두 달 반 사이의 최고치를 기록하는데다, 장기간의 연속상승은 최근의 시장상황을 급속도록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도 1,100대로 떨어지며 시장에선 ‘셀 코리아’의 공포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게다가 채권값도 폭락,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28%포인트 오른 상태다.
이처럼 상황이 급변하자 금융권에선 ‘3월 위기설’이 시나리오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가장 많은 대내외 악재가 뒤엉켜있어 위기의 가능성은 커져가고 있다는 분위기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선 우선 동유럽 국가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국 발 1차 위기에 이은 유럽 발 2차 금융위기 공포감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했다.
여기다 만연한 불안심리가 패닉으로 번질 경우 환율 1,500원선 돌파나 주가 1,000선 붕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게 중론이다. 이 경우, 실물경제의 동반위축도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최근 상황은 금융위기가 실물을 거쳐 다시 금융에 악영향을 끼치는 전조”라며 “굳이 대형악재가 터지지 않더라도 불안이 위기를 키워 ‘3월 위기’를 현실화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정부는 ‘3월 위기설’에 대한 전제만을 두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라며 “최근의 시장사항은 어떤 식으로든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큰 만큼 ‘외채유출’만을 바라보는 근시안적 태도에서 벗어나 시장의 전반적인 위기에 대해 재점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오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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