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왜! 전기료를 올리고 싶은가?

산업1 / 정수현 / 2012-07-24 16:49:50
“4년이나 적자가 났다면서 한전은 뭐했답니까”

“4년이나 적자가 났다면서 한전은 뭐했답니까”


지난 17일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에서 오간 대화의 한 대목이다. 한전이 16.7%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요구한데 대해 전기위원회 위원들은 이 같은 불만을 표시하며 한국전력이 제출한 인상 요구안을 부결시켰다.


한전은 기본 인상률 10.6%,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한 6.1% 등 사실상 16.7%를 인상으로 제출한 상태로 지난달 13.1%보다 인상폭을 더 넓혔다. 전기위원회도 한전의 인상률이 너무 과해 벌써 두번째 제출서를 반려했다.


한전이 전기료를 무리하게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정부관계자는 “지난 4월 한전이 요청한 요금인상안을 반려한 것은 물가 등 여러가지 의미를 따져서인데 한전이 이를 몰라 그보다 높은 인상률을 요구한 것은 아닌 것”이라며 한전의 요금인상안에 숨겨진 의도를 의심했다.



◇ 한전 구조조정 불가피
한국전력이 제출한 인상 요구안을 부결시킨 자리에서 한 의원은 “한전이 4년 적자라고 투덜거리는데 민간기업 같으면 벌써 구조조정을 한다고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한전의 자구노력이 미흡했음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경부도 앞으로는 한전의 구조조정을 꼼꼼히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경부는 한전의 요금 인상안 반려 처분이 내려지자 자료를 통해 “(한전이) 전기요금 조정에 앞서 철저한 경영합리화 노력을 추진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라고 공식화했다.


이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자구노력을 한전이 하는지를 살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경부는 특히 1차 요금 인상안에 대한 반려가 재검토를 요구하는 행정처분이었다면 이번에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법적 처분을 내려 정부의 입장을 확실히 표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전은 그동안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총괄원가 방식에 따라 1조2000억원 가량을 절약하겠다며 형식적인 방안만 제시해 왔다”고 지적하며 “그 와중에도 한편으로는 성과금을 지급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 산업계 “전기료 인상은 고객기만행위”
한전이 사실상 16.7%라는 전기요금 인상안을 내놓자 조선과 철강 등 산업계가 고객을 기만한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0일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전기 인상안은 말이 안 되는 숫자다. 한전의 고객이 기업과 산업계, 국민인데 16.7% 인상이라는 것은 고객을 기만하는 것이다”며 “여론 등을 살펴보고 고객 입장에서 돌아봤다면 이 같은 인상안을 제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은 경영도 어려운 상황에서 한전이 정부의 권고안보다 3배가 넘는 인상안을 제시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응할 만한 수준의 것이 아니다. 맞장구 칠 필요가 없는 사안이다”고 비판했다.


조선업계 역시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안에 대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유럽발 경제위기로 수주가 급감해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경영 상태가 불안한 상황에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결정타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전기는 기본적으로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생산원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로 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생산원가 상승은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조선과 철강 등 산업계가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안에 발끈하는 이유는 글로벌 경제위기 확산으로 올 하반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용 전기요금마저 또 오르게 될 경우 기업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여기다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이 인상됐었다는 점도 문제다. 불과 1년도 채 안 돼 또다시 전기요금을 인상하려는 한전에 대한 불만이 가중되는 이유다. 실제로 철강업체들은 전기를 이용해 고철을 녹여 쇳물을 뽑는 ‘전기로 방식’을 사용하는 곳이 다수여서 전기료 인상에 민감하다.


현대제철의 경우 지난해 전기요금으로 7000억원을 썼다. 자체 발전소를 통해 약 70%가량의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포스코도 5200억원의 전기요금을 냈다. 동국제강과 동부제철 역시 지난해 각각 1700억원과 1300억원을 냈다.


특히 문제는 현 시점에서 또 다시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생산 원가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7%가량 오르면 연간 400억~490억원을 더 내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인 방침은 전기료 동결이다. 한전이 16.7%의 인상안을 내놨지만, 이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전기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몇 개월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전기료 인상 불가피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기업은 독점적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우리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까지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전의 전기료 인상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한전 이기표 사외이사는 “전기요금 인상안은 법에 따라 한 것이고 올해 원료상승분만 최소한으로 반영한 것”이라며 전기인상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서 “우리나라 전기는 100% 수입산인 유류 석탄 LNG등 탄소배출원료를 사용해 평균 40%의 효율로 얻어지는 소중한 공동자원”이라며 “전기요금 현실화만이 전기 과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위원회의 전기료 인상 거부와 관련 “한전이 적자를 보전하지 못하면 해외전력산업이 힘들어진다. 신용등급에 문제가 생기면 해외진출이 어렵다. 전기를 만들어 파는 시대는 지났고 해외로 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건전한 신용등급이 중요하다. 최소한 ‘0’으로라도 조정하겠다는 것이 한전의 입장이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요금인상율이 반영되면 1조5000억원의 당기순이익 발생한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는 “1조5000억원 흑자는 상반기 이내 모든 손실이 보전됐을 때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상반기부터 인상률을 적용했으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적용이 안돼 상반기에만 이미 2조원 이상의 순손실이 났다. 만일 하반기에 인상율을 적용하게 되면 4000억원, 연결기준을 적용해도 7000억원 밖에 당기순이익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갑자기 두자릿수 인상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 “60~70년대 우리나라는 국제자금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못사는 나라에 지원한다. 굴지의 대기업들이 탄생했고 이제는 돌려줘야 할 때다. 기업들이 지금 100% 냈다고 큰 소리치면 안된다. 지난 30년간 지원받은 것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고 형평성 운운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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