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 워크아웃 ‘도미노’ 비상

산업1 / 이준혁 / 2012-07-13 14:36:29
가구시장 불황에 워크아웃설…에넥스 주가 급락

주방가구업체 에넥스가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돼 업계에 워크아웃 바람이 확산될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1년 역사를 가진 에넥스는 최근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C등급을 받아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에 대해 에넥스 관계자는 “C등급 평가를 받았으나 현재 워크아웃 신청여부에 대해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직접 나서 해결하지 않는 이상 워크아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지난해 11월 우아미가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경기침체 등 영향으로 가구업계가 부진한 상태에서 워크아웃 업체가 나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 “워크아웃 신청여부 결정된 것 없어”
한국거래소는 지난 12일 에넥스에 워크아웃 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에넥스는 워크아웃 추진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으로부터 2012년도 신용위험상시평가결과 C등급(부실징후기업에 해당하며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평가 받았으며, 현재 워크아웃 신청여부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며 “향후 이와 관련한 당사의 대응방안이 확정 되는대로 재공시 하겠다”고 밝혔다.


에넥스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력 분야인 특판 시장에서 이익 발생이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놀랄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매출이 급격히 줄면서 영업상황이 좋지 않다는 소식이 업계에 퍼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넥스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면서 유동성 악화 등의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에넥스는 전 거래일보다 14.97%(113원) 폭락한 642원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1월 에넥스는 서초세무서로부터 법인세 세무조사 추징금 25억2937만원을 부과 받았다. 이는 자기자본(389억6431만원)의 6.49%에 이르는 규모다.


당시 에넥스 관계자는 “일정세액 납부 후 징수 유예신청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해 납부할 예정”이라며 “부가처분에 불복할 것인지의 여부는 법률전문가와 상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특판 시장 매출 급감
에넥스는 건설업체에 납품하는 특판 물량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특판은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을 때 붙박이 가구로 함께 공급되는 가구로, 매출 규모를 단번에 늘려 주지만 입찰 경쟁 때문에 가정용으로 시판되는 가구보다 마진율이 낮다. 이런 이유로 특판 물량에서 적정가격을 받기 어렵다. 게다가 업체들 간의 가격 할인 경쟁이 도를 넘은 상태다.


에넥스가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특판 매출이 줄어들자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게 업계의 공론이다.


특히 에넥스는 이달 초 회생절차에 들어간 벽산건설과 지난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풍림산업 등과 거래를 해왔다. 두 건설사가 무너지면서 밀린 대금을 받지 못하는 등 자금난이 가중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에넥스 관계자는 “대금 관련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며 다른 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채무 상황인데 안 좋은 방향으로 인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2009년 2135억원이었던 매출은 2010년 1633억원으로 급감했다. 2009년, 2010년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11억1609억원으로 전년대비 흑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보다 12.5% 증가한 1837억2030만원,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한 65억6770만원을 기록했다. 작년엔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고 매출도 늘었지만, 일시적인 반등이었다는 평가다.


에넥스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에서의 흑자전환은 순수한 이익이 1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최대주주가 부동산을 무상으로 증여하고, 부동산 매각에 따른 처분이익이 발생해 100억원 넘게 영업이익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2분기를 비롯해 올해 가구업계의 전망은 밝지 않다. 주택 경기가 살아나야 분양이 되는데 그 부분이 안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에넥스는 정치테마주에 엮어 주가가 급등락을 연출했다. 지난 6월 주가상승과 관련해 에넥스 관계자는 “박유재 회장이 예전에 국회의원직을 역임했고, 고향이 영동 쪽이었다. 그 이유로 (투자자들 사이에선) 고 육영수 여사와 친분이 있었다고 보고, 박근혜 전 위원장과도 테마로 묶은 것 같은데 개인적인 친분관계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인 재료를 통해 주가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서 당황스럽다. 조회공시에서 영향을 미칠 만한 사항이 없다고 말한 이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25일 액면가 500원에 조금 못 미치는 498원이던 에넥스 주가는 ‘박근혜 테마주’에 엮여 지난달 25일 한 달만에 1190원을 기록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장 중에는 상한가를 터치하며 사상 최대 거래량인 1380만주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에넥스는 전 날에도 주가가 가격제한폭(14.49%)까지 올라 거래소로부터 조회공시 요구를 받았지만 이 날 장 마감 후 답변을 통해 현저한 시황 변동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 건설사 부도…가구업계 ‘울상’
경제침체로 불황을 겪고 있는 가구업계가 건설사의 부도로 타격을 받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위기로 건설업체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대규모 단지 등 대형 공사가 줄을 이으면서 수주전에 열을 올리던 때와는 달리 기존에 계획된 단지도 선뜻 개발에 나서지 않고 눈치만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회원사 72개 건설회사 가운데 절반인 36개 회사가 ‘올 하반기 분양계획이 아예 없다’고 밝혔다. 대형 건설사들은 그나마 자금 여력이 있어 버티고 있지만, 중소 건설사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업계 26위인 벽산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올해 들어 우림건설, 범양건영, 풍림산업에 이어 4번째다. 지난해에 이어 건설업체 전반에 구조조정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미분양 우려 때문에 대규모 공사에 선뜻 나서기 어렵고, 그렇다고 자금 회전을 위해 공사를 멈출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무엇보다 거래가 실종돼 이미 완공한 미분양 물량조차 제 때 팔지 못하면서 공사비도 못 건지는 단지가 많아지고 있다.


에넥스 등 특판 매출이 높은 업체 뿐만 아니라 상위권의 가구업체도 경영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업계는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신제품 출시, 할인행사, 해외시장 개척 등 전략에 사활을 걸었다.


이와 관련해 국내 가구 1위 한샘이 실적 부진 우려로 7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샘은 최근 6거래일간 11.33%나 주가가 빠졌다. 지난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샘은 오전 9시2분 현재 전일보다 1.82%(300원) 떨어진 1만615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 직후보단 낙폭은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한샘은 이날 2.13%(350원) 내린 1만61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박한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와 4월 윤달 영향으로 한샘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보다 20% 줄어든 112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 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신청 기업이 도미노처럼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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