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산그룹은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을 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의 지주부문 회장으로 선임했다. 두산 관계자는 “그룹 회장인 박용만 회장의 업무가 너무 많아 보좌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의 시각은 다르다. 3세의 형제경영에서 4세의 사촌경영으로 넘어가기 위한 수순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회장은 고 박승직 창업주의 4세들 중 맏형이다.

두산그룹이 4세 경영승계를 본격적으로 준비한다는 분석은 지난 3월 인사 때부터 이미 무성했다. 당시 박정원 회장은 4세 가운데 유일하게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지분구조도 이미 4세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오너 일가 중 지주사인 ㈜두산의 지분이 가장 많은 사람은 박 회장으로. 지난 3월 기준 5.35%를 소유하고 있었다. 지난 2011년 10월 박 회장의 부친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30만주를 증여하면서 지분율이 4.1%에서 5.35%로 올라간 것이다. 박 회장의 동생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이 3.57%, 박진원 두산산업차량 대표가 3.04%, 박석원 두산엔진 상무가 2.48%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세들의 지분율은 4세보다 오히려 낮다. 3세의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1.05%, 3남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2.48%, 4남인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은 2.45%,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0.31%에 불과하다. 재계에서는 “정황으로 봤을 때 두산그룹이 4세 시대로 이전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며 입을 모은다.
그러나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런 분석에에 대해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경영 승계와는 상관없는, 박용만 그룹회장을 보좌하기 위한 인사일 뿐”이라며 “박용만 회장이 그룹회장으로 취임한 지 두어 달에 불과한데 승계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두산그룹이 박 회장의 지주 회장 겸임의 의미를 ‘박용만 회장의 보좌’로 애써 제한하려는 이유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은 “두산건설의 경영악화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두산건설의 최고경영자(CEO)인 박 회장의 경영능력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두산건설의 경영 상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3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이런 어려움은 근본적으로는 부동산경기의 악화 때문이다.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매출채권이 급증하고 현금흐름이 막힌 것이다.
지금도 두산건설의 가장 큰 고민은 1조5000억원 규모의 매출채권이다. 미분양 탓에 매출채권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채규모도 상당한데, 총차입금이 2조2000억원, PF우발채무가 8500억원에 이르러 총부채는 3조원 규모에 달한다. 최근에는 회사의 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강등되는 굴욕까지 겪었다.
그렇다고 두산건설을 어둡게 바라보는 시선은 거의 없다. 우여곡절을 겪긴 하겠지만 정상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나이스신용정보 역시 두산건설의 실질적 재무 융통성은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계열사들의 지원 의지가 강하고 금융권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도 우수해 재무적인 위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산건설의 실질적 재무 융통성은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지난해 5월 두산건설은 총 5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했다. 3000억원의 유상증자와 1000억원의 전환사채 발행, 10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그룹의 주력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이 중심 역할을 했다. 그룹의 두산건설 살리기에 대한 의지가 확인된 셈이다.
두산건설의 최대 고민인 매출채권 문제도 완화될 조짐이 보인다. 무엇보다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지난 2009년 분양을 시작했지만 분양이 지지부진했던 ‘일산 위브 더 제니스’의 분양률 최근 80%까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분양한 ‘해운대 센텀 두산위브’도 성공리에 분양을 마쳤다. 250가구 모집에 8000명 가까이 몰려 31대의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전 평형이 분양됐다.
재계 관계자들은 “두산건설이 어려운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박 회장의 경영능력 부족으로 연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대부분의 건설사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구노력을 통해 체질개선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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