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항공사' 생존전략 있나?

산업1 / 정수현 / 2012-07-12 15:34:07
'가격 경쟁' 부담감…'프리미엄' 대신 ‘실용’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저가 항공사(Low Cost Carrier, 이하 LCC)'시대를 맞고 있다. 2006년 제주항공이 시장에 진출한 후 6년 만에 진에어와 에어부산이 각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자회사나 계열사 형태로 회사를 설립했고 이후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이 시장에 가세한 상황으로 5개 회사의 경쟁속에 LCC시대가 본격 개막한 것이다.


소비자들도 LCC를 선호하는 편이다. 국토해양부가 올해 1분기 LCC이용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12.9%증가한 283만명이라고 밝히면서 시장 점유율을 상승시켰기 때문이다.


안전성․ 편리함․ 경제성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추기 위한 LCC의 노력으로 우리나라에서 LCC는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도 받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국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우리나라의 LCC들은 가격부담을 견뎌내기 위해 어떠한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을까?



◇ 대한항공 지원 받는 ‘진에어’ VS 지역 기반 ‘에어부산’


저가항공사 중 대형항공사를 든든한 지원군으로 둔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최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편으로 입지를 꾸준히 넓히고 있다. 대형항공사를 기반으로 출발한 이들 항공사는 다른 LCC에 비해 설립 등 시장 진입부터 정비, 경영 노하우 등 다양한 이점을 누렸다.


진에어는 대한항공이 100%출자했으며 ‘프리미엄’이미지는 이어가는 동시에 실용성까지 추구하며 설립한 자회사로 경영은 ‘독자운영’ 전략을 쓰고 있다. 김재건 대표도 취항 초기부터 “대한항공도 경쟁사다”고 했을 정도다.


마케팅에이나 유니폼도 캐주얼을 추구해 대한항공과 이미지 차별화를 꾀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운 대한항공을 이용할 때 부담감을 느꼈을 소비자를 공략해 모회사와는 고객층까지 차별화했다. 이미 중장거리 노선에 독보적인 대한항공과는 달리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결국 독자생존을 해야만 궁극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철저히 독자경영을 하고 있다”고 회사의 방침을 설명했다.


부산시와 부산 14개 기업이 함께 설립한 뒤 아시아나항공이 지분투자를 통해 참여한 계열사 에어부산은 2007년 8월에 ‘부산국제항공’으로 출발했다. 부산과 동남아권 지역민의 교통편익을 제고하고 지역경제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출범, 이듬해 2월 아시아나항공이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에어부산’으로 다시 태어났다. 에어부산은 진에어의 ‘독자경영’과는 반대로 아시아나 항공과의 관계상 이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전략이다.


에어부산과 아시아나항공의 코드셰어(code share, 항공사들 사이에 좌석을 공동 판매함으로써 노선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이유로 두 회사는 서로 스케줄도 보완했다. 소비가자 마일리지를 원하면 아시아나 편명으로, 보다 저렴한 운임을 원하는 고객은 에어부산 편명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선택의 폭도 넓혔다.



◇ LCC ‘낮은 가격’만이 살길이다?
'저가’를 표방하며 항공업계에 등장한 국내 LCC들은 성장세가 돋보였지만 ‘가격’ 부담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실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부담감을 이겨내기 위해 LCC들이 차별화된 비용절감 전략을 선보이며 업계와 경쟁하고 있다.


보통 LCC 업계에서 가장 보편화된 비용절감 전략은 기종 단일화다. 한때 LCC의 상징이기도 했던 프로펠러기가 사라진 이유이기도 하다. 기종을 단일화하면 다른 기종의 면장을 보유한 조종사나 정비사를 다수로 채용할 필요가 없다. 여러 기종의 부품도 다수로 보유할 필요가 없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국제선 노선 확대에 공들이는 것도 비용절감 전략의 일환으로 항공기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국제선 노선은 운항이 불가능한 야간 시간을 활용해 항공기 가동률을 높일 수 있어 운항시간에 관계없이 투입되는 항공기 리스비나 직원 훈련비, 보험료 등 고정비를 분산시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특히 동남아 노선이 인기 많은 이유도 야간시간을 활용해 유리했기 때문이다.


LCC들은 인터넷 판매비중을 확대해 여행사나 대리점에 지불하는 판매수수료도 절감하고 있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하거나 제휴마케팅, 입소문마케팅을 통해 광고비용도 절감하고 있다.


각 LCC별 비용절감 전략도 눈에 띈다. 진에어는 업계최초이자 유일하게 출범 당시부터 독자적인 항공사 예약발권 시스템 JPSS(Jin Air Passenger Service System)를 자체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외부로 나가는 예약수수료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미 세계 LCC들이 적용하고 있는 ‘존(Zone)별 선착순 탑승제도’ 역시 진에어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다. 승객들은 탑승권을 받을 때 좌석이 아닌 A-B-C 존만 선택한 뒤 존별로 선착순 탑승해 좌석을 자유롭게 선택한다.


존별 탑승제도를 실시하면 보통 좌석 보다는 존을 고르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대기 줄 회전속도가 빨라져 지연율도 줄이고 공항 카운터 역시 적은 수로 원활한 업무를 할 수 있다. 지연에 따른 제반비용 뿐 아니라 공항에 납부하는 카운터 임대료도 절감할 수 있다.


LCC관계자는 “비용절감 문제는 LCC로서는 숙명”이라며 “LCC업계에서는 모든 문제가 가격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과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LCC가 극복해야 하는 것 ‘로열고객 잡기’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일 외에 LCC가 극복해야 할 일들은 아직 많다. 특히 LCC들이 국제선 노선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비행거리가 점차 길어지면서 ‘로열(loyal)’승객들을 유치하기에는 한계가 생겼다. 대형항공사와 LCC의 서비스 차이를 결정짓는 ‘따뜻한 음식’이 장벽이 된 것이다.


중장거리 국제선으로 넘어가면 따뜻한 음식이 나오느냐, 찬 음식이 나오느냐에 따라 이들의 서비스 차이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이 차이는 따뜻한 음식을 데우기 위해 필요한 오븐을 비롯한 각종 설비인 ‘갤리’에서 비롯된다. ‘갤리’의 설치비용은 7억 8890만원으로 LCC에게 무리한 금액이며 승무원도 적게는 1~2명 정도 더 탑승해야 한다.


국내 LCC 중에서는 에어부산이 유일하게 국제선까지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며 기본 음료수도 무상제공하고 있고 부산~후쿠오카 노선을 뺀 일본 노선에서는 맥주도 무상제공해 사실상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고급화까지는 못해도 일본 노선에서 휴대 가능한 컵라면 등의 가공식품을 유료화해 ‘실용’을 도입한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단거리 노선에서 항공권 값을 더 저렴하게 하기 위해 간단한 간식거리는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 한국정부 지원은 걸음마 단계
유럽과 동남아시아권 LCC가 우리나라보다 LCC 비중이 높은 것은 2006년에야 태동한 우리나라 LCC보다 월등히 먼저 시작했다는 요인 외에도 다양한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즉, 원가 절감 등 항공사 자구 노력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대표 LCC’ 육성을 위한 지원책 마련과 함께 옥석을 가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LCC에게 더 많은 기회 보장이 필요한 시점이며, 기존 항공산업과 신규 LCC 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서 근거리 노선의 운수권 우선 배분, 시장 왜곡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 등을 통한 공정한 경쟁 조성이 필수요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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