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송현섭 기자] 이번 한·중 FTA 타결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 및 항공업계가 최대 수혜주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철강업종 등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와 부품업종의 경우 관세양허 협상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정부가 농수산물 등에 최저수준의 시장을 개방했다고 하지만 이에 반발하는 농어민 단체와 야당에 맞서 국회 비준이 순탄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우선 협상기간이 30개월에 이를 정도로 지연된 배경은 중국이 농수산물과 중저가 공산품 등에 대한 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신중하고 치밀한 협상을 통해 한·중 양국이 시장은 개방하되 농산물을 비롯한 내수시장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FTA 협상을 타결했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업종별 명암이 뚜렷하고 FTA와 관련된 양국의 산업별 희비가 엇갈리면서 일부 지자체와 야당을 중심으로 반발여론이 형성돼 국회 비준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APEC 정상회담 시기에 맞춰 무리하게 타결을 추진, 시간에 쫓겨 실질적인 시장개장 효과가 낮은 수준의 합의안을 도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한·중 FTA가 발효돼 가격 경쟁력이 강화된 중국산 제품의 수입이 급증하면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한 중국기업들의 국내 진출로 인해 경쟁이 심화되고, 우리나라의 중국현지 직접투자가 확대되면서 국내 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한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이번 FTA 협상과정에서 농수산물 시장개방 수준을 품목수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인 역대 최저규모로 방어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전략적 주식이기도 한 쌀의 경우 아예 양허품목에서 제외했으나 국내 농어민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중국 농수산물 수입액은 2008년 28억2천200만달러에서 지난해 47억1천400만달러로 5년간 67.0%나 급증했다"며 국내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더욱이 수혜를 예상되는 공산품의 경우에도 중국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무차별적 내수시장 공략에 나선다면 국내 중소기업들의 입지가 크게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섬유·의류를 비롯한 생활용품 등 중소업체들의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은 업종에서는 중국산 제품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국업체들의 추격속도를 감안하면 현재 국내 업체들이 유리한 전자·IT 등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도 중국의 공세가 거셀 전망이다.
반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한·중 양국의 자국 콘텐츠 저작권 보호가 명문화되면서, 한류 바람을 타고 국산 문화콘텐츠가 중국 현지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최대 수혜주는 '석유화학'·'패션'
산업계는 한·중 FTA 타결에 따른 대중국 수출여건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손익계산에 분주한 양상이다. 특히 대중 수출입거래 물량이 많은 업종에서는 FTA 발효에 따른 중장기 대응책 마련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대중국 수출물량이 많은 정유화학업계는 중국이 국산 석유화학제품의 최대 수출처라는 점에서 이번 FTA 타결로 인해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생산된 석유제품의 18%와 석유화학제품의 45%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만큼 대중 수출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FTA 타결로 관세가 철폐되면 국산제품은 가격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중국은 국산 업스트림 석유화학제품인 에틸렌·벤젠 등 기초유분과 PX(파라자일렌) 등 중간원료에 대해 2%, PP(폴리프로필렌) 등 합성수지를 비롯한 다운스트림 제품에 대해 5.5∼6.5%의 관세율을 적용해왔다.
석유화학제품의 평균 관세율이 3.9%로 중국의 대한국 평균 관세율 3.2%보다 높았던 만큼 이들 품목의 관세가 사라지면 연간 무역수지는 15억달러이상 개선될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국내 항공업계도 양국간 교역확대의 간접적 수혜로 여객 및 화물 등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한·중 FTA 타결로 양국간 비즈니스가 활발해지면 비즈니스 여객수요가 창출될 것"이라며 "자동차와 LCD 패널 등 화물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품목인 자동차의 경우 한·중 양국이 모두 양허대상에서 제외함에 따라 별다른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조선업계 역시 해외수출 의존도가 높지만 예전부터 세계 각국에서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어 FTA의 영향에서 비껴가고 있다.
전자산업의 경우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지만 한·중 FTA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에서 판매하는 제품 대부분이 현지공장에서 생산·공급하기 때문에 직접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컴퓨터·반도체 등은 첨단 ICT산업 무역자유화를 위한 'ITA(정보기술협정)'에 따라 현재도 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다만 국내시장에서 가격 탄력성이 민감한 소형 가전제품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제품의 수입규모가 대거 늘어나면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패션산업은 수혜업종으로 꼽히고 있는데, 중국산 수입 원재료 비용이 줄고 국내에서 제작한 의류를 판매할 경우 관세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류열풍 덕에 우리나라 TV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자연스럽게 국산 의류제품에 대한 현지 소비자의 관심이 제고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섬유와 원사 등 저렴한 원자재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저가제품의 공세가 이어질 경우 내수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中철강업계, 내수시장 잠식우려 제기
한편 국내 철강산업은 중국의 저가공세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앞서 2004년 WTO(세계무역기구)의 철강 무관세 협정에 의거해 우리나라는 이미 대부분 수입 철강재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세계 1위의 철강생산국이자 최근 업계의 공급과잉을 야기한 중국이 이를 계기로 국내투자 확대와 철강 유통망 확충에 나선다면 내수시장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중국산 수입단가는 t당 730달러로 전체 수입물량 평균단가 911달러를 크게 하회하는 것으로 파악되며, 중국이 부과하는 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율은 3∼10%다. 만약 관세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거나 철폐한다면 국산 철강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으나, 현재 중국의 원가구조가 유리하다는 점에서 수출이 확대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엔진과 자동변속기·기어박스·클러치 등 자동차용 부품들은 이번 FTA에서 중국이 끝까지 관세장벽을 낮추지 않았고, 선박용 엔진과 리튬이온배터리 등 고부가가치 중간재 역시 수혜품목에서는 빠졌다.
산업부가 공개한 협상 타결안에 따르면 주요 자동차 부품들은 중국에서 수입시 현행 22.5∼25%의 고율관세가 그대로 유지되거나 제한적으로 관세율을 낮추는 초민감품목에 포함됐다. 자동차 핵심부품인 엔진과 자동변속기·기어박스·핸들·클러치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초민감품목에 해당하는 제품수는 총 637개로, 작년기준 대중 수출규모는 247억2천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민감품목에는 1천209개 공산품이 들어가 있다. 이는 15∼20년 내에 중국이 수입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것으로 나프타와 아스팔트·TV카메라 부품·안경렌즈·도료·차량용 축전지·가정용 정수기 등이 품목에 포함돼있다.
민감품목은 지난해 대중 수출액이 310억6천만달러로 중국이 10년 내 관세를 철폐키로 한 공산품은 4천696개이며 수출규모는 1천103억2천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중 제트유와 L형강·스테인리스 열연강판 등 FTA 발효즉시 관세를 철폐하는 품목도 있고 반도체 제조장비와 유선 통신기기 등 5년내 철폐품목, 냉장고·에어컨·밥솥·LCD패널 등 10년내 철폐품목 등이 포함돼있다.
◇ 전문가들, 대체적으로 긍정적 반응
전문가들은 이번 FTA에 대해 대체적으로 대중 수출증가를 비롯한 효과를 기대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선 한·중 양국이 경제적 결속관계를 강화하면서 불안한 동북아 정세의 지정학적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 원산지를 국산으로 인정해 특혜관세가 적용되는 점이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상호 국익을 고려해 민감분야 품목을 FTA 협상과정에서 관세양허 대상에서 빼 낮은 수준으로 타결된 부분이 아쉬운 점으로 손꼽힌다.
농수산물 등은 국내 농어민의 피해가 예상돼 정부가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향후 원만한 국회 비준처리를 위해서라도 피해분야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대부분 전문가들은 투자·서비스분야의 경우 협상타결 자체보다는 향후 중국이 타결안을 성실하게 이행하는지 예의 주시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최근 국내에 유입되는 중국 자본의 흐름을 보면 제조업·서비스업 등에 투자되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대부분 부동산과 주식·채권 등 금융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결코 우리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비스산업의 경우 긍정적인 기대가 큰 상황으로, 의료와 법률·교육·문화산업 등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 진출에 긍정적인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파악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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