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어디로 가는가

산업 / 송현섭 / 2006-09-01 00:00:00
비현실적 産銀 사주책임론

현대건설 매각이 공동채권단의 일원인 산업은행 김창록 총재의 옛사주에 대한 경영책임에 대한 최근 지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현대건설의 1대주주인 현대중공업과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의 갈등으로 범현대가의 집안싸움으로만 비춰졌던 만큼 앞으로 채권단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김 총재의 발언이 가격인상을 유도한 측면이 강하다며 굳이 책임이 있다고 인수협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범현대가로 넘어갈 현대건설에 대한 여론의 비난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도 재계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싸고 현대그룹의 인수자격 논란이 한창이다. 우선 지난 3월 현대중공업이 지분을 매집, 1대주주 지위를 확보하자 이에 맞서기 위한 현대그룹의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작 매각을 주도하는 채권단에서 새로운 반응이 나왔다.

그동안 범현대가 이외에 인수의향을 보이는 인수자가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매각의 핵심주체이지만 침묵을 지켜왔던 산업은행 김창록 총재가 사주책임을 거론하며 포문을 열고 말았다. 지금까지 전개과정을 고려할 때 공적자금을 투입해 워크아웃을 종료한 현대건설을 부도를 초래한 옛사주에게 매각할 경우 예상되는 비판하는 여론을 사전에 의식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업계1위인 현대건설을 인수할 세력이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범현대가의 행보가 빨라지는데 따라 가격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채권단이 워크아웃업체 매각관련 규정을 들어 굳이 현대그룹을 배제를 했다가는 자칫 현대건설 매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라는 논리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대한 매각까지 진행되는 마당에 공동채권단이 현대그룹으로부터 인수참여를 배제할 수 있다는 논리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사실 관계규정은 부실책임 있는 구사주는 원칙적으로 우선협상에서 제외하되 책임정도와 사재출연 등 경영정상화 노력의 사후평가를 통해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M&A전문가들은 현재 애매한 워크아웃 종료기업 매각규정을 적용해 현대그룹의 경영정상화노력을 검증하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입찰배제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예정된 수순으로 보는 견해가 있기는 하지만 인수가격을 올려야 하는 채권단입장에서 당연한 지적이라는 긍정론 역시 일고 있다.

현대그룹의 입장에서 본다면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현대건설 사주였던 고 정주영·정몽헌 회장의 책임문제는 원칙적으로 해석하면 절대 인수를 해서도 할 수도 없게된다. 돌이켜 보면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지난 2000년 3월 현대증권 이익치 회장의 경질로 촉발된 현대그룹 경영권 갈등과 현대투신의 유동성 위기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더욱이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현대건설은 2000년에 4차례 자구계획을 발표했음에도 불구, 시장의 신뢰를 잃었으며 2000년 10월 1차 부도로 이어져 채권단에게 경영권이 넘어가게 된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부실기업의 워크아웃을 도맡다시피 한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꾸려진 현대건설 채권단은 이듬해인 2001년 5월 감자와 출자전환을 단행, 워크아웃을 진행했다.

그러나 악전고투 끝에 정상화와 대북사업에 주력하는 현대그룹에 대해 국민적인 여론은 긍정적이라 현정은 회장에게 고 정주영·정몽헌 회장의 책임을 떠넘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 회장의 경영승계로 인한 부실책임에 대해서는 부도 당시 사자가 아니라는 현대그룹의 입장과 포괄적인 승계로 간주해 부실책임이 있다는 채권단의 비판적인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구현대그룹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정씨일가의 현대중공업은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관계자들은 인수를 검토한 바도 없다는 수준으로 입장을 밝히는 등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대상선 지분 8%를 보유한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주력계열사이지만 현대중공업과 경영권분쟁이 진행중인 데다가 인수결과에 따라 현대그룹이 정씨 일가로 넘어갈 수도 있다.

재계에 따르면 만약 현대건설이 현대중공업에 매각된다면 현대상선 지분까지 함께 현대중공업으로 넘어가 현대그룹의 경영권은 결국 현정은 회장에서 정씨 일가체제로 들어가게 된다. 이와 관련 산업계 전문가는 “현대그룹이 인수협상에서 제외되면 현대중공업과 KCC 등이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으며 그룹의 경영권도 결국 현대중공업으로 넘어간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현재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현대그룹은 물론 범현대가에 대해서도 부실책임에 따른 인수자격문제를 거론하고 있어 양측을 모두 배제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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