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입이 비뚤어졌으면 말이라도 바로 해라

문화라이프 / 김형규 / 2014-09-21 21:17:07

[토요경제=김형규 기자] ‘한 가치(개비) 담배도 나눠 피우고….’


군에 다녀온 남자라면 누구나 불러봤을 군가 ‘전우’의 한 구절이다. 이 노랫말도 이제는 담뱃값 싸던 옛이야기가 돼 버릴 듯하다. 나눠 피우기엔 너무 비싸지기 때문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담뱃값을 4500원까지 올리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며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번 담뱃값의 인상폭은 2000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흡연자의 거부감 또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이번 담뱃값 인상을 국민건강 개선을 위함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이는 드물다. 정부가 더 솔직하게 증세를 이야기하는 게 더 현명하다.
복지확대 등을 위해 증세할 필요성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한 다음 내년 담뱃값 인상이 국민건강 개선과 함께 재정 건전성을 도모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는 세법개정의 배경을 이해시켜야 한다.


담뱃값 구성 항목 중 담배소비세 비중은 대략 20% 정도이고 지방교육세와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까지 포함하면 54% 정도가 된다. 납세자는 담뱃값 인상을 증세로 인식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므로 담배소비세의 인상은 세수확보와 국민건강 개선, 재정 건전화라는 목적이 모두 들어있다고 설명하는 것이 더욱 솔직하고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담뱃값 인상안을 보면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의 비중은 낮아지고, 건강증진부담금 비중은 높아졌으며, 국세인 개별소비세가 신설됐다. 이에 담배에 붙는 국세 비중이 기존 8.08%에서 21.29%까지 늘어나게 됐다.


사실 담뱃값이 2000원 오르면서 진정 흡연자를 금연에 이르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이 든다.


담뱃값이 4500원이 되면 인상초기에는 금연자가 늘어나겠지만, 심적 부담감이 줄어드는 몇 개월 후에는 다시 흡연을 할 가능성이 많다. 담배는 소비의 가격탄력성이 매우 낮은 대표적인 상품이기 때문이다.


담뱃값 부담으로 금연을 시도했던 기존 흡연자가 다시 흡연을 할 가능성이 있는 마지노선이 4500원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한, ‘서민증세’라는 말에 대해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하루 한 갑을 피우는 사람이 1년 동안 부담해야할 담배세가 121만원이라는 발표가 나온 가운데, 소득 최하위계층(30.8%)이 상위계층(24.1%)보다 흡연율이 6.7%나 높은 상황에서 급격하게 담뱃값을 인상할 경우 저소득층 흡연자들의 소득 대비 담뱃값지출액은 빈곤을 더욱 가중시킬 전망이다. 이는 저소득층에게 막대한 세금을 부담하게 하는 전형적인 서민증세이다.


담배는 백해무익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흡연으로 인해 연간 5만 명, 하루 135명이 사망하고 있다. 흡연자들 누구나 금연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 금연이다.
담뱃값을 볼모로 국민건강 운운하며 금연을 시킬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설득력 있는 금연정책을 편 후에 담뱃값을 인상한다면 증세가 목적이 아닌 국민 건강을 생각한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라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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