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F:Korea Corporate Governance Fund) 일명 장하성펀드가 태광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섬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행동을 개시하고 나섰다. 특히 대한화섬 지분 5%를 인수했다는 발표직후 증시에서는 태광그룹관련 주가가 급등하는 등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만연한 기업지배권의 왜곡현상과 주주의 가치실현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취지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소액주주운동이 경영투명성 제고와 건전화를 위한 견제기능을 넘어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해 직접행동에 나선다는 명분에는 의혹의 눈길이 보내지고 있다.
심지어 외국계 투기자본을 끌어들여 차익을 실현, 국부를 유출하는데 장펀드가 악용되는 것이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는 전문가들도 많다. 게다가 외국계 투기자본에 대해 연일 날선 비판을 하고 있는 진보진영에서도 장펀드가 얼굴마담으로 장하성 교수를 내세웠을 뿐이라며 본질적으로 론스타나 소버린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증시에서 심상치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월 1,200여억원으로 출범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일명 장하성펀드/장펀드)가 대한화섬 지분 5.05%를 매입한 것을 금감원공시를 통해 밝히며 구체적 활동을 개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소액주주운동을 이끌며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기업지배구조 개선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하성 교수 주장대로 지배구조를 개선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목적을 밝혔다.
이에 대한 증권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는데 실제로 태광그룹 관계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급등해 증시에 장펀드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일부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장펀드효과에 대한 기대는 지나친 것이라며 실제 소액지분을 확보, 주주권한을 행사하더라도 결코 기존 지배구조는 흔들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증권전문가는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운 장펀드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든다”며 “대한화섬의 경우 태광그룹 대주주와 계열사가 지분의 70%를 보유하고 있는데 불과 5%의 지분으로는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화섬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 14.04%, 태광산업은 16.74%, 성광산업이 14.04%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계열사의 우호지분이 70%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한화섬 지분에 대한 추가확보가 없는 상태로는 실효성 있는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 수 없으며 회계장부의 열람, 이사 선·해임요구로 한정된 권한을 행사할 따름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장펀드의 지배구조 개선노력에도 불구, 주총에서 대주주가 일련의 요구들을 묵살하거나 거부하면 대책이 없다며 기대가 너무 부풀려진 것 같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 가운데는 긍정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은데 소액의 지분을 확보했더라도 지배구조를 꾸준히 거론하면서 기업지배구조를 점진적으로 개선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환위기이후 국내 증시에도 많은 펀드가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운용됐지만 실제로 행동을 취한 적은 전무했다”며 “장펀드가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을 만큼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증시에서 비중이 큰 기관투자자들이 주주권한을 적극 행사해야 하며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장펀드의 액션을 따르는 기관이 증가하는 밴드왜건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장하성 교수는 대한화섬의 주가가 저평가돼 순자산가치의 5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자산은 많지만 지배구조 때문에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분매집 배경에는 태광그룹이 대한화섬을 내세워 우리홈쇼핑, 예가람저축은행의 지분매입 등 무분별하게 사업확장에 나선 것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장펀드는 대한화섬 지분취득을 계기로 태광그룹에 대한 경영참가 의사를 밝혔는데 즉각 소액주주 권리 개선·독립적 이사회 운영·계열사간 거래 투명성 개선을 요구했다.
이밖에도 배당금 증액과 주주이익을 저해하는 유휴자산의 매각 등을 경영진에 요구했는데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가치투자의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계획까지 공언하고 나섰다.
그간 장하성 교수의 소액주주운동으로 여러 번 곤욕을 치렀던 재계는 물론 이번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지만 지배구조 개선을 표명한 장펀드를 꽤 불편한 심기로 바라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재계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이 자신의 권익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는 정당하며 일련의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전제, “그러나 지분을 확보해서 경영권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심스런 견해를 피력했다.
반면 장펀드가 표명하는 사회책임투자는 기관투자자가 그동안 소극적인 주주권리를 행사했던 것과 달리 투자기업의 경영에 직접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주 행동주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는 단순 시장수익만을 추구하던 펀드의 수동적인 모습에서 탈피해 지분투자가 이뤄진 후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을 활용, 기업가치 향상시켜 고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구미선진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이뤄지는 사회책임투자는 현재 총자산의 15%수준인 3,000조원규모인 것으로 파악되며 공공성이 강한 연·기금과 개인투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우선 장펀드는 미국계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가 자금을 조달, 운용하고 있으며 소액주주운동으로 유명한 고려대 경영대학장인 장하성 교수는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990년대이후 매년 삼성전자 등 대기업 주총에서 재벌들의 경영행태와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며 소액주주운동을 이끌어온 핵심인물인 장 교수가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된다.
이번 대한화섬 지분인수를 계기로 공식적으로 향후 국내기업 직접투자계획을 밝힌 장펀드는 美버지니아대·조지타운대 재단 등 국내외 10여개 기관이 투자한 1,200여억원으로 운용된다.
또한 지난 4월에 출범한 장펀드는 향후 4∼5개정도 기업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할 예정이며 운용자금의 규모를 늘려 올 연말까지 2,000억원대의 자금을 운용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장 교수가 운용위원으로 활동하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라자드와 기업정보컨설팅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향후 모든 수익금은 사회공익재단에 기부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펀드의 투자고문을 맡은 장 교수는 자산운용사 라자드의 투자기업 선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실제 투자집행은 라자드가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되는 체제로 운용된다.
장 교수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사회책임투자(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를 위해 장펀드의 자문을 맡고 기관투자자로 직접 주주권익에 따른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지배구조 불투명성이 경제성장과 발전을 저해하고 있으며 한국기업의 주가수익·주가순자산비율 등이 외국기업보다 낮게 평가됐다는 장 교수의 주장에 비중이 실리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앞으로 장펀드가 상장사 가운데 기술수준과 수익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의 지분을 확보, 주주로서 지배구조의 개선을 요구해 투자가치를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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