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혼돈의 시대, 책에게 길을 묻다

산업 / 황지혜 / 2006-08-25 00:00:00
새로운 삶에 대한 모색, 대안 찾기 '담론의 발견' 니체에서 니진스키까지, 붓으로 그린 지식 지도

"우리는 망망대해에서 배를 뜯어고쳐야 하는 뱃사람과 같은 신세다. 우리에게는 부두로 가서 배를 분해하고 좋은 부품으로 다시 조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제도에 적응해도 하루가 지나면 훌쩍 또 다른 제도가 생겨, 이를 뒤쫓아 가기에도 버거운 현실이 됐다. 이처럼 제도도, 조직도 변화무쌍하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대처해 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 때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그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며, 인간의 사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책'에서 그 해답을 찾은 이가 있다. 한겨레신문의 고명섭 기자가 지난 몇 년 동안 신문 지면과 출판 잡지에 쓴 서평 기사를 엮어, 지금의 혼돈 세계를 다채롭게 바라보기 위한 시야를 제공하는 필독서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저자가 다루는 '책'의 스펙트럼은 대단히 넓어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과 대중문화 등 전 방위적으로 이 시대를 조감할 수 있는 대표적 저서 150여 권을 분석하고, 해당 분야의 윤곽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책을 읽어가는 과정이 마치 150여 권의 책들을 하나의 모자이크의 조각들처럼 분리했다가 조립해, 현재와 미래를 가리키는 큰 그림을 구성해 가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깊숙한 담론' '급진적 태도' '새로운 관점'을 중심으로 지은이가 고른 책은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가 담겨 있으면서도, 정체되고 굳어지기 쉬운 우리의 삶을 자극하고 위협하는 급진적·근본적 질문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어렵거나 거부감이 있는 책만을 다루고 있지 않는다. 독자가 내용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정확하고 내실있게, 그리고 최대한 쉽게 전달하려 했다. 내용을 이해하면서 세계를 해명하는 통찰, 기존의 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꿈꿀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방법을 찾게끔 도와주고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지식이란 '앎과 삶의 황홀한 어우러짐'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마다 상처받으면서 얻은 앎을 전수받는 과정이다. 앎을 얻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고통과 상처를 이해해 간다는 것이기도 하다."

책을 통해 '노이라트의 배'를 탄 항해사가 되어 매일같이 항해일지를 쓰는 저자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된다. 파도가 몰아치건, 태양이 작열하건 빠짐없이 일지를 쓰는 항해사에게도 절망, 고통, 공포, 불안이, 그리고 희망과 열망이 배어 있지만, 그가 쓴 일지를 통해 또 다른 것을 볼 수 있는 경험과 눈을 발견 할 수 있다.

저자의 말 대로 앎이 곧 삶으로 이어지고, 지식을 통해 우리는 삶을 높여 나간다. 이때 기존의 틀을 벗어나 그것에 대적하고 새로운 세계를 기획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현재를 진단할 수 있는 책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

자신의 삶에서 끊임없이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독서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외침이 '지금, 여기'서 구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파고든다.

고명섭 지음, 한길사,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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