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총리, 야스쿠니 참배 강행

산업 / 최윤지 / 2006-08-22 00:00:00
자국 내 반대여론 무시, 국제여론도 비우호적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주변국들의 만류와 국내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지난 15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일본 종전 기념일인 8월 15일을 맞아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이후 21년 만이다.

요미우리 신문에 의하면 일본 정부는 15일 참배를 앞두고 두 차례에 걸쳐 극비리에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가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갗 라는 질문의 이 조사에서 7월 하순에 실시된 첫 번째 조사 결과는 찬성이 반대보다 조금 많았다.

그러나 조사 직후인 지난달 20일, 고 히로히토 일왕이 A급 전범의 야스쿠니 합사에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도미다 아사히코 전 궁내청 장관의 비망록이 알려지면서 반대쪽 여론이 들고 일어났다. 이달 초 실시된 재조사에서는 반대여론이 훨씬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여론에도 불구 고이즈미 총리는 참배를 강행했고 이날 하루 참배자 수는 작년 같은 날보다 5만 3000명이 늘어난 25만 8000명을 기록했다.

여야를 망라한 ‘모두 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56명은 이날 총리의 뒤를 따라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고이즈미의 아이들’로 불리는 자민당 초선의원 6명은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가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린다”면서 치하했다.

반면 민주당과 공산당, 일본신당 등 야당 지도부 인사들은 일제히 고이즈미 총리를 비난하는 회견을 갖거나 성명을 냈다.

연립여당의 한 축인 공명당의 간자키 다케노리 대표는 물론, 자민당 내 유력인사인 가토 고이치 전 간 사장 등도 참배를 비판했다.

아사히 신문은 ‘야스쿠니 참배, 귀를 닫고 눈을 감았다’는 제하의 16일자 사설에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이웃 국가들의 우려와 반발은 물론, 국내 반대여론마저 무시한 야스쿠니 참배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와 일본변호사연합회 히라야마 세고 회장 등은 “총리가 종교법인인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한 것은 정교 분리를 정한 헌법 20조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인사들도 우회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미타라이 후지오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은 “총리 개인의 판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경제동우회와 일본상공회의소 등은 “이웃나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차기 총리의 과제”라며 다음 총리에게 참배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반대해오던 가토이치 전 자민당 간사장 자택 겸 사무실이 일본 극우단체 소속 활동가로 추정되는 용의자에 의해 방화, 전소되기도 했다.

가토 전 간사장은 앞서 강행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언론과의 회견에서 “일본과 중국, 일본과 한국 관계, 그리고 아시아 외교는 붕괴했다”며 “총리에게 공적·사적의 차이는 없다. 총리의 외교에 대한 행동은 마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력 비판한 바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소식이 알려지자 국제 여론도 들끓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국제 정의에 대한 도전이자 인류의 양심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난했고, 리자오싱 외교부장은 미야모토 유지 주중일본대사를 불러 강력한 분개와 규탄의 뜻을 표시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일본 군국주의 침략전쟁으로 피해를 본 인민의 감정을 해치고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파괴하는 고이즈미 총리의 행동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또 “국제사회와 아시아 이웃나라, 일본국민의 우려와 반대에도 고집스럽게 1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방분한 것은 국제 정의에 대한 도전이자 인류의 양식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베이징과 홍콩의 주중 일본대사관 주변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비난하는 반일단체들의 시위가 열렸다. 이에 중국 내 일본대사관과 각 지역 총영사관은 자국 교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권하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외무부도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강행은 중국과 한국, 여타 아시아 국가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킬 것이며, 남동아시아를 포함한 동사이아 관계 강화와 협력에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고 유감의 성명을 발표했다.

대만 외교부는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향상시키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이즈미 총리를 바라보는 아시아권 밖의 시각도 곱지 않았다. 호주 일간 에이지는 고이즈미의 후임자는 “한국과 중국의 분노를 달래고 일본이 국제 문제에서 더 큰 일을 할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비판적 시각으로 일본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에 다시 납득시켜야 한다” 고 지적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즈는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로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점점 더 고립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고이즈미 퇴임 후에도 일본과 한·중의 관계가 해빙기를 맞을 것 같지 않다” 며 “고이즈미의 후계자로 유력한 아베 신조 관방장관도 극렬한 국수주의자로 알려졌으며 취임 후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의지를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16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강행으로 한·일, 한·중 관계가 경색되고 있다”며 “일본 외무부가 차기 정권 출범에 맞춰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연내 정상회담 개최를 목표로 정지작업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덧붙여 “한국, 중국의 반일 여론이 높기 때문에 정상 간의 국가 방문은 당분간 어렵다고 보고 11월 아·태 경제협력회의나 12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 및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정상회담 실현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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