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 3총사 월가 '컴백'

산업1 / 최윤지 / 2006-08-22 00:00:00
'주주행동주의자'로 탈바꿈, 속내용은 여전

1980년대를 주름잡던 인수·합병(M&A)계의 거장들이 제 2의 전성기를 누리며 여전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넬슨 펠츠(70), 커크 커코리언(89), 칼 아이칸(70)이 그들이다. 이들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재력을 바탕으로 다시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16일, 최근 몇 개월 동안 세계 최대의 케첩 회사인 하인즈 경영진과 다툼을 벌이고 있는 넬슨 펠츠 등 왕년의 기업 사냥꾼들이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80년대 스내플, 웬디스 등 식품업체를 공격한 전력이 있는 펠츠는 올 들어 하인즈의 2대 주주로 급부상했으며 자사주 매입과 자산 매각 등을 회사에 요구, 지난 6월 1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인상, 15개 공장 폐쇄 등을 약속받았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펠츠가 최근 미국의 미디어 기업 트리뷴의 지분 1.2%를 사들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트리뷴의 주가는 4%나 뛰었다. 펠츠의 매입 의도가 정확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 대주주의 구조조정 요구로 갈등 중인 트리뷴에 펠츠가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이 요동친 것이다.

펠츠 외에 한국에서도 KT&G 분쟁으로 잘 알려졌으며 올 들어 타임워너를 상대로 기업 분할 압력을 가하고 있는 칼 아이칸, 제너럴 모터스의 주요 주주인 커크 커코리안 등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순자산(2006년, 포브스지 추정)은 커코리안과 아이칸이 각각 87억 달러, 펠츠가 11억 달러이다.

GM의 대주주인 커코리안은 과거 MGM영화사, 크라이슬러 등과 경영권 분쟁을 치룬 전력이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이 4대 주주인 GM 경영진을 위협해 르노·닛산과 삼각연대를 맺도록 압박하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GM은 공장 폐쇄, 노동자 감축 등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커코리안의 압박을 물리치지 못하는 상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업 주식 지분을 취득해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를 압박하거나 직접 회사 경영권을 장악해 이익을 얻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 이들은 최근 법적인 문제로 활동을 그만둔 ‘정크본드의 왕’ 마이클 밀켄과 연대해 한때 ‘제맘대로(NHB) 자본주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주주자본주의’를 표방한 이들의 무자비한 행태는 건실한 기업마저 문닫게 하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실업자로 전락하는 등 폐해가 속출해 적잖은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노동자를 해고하고 공장을 분산해 매각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은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었으나, 경제 전반적으로는 고용불안과 경영여건 악화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90년대에는 미국 기업들이 ‘독약처방(Poison pill:적대적 인수합병 위기에 처한 기업이 신주 발행 등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것)’ 등을 도입하면서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후 헤지펀드가 기업 사냥꾼 영역을 잠식하면서 이들의 전성기도 막을 내리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GM이나 타임워너 등에서 이들은 여전한 건재를 과시하며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겉모습은 ‘주주자본주의 활동갗로 바뀌었지만, 실적이 나쁜 경영진을 골라 공격하는 수법은 그대로다.

주권 대리투표 자문사인 인스티튜셔널쉐어홀더서비스(ISS)의 크리스 영 대표는 “기업사냥꾼들이 스스로를 주주로 재탄생시킨 것을 빼면 과거와 현재의 활동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주주운동의 실체는 경영전략, 자산매각, 배당 등을 주주가 더 많은 돈을 챙길 수 있는 쪽으로 선동하고 주주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더 많은 의결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주주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이나 배당 증가 등으로 당장의 이익이 늘어나 나쁠 것이 없지만 경영진에겐 악조건이다.

헤지펀드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고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을 대상으로 복잡한 금융기법을 구사하는 것과 달리 이들 기업사냥꾼들은 좀더 직접적으로 움직인다. 유명 기업 주식을 매입해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이사회의 임원 자리를 요구하기도 하며, 기업 분사나 자신들의 주식을 비싼 값에 되사도록 강요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성기인 80년대 보다는 다소 덜 공격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92년 아이칸이 적대적인 방법으로 인수했던 미 항공사 TWA가 결국 파산을 신청하는 등, 무리하게 인수를 강행한 일부 기업이 오히려 경영 악화 현상을 보였던과거를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완력을 덜 쓰는 대신 최대한 이익을 얻어내는 방식은 최근 증시 침체기를 맞아 기업사냥꾼들에게 또다른 전성기를 구가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파이낸셜 타임스는 엔론의 회계부정 사태 이후, 주주들이 과거처럼 단기적인 시세차익에 주력하기보다는 경영 투명성을 높여 기업이익을 극대화하는 주주행동주의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회계의 정확성과 단기 이익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심해지면서 과거의 기업 사냥꾼이나 워런 리히텐슈타인 같은 신흥 주주행동주의자들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