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펀드 투자자 모두 ‘피눈물’
개인은 덜 떨어지는 걸 팔고 기관은 더 떨어지는 걸 팔고
결혼자금 마련, 대출 학자금 상환 등 투자 이유는 달라도
폭락 장세에 허탈한 마음과 빈 통장은 한 가지
“작년 초부터 생활에 지장없는 돈 500만원을 가지고 주식을 시작했다. 우량주 위주로 투자를 하니 300만원을 벌었다. 점점 욕심이 생겨서 투자금을 늘리다 보니 지금은 총 투자금 4000만원에서 (2500만원을 잃고)1500만원만 남았다. 4000만원 투자하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직장에 소홀해지고 정신은 피폐해지고 돈은 돈대로 잃었다. (…) 요즘 주식은 4000만원에서 끝내자고 계속해서 자기 암시를 한다. 오늘 주식매매 프로그램을 컴퓨터에서 지우고 내일부터 종가만 확인하려고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 증시가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가운데 주식 및 펀드에 손을 댄 개미투자자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특히 증시 급락과정에서 저가매수에 나선 개인들은 큰 손실을 본 것으로 관측된다.
코스피지수가 폭락세로 돌변한 지난달 26일 이후 이달 17일까지 15거래일 동안 개인들이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은 평균 36.85%나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501.63에서 1180.67로 21.37% 떨어진 것에 비해 무려 15%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기관과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수익률은 각각 평균 -11.05%와 -15.27%에 그쳐 개인들보다 훨씬 선방했다. 순매도 쪽도 비슷한 양상이다. 개인들이 이 기간 순매도한 상위 20개 종목은 6.64%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순매도한 상위 20개 종목은 각각 38.07%와 26.77%까지 크게 떨어졌다. 개인은 덜 떨어지는 걸 팔고, 기관과 외국인은 많이 떨어진 종목을 팔았다는 얘기다. 이를 종합하면, 개인들이 급락장에서 사들인 종목은 폭락하고 팔아버린 종목은 덜 떨어져 시장의 흐름에 반대로 간 것으로 평가된다.
개인들이 순매수한 종목은 포스코,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지에스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등 최근 증시급락을 주도한 종목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개인들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기, 케이티, 현대모비스, 에스케이텔레콤 등 하락률이 10% 미만에 머물며 ‘경기방어주’ 역할을 하는 종목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달 10일 코스피 지수 1200선이 무너지는 등 증시 폭락이 이어지면서 쌈짓돈을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시름에 젖었다.
한 인터넷 재테크 카페에는 답답하기만한 개미투자자들의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회원들은 “한강에 가야 할 판”, “눈물만 난다”, “이젠 웃음만 나온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하이맘’ 회원은 “10년 가까이 주식을 했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며 “수익률이 -80%대로 거의 포기상태”라는 글을 올렸다.
‘노교수’ 회원은 “97년에 이어 내 살아생전에 이런 꼴을 두 번이나 볼 줄 몰랐다”며 “이번에는 전세계적으로 다 나빠 더 힘들 것 같아 나 자신보다 나라걱정이 더 된다”는 시각이었다.
‘블루칩6’ 회원은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는 증시 격언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닌 것 같다”며 “신이 계시다면 이제 33년 산 제 인생 열심히 살겠으니 제발 살려달라”는 호소의 글을 썼다.
어머니, 동생의 돈과 결혼자금까지 모아 두 달 전에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는 ‘이름無’ 회원은 “4년간 안 쓰고 안 입으며 모은 돈이 원금의 1/5만 남았다. 자살하는 사람들이 절실히 이해된다”며 “정말 죽고 싶다”고 글을 올렸다.
한 증권정보 사이트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주식 경력 10년의 한 투자자는 “ 요즘 같은 장은 그야말로 처음 보는 장이라 대책이 안 선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 패닉상태, 자포자기, 무대처로 일관하고 세상이 좋아지기만을 바라고 있다”며, “미국 증시하락을 보면서 그 정도는 폭락이 아니라 하락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펀드투자를 선택했던 이들의 시름은 더 크다. 이달 초 해외펀드 수탁고 중 유망 펀드로 분류됐단 러시아 펀드와 중국 펀드는 -50%대를 기록하며 펀드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 사이에만 약 1조원 이상의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여유자금을 가지고 지난해부터 펀드에 투자했다는 직장인 김모(31·여·대전시 중구 오류동) 씨. “4개의 종목에 1000만 원을 투자했다. 현재 250만 원 정도의 손실을 봤다”는 그는 “바닥을 쳤기 때문에 투자한 종목은 그냥 놔둘까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막막하기만 하다”고 푸념했다. 특히 중국 쪽 펀드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는 김씨는 “펀드에 투자할 당시 위험부담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채 펀드 설계사들이 단순히 판매만을 위해 고수익을 약속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외화예금을 깨고 달러를 판 돈으로 펀드에 투자했다는 회사원 김모(49) 씨는 지난해 10월 그동안 모은 외화예금을 깨고 달러를 판 돈 1000만 원으로 중국펀드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 초반 수익률 30%를 보고 추가 투자를 결심했던 그는 “현재 수익률은 -55%를 달리고 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가입도 하지 않았겠지만 무엇보다 억울한 것은 외화예금을 써버린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결혼자금을 투자해 투자금의 절반을 허공에 날렸다는 회사원 강모(28) 씨는 “지난해 펀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더해 펀드 설계사의 고수익 보장 등의 설명을 듣고 그동안 결혼을 염두에 두고 모은 전 재산 3000만 원을 각종 펀드에 투자했다가 그중 절반을 허공에 뿌려야 했다”고 말했다.
학자금을 갚기 위해 없는 돈에 펀드를 가입하게 됐다는 한 회사원은 “저축을 많이 할 수 없어 원금이 100만원 정도 되는데, 이 중 약 30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펀드가입 당시에는 수익률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던 시점이라 주저함 없이 선택을 했다”는 그는 “적립금 액수도 얼마 안 되는데, 여기서 또 어느 정도를 날리게 됐다니 속이 이만 저만 상하는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한 인터넷카페에는 "적립식 펀드 3개를 3년째 보유 중인데, 지난해 지수가 2000을 돌파할 때 수익률이 75%에 달하더니 어느새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글이 올라왔다.
상황 초기, 투자자들이 수시로 전화를 걸어오는 증권사에서는 다양한 불만을 쏟아내는 투자자들을 위로하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A증권사 직원은 "투자자들이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으면서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에만 욕을 하니 참담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상황이 ‘바닥상황’에서 ‘안정화’되면서 투자자들은 대체로 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증권사 직원은 “요즘은 매매도 없고 저가매수도 ‘좋던 시절 이야기’가 됐다”며, “1000선이 무너질 것 같느냐는 문의는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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