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과 미국 킴벌리클라크가 42년간 공동으로 경영해 온 유한킴벌리 이사 선임 비율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사선임 비율이 소송의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최근 유한킴벌리의 실적 부진에 따른 갈등이 한몫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한양행이 유한킴벌리 지분 70%를 갖고 있는 킴벌리클라크를 상대로 현행 이사 선임 비율 유지, 최상후 이사 후임으로 유한양행 측 추천인 지명, 최규복 대표이사 해임 동의 등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업계에서는 42년을 이어온 파트너십이 이번 소송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이사선임 비율이 원인
최근 법조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유한킴벌리 지분 70%를 갖고 있는 킴벌리클라크 헝가리 법인을 상대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지난 1970년 킴벌리클라크와 유한양행은 6대 4 비율로 공동출자해 합작법인 유한킴벌리를 설립했다. 출자 비율에 따라 양측은 이사 7명 중 4명은 킴벌리가, 3명은 유한양행이 선임키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1998년 유한양행이 유한킴벌리 지분 10%를 넘기자 킴벌리클라크는 지분에 맞춰 이사 선임 비율을 5대 2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한양행은 이사 선임 비율을 기존과 같이 3대 4로 유지하기 위해 소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상후 이사 후임으로 유한양행 측 추천인 지명, 최규복 현 대표이사 해임을 요구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유한킴벌리는 매출이 늘며 높은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며 “주주총회에서 안건과 관련해 주주간의 상호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안도 서로간 잘 논의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주가 향방은?
유한킴벌리를 공동경영해 온 유한양행과 미국 킴벌리클라크가 법정다툼을 벌이게 됐다는 소식에 유한양행 주가가 4%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지난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유한양행은 오전 11시55분 전 거래일보다 4.49%(6000원) 내린 12만7500원을 기록했다. 개장과 동시에 1.12% 빠졌던 주가는 장 중 낙폭을 확대했지만 종가는 1.5%(2000원) 하락한 13만1500원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다음날 27일 1.14%(1500원) 상승,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28일 전일보다 1.5% 하락한 13만1000원을 기록했다. 이날 하락은 삼성증권이 지난 27일 유한양행에 대해 중국 사업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투자의견 ‘중립’과 목표주가 14만원을 유지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 전문가들은 유한양행의 주가 향방에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미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킴벌리클라크가 요구하는 비율대로 이사 선임이 조정되면 경영권 등 힘의 무게가 킴벌리클라크로 기울게 될 것”이라며 “이는 유한양행 입장에서 사업 관련 결정권이 약해진다는 점이기 때문에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유한양행의 기존 사업에 영향을 주거나 지분법 이익이 변동하는 등 펀더멘탈상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킴벌리클라크가 더 많은 로열티를 요구하면 유한킴벌리의 비용이 증가해 이익이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알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한양행에 기대하는 부분이 유한킴벌리라는 점에서 경영권 약화는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킴벌리클라크가 로열티를 요구한다고 해도 성장세를 꺾을 만큼의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신정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한양행이 킴벌리에 패소한다고 해도 현재 지불하는 2.45%의 로열티율이 단기간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 법정 소송 속내는
이번 법정 소송은 이사선임 비율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유한킴벌리의 실적 부진에 따른 갈등이 한몫을 한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2007년 문국현 전 사장이 퇴임하기 전 유한킴벌리는 매년 12~17%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2월 유한킴벌리는 9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올스타’로 선정됐다.
그러나 현 최규복 사장이 부임한 2010년 이후 경영실적이 악화되면서 유한양행이 현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임시주총에 올리며 책임을 물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유한킴벌리의 매출액은 2010년 1조2천94억원에서 작년 1조3천41억원으로 6%(947억원)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10년 1천495억원에서 작년에는 1천353억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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