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돈따와라, 지쳐서 그만뒀다''

산업 / 김사선 / 2020-02-05 16:23:44
"아주대병원, 뭐만 하려고만 하면 '돈' 요구"..."간호사가 유산으로 힘들어해도 '돈' 얘기만"
"한국에선 안 된다는 생각만 들고 이번 생은 망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다"
아주대병원과의 갈등 끝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국종 교수가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에서 취재진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대병원과의 갈등 끝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국종 교수가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에서 취재진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김사선 기자] 유희석 아주대학교 의료원장의 갑질 폭언으로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을 사임한 이국종 아주대 교수가 5일 “아주대병원이 돈(예산)을 따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고 이제는 지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 회의실에서 기자들에게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장 사임원 제출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달 13일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이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에게 “때려치워 이 XX야” 등의 욕설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권역센터의 응급환자 수용 거부, 중증외상환자 진료방해, 진료거부, 진료기록부 조작, 닥터헬기 운용 여부 등 아주대병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이 교수는 지난달 29일 아주대병원과에 보직 사임원을 제출해 병원 측은 4일 사임원을 수리했다.


이 교수는 “닥터헬기 출동 의사 인력 증원 문제도 사업계획서상 필요 인원이 5명임에도 인력이 부족해 실제로 1명만 타왔다”고 폭로했다. 이어 “병원에서 나머지 인원은 국도비를 지원받으면 채용 가능하다고 조건을 달았다”면서 “이것은 결국 필요하면 돈(예산)을 따오라는 의미였다”고 주장했다.


그는“늘 이런식으로 무엇을 하려고만 하면 병원 측에서는 예산 요구를 했고 간호사가 유산이 되고 힘들어해도 돈, 돈을 따오라고 이야기해 이제는 더 이상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


병상배정 등 병원측과 겪은 갈등에 대해서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에 병상을 배정하지 말라는 내용이 적힌 병상 배정표가 언론에 보도되자 사실이 아니라며 원무팀이 자체적으로 했다고 하는데 원무팀이 위에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원무팀 스스로 배정표를 붙이는 일을 할 리가 있겠냐”고 주장했다.


이국종 교수는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과의 갈등에 관련해 “병원장이라는 자리에 가면 ‘까라면 까’라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며 “병원장과 손도 잡고 밥도 먹고 설득도 하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고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그는 “말을 해도 속이 하나도 시원하지 않다, 한국에선 안 된다는 생각만 들고 이번 생은 망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이 교수는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잘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외상센터에서 나갔으면 좋겠지만 나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병원은 저만 없으면 잘 될 것이라는 입장인 것 같은데 나도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외상센터장 사임으로 그가 주도하며 이끌었던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 운영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도가 5일 아주대병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현장조사에 나선데다 경기남부경찰청도 내사에 착수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남부권역 외상센터는 과거 의사 3명, 간호사 2명으로 꾸려져 24시간을 운영하던 과거 아주대병원 중증외상 특성화센터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교수가 절대적인 역할을 담담해 왔기 때문이다.


한편 아주대병원은 지난달 29일 병원측의 갈등 끝에 제출한 외상센터장 사임원을 4일 수리했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외상센터 의료진을 비롯한 여러 교직원의 의견을 듣고 일주일간 숙의한 끝에 이 교수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면서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국종 교수는 아주대병원 교수직을 유지하며 진료와 강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 관계자는 "외상센터장 자리에서만 물러난 것이어서 환자를 진료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의대 교수로서의 역할은 그대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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