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사모대출 조사 파장…국내 기관투자자 ‘대체투자 리스크’ 재점검 불가피

기업분석 / 이덕형 / 2026-05-16 23:33:11
美 검찰, 자산 부풀리기 의혹 조사…국민연금·보험사 해외 사모대출 노출도 주목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검이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산하 사모대출 펀드인 블랙록 TCP 캐피털(TCPC)의 자산평가 방식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긴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 기업이 직접 연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국내 연기금·보험사·증권사들이 해외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 온 만큼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 전반의 리스크 점검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자산운용사 블랙록 로고/사진=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최근 몇 달간 블랙록 TCP 캐피털을 상대로 자산가치 평가 및 부실 반영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블랙록 TCP 캐피털은 중견기업 대상 기업대출에 투자하는 상장형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다. 블랙록이 지난 2018년 테넌바움 캐피털을 인수하면서 편입된 운용 플랫폼이다.

시장 충격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블랙록 TCP 캐피털은 올해 1월 일부 투자자산 부실화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기준 순자산가치(NAV)가 직전 분기 대비 약 19% 급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공시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사모대출 자산이 실제보다 높게 평가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고, 이는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 흔들림으로 이어졌다.

특히 사모대출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 규제가 강화되면서 급속히 성장했다. 

 

투자회사와 자산운용사, 비은행 금융기관(NBFI)들이 기업대출 시장을 대체하며 몸집을 키웠지만, 비상장·비유동 자산 특성상 객관적인 시장가격 산정이 쉽지 않다는 구조적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의 핵심을 “부실 존재 여부”보다 “부실을 얼마나 늦게 반영했느냐”에 두고 있다. 실제로 사모대출 자산은 거래 시장이 제한적이어서 운용사 내부 모델이나 추정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손실이 즉시 드러나지 않는 구조다. 반면 한 번 가치 재조정이 시작되면 순자산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시차형 리스크’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공개 자료상 한국 기업이 블랙록 TCP 캐피털 부실 자산에 직접 포함됐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의 부실 자산으로는 전자상거래 브랜드 통합업체 레이저(Razor Group), 주택 개조업체 리노보 홈파트너스(Renovo Home Partners)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대부분 미국·유럽 기반 기업들로 파악된다.

다만 국내 금융권은 이번 사태를 남의 일로 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은 글로벌 대체투자 확대 전략 속에 사모대출 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국내 보험사들도 저금리 장기화 이후 해외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으로 자금을 확대해 왔다. 

 

금융권에서는 “사모대출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자산평가의 투명성과 유동성 리스크가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 금리 고점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부실 차주 증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기간 급성장했던 전자상거래·스타트업·부동산 관련 차주들이 최근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사모대출 시장의 잠재 부실 우려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채권이나 공모채와 달리 사모대출은 시장가격이 실시간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보이는 착시가 존재한다”며 “실제 충격은 유동성 위기나 환매 요구가 몰릴 때 뒤늦게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사모대출 시장의 회계 투명성과 자산평가 기준 강화 논의도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금융당국 역시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와 기관투자자 리스크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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