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어김없이 노조가 파업을 감행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있다. 그런데 최근 포항 건설노조원 1,200여명들이 포스코 본사 건물에 기습으로 난입, 불법으로 건물을 점거한 후 직원 600여명을 9시간동안 감금하는 등 노조 불법행위가 갈수록 과격, 폭력화되고 있다.
이에 포항 시민들이 길거리로 나와 이들의 행동을 지탄하며 반대 시위를 벌였을 정도. 노조의 과격 운동으로 이제 시민들 조차 등을 돌리고 있다.
최근 포스코 본사를 점거했던 포항 건설노조는 농성 7일째인 지난 19일 건물의 벽면에 붙어 있던 대리석 조각 등을 떼어내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경찰이나 길을 지나는 포스코 직원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이번 포스코 사태는 노조의 불법행위가 극명하게 드러난 대표적 사례로 전국적으로 불법적인 노조 분규와 파업 사태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달간 발생한 분규 건수만 105건에 달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연간발생 분규건수의 36.5%에 달하는 수치다.
단순 노조 갈등이 야기되고 있는 상황부터 극단적인 파업·단식 농성, 소송에 이르기까지 노사간 갈등 과열 양상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가장 극심한 노조 갈등을 보이고 있는 곳은 건설·자동차 업계다.
그나마 현대자동차 사측이 노사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지난 27일 극적으로 타협에 성공했지만, 업계 전체에 후유증을 남겼다.
이미 현대자동차의 7월 국내 시장 점유율이 40% 이하로 하락될 가능성도 점쳐질 만큼 악화됐고, 생산 차질로 1조3,000억원 가량의 손실은 입은 상태다.
또 노조 파업으로 자동차를 제때 출고 받지 못한 고객의 항의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조업을 중단해야 했던 협력 업체 직원로부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노사측은 기본급 5.65% 인상, 성과금 최대 250%, 격려금 200만원 등 요구하며 2∼8시간 부분 파업에 들어갔고, 타결이 임박해지자 전면 파업으로 수위 강도를 높이면서 임단협 타협에 성공했다.
뒤이어 기아차 노조도 지난 18일부터 공장별로 한시적 부분 파업을 진행하면서, 이미 800여대의 생산 차질과 131억원의 매출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또 지난 27일 주·야 2시간씩 파업을 벌인데 이어 28일에도 주야 4시간씩 부분 파업에 잔업도 거부키로 하고, 여름 휴가기간 이후인 8월 7~10일까지 계속 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1,800여대 생산차질로 273억원 수준으로 추정된 피해액이 향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쌍용차 노조 역시 회사측의 986명 감원 및 임금동결 방침에 반발해 장외 투쟁에 나선 상태다.노조는 구조조정 철폐와 기본급 10.5% 인상(13만4,285원)및 필립 머터프 신임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올 들어 8일간 이어진 부분 파업으로 4,072대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그러나 노사간 이견 차가 워낙 큰 탓에 파업이 언제 끝날지 예측조차 하기 힘들고, 현대자동차 노조의 임단협 타결 성공으로 더 큰 요구를 제시해 올 수도 있어 좀처럼 노사 갈등을 잠재우기 어려울 전망이다. 격심한 노조 갈등은 금융권과 기타 사업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화재보험협회는 제정무 신임 이사장 취임을 두고 노조가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다가 제 신임 이사장이 법원에 노조 집행부를 대상으로 업무방해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 경찰이 지난 24일 노조 간부 3명을 연행함으로써 노사 대립에 따른 업무공백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선물거래소 역시 감사 선임 문제와 관련 노조가 '청와대 밀실 보은인사, 낙하산 인사'라며 크게 반발해 문제의 인사가 단일후보로 선정될 경우 곧바로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씨티은행, SC제일은행의 경우에도 각각 생리휴가비 미지급 문제로 노사간 소송 진행, 대출모집인 증원 등 변형된 인사제도에 반발한 노조의 농성이 한달째 진행중이다.
또 SK울산공장에서는 울산지역건설프랜트 노조 조합원이 울산석유화학단지 등에서 출근 선전전을 벌이며, SK측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미 지난 14일 SK 원유저장지역에서 집회를 여는 과정에서 SK경비기동대와 마찰을 한 차례 겪기도 했다. SK측은 자칫 '제 2의 포스코 사태'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울산에 이어 본사에서도 주 40시간제 시행관련 월차휴가 수당화, 해고자 2명의 복직을 요구하는 노조측과의 갈등을 겪고 있다. 50차례가 넘는 실무교섭에도 결렬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춘천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춘천지역 택시업계가 지난해 한시적으로 인하했던 사납금의 원상회복 및 기본요금 인상 방침을 밝히자, 8개 택시노조 조합원들이 향후 총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계속 협상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미 K택시 소속 조합원 46명은 파업에 돌입했다.
반면 세종병원은 간신히 임단협 핵심 쟁점에 극적 합의했다. 그러나 6개월간 계속된 장기간 파업, 용역직원에 의한 폭력사태, 노조의 릴레이 단식등 이례적이고, 극한 상황 끝에 연출된 결과였다. 또 저 멀리 제주도에서도 크라운프라자호텔이 노조측과 탄력근로제, 4시간 블랙타임제 골자로 한 새 취업규칙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도대체 왜 대한민국 전역에서 불법 파업, 분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노사대책팀 관계자는 "올해 들어 비정규직, 특수 고용직등 이전까지와 다른 비(非)전형적 그룹이 파업 혹은 분규의 주도세력으로 자리잡는 현상이 뚜렷해졌다"면서 "이후 좀더 과격한 양상의 분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7월에 이렇게 분규 발생건수가 많은 것은 2004년도 이후 임단협(임금과 단체협약의 줄인 말)의 개시와 타결 자체가 자꾸만 지연되는 추세라 타결이 3, 4 분기로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노조 운동은 산별 노조가 파업의 주축이 되거나 연계돼, 노사간 문제 뿐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와 같은 사회적 이슈를 결부시켜 국가 정책에도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특징을 보인다"면서 "그러나 노조 운동을 마치 민주 운동이라도 하는 것처럼 착각하며, 집단 이기주의를 보이는 양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노사팀 관계자는 "우리나라 노조 조합원의 운동권적인 기본 성향이 관성화돼, 여전히 불법, 폭력·과격 시위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라크 파병, 한미FTA등 사회 이슈에도 강한 관철 의지를 보이는 노조가 눈에 띄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연간 분규 건수는 6·29선언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가 90년대초 100건 이내로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다시 70년대 이전으로 돌아가는 유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IMF 사태와 참여정부의 집권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경총 관계자는 "대개 기업이 어려울 때 주로 분규가 많이 발생하는데 IMF이후 기업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작용해 노조의 교용 교섭에 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면서 "참여정부의 집권 이후 노동계의 기대감이 상승한 것도 불법 분규가 증가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 정부의 핵심 인사들은 노동계 등이 주도하는 불법집단행동에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보여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1980년대 노동문제 변호사 시절 주요 파업 현장중재에 나선 인연이 있는 데다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노동계의 도움을 받았던 것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 2월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취임시 "노조는 약자"라고 발언을 한 바 있고, 그의 취임 이후 노동부의 기본 기조는 '포용, 타협'이다.
매년 노동부가 발표하는 자료에 따르면 점점 분규 건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전국단위노조수 6,017개 대비 분규 발생건수는 아직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또 산별 노조의 분규 건수를 책정하는 것이 아직 체계가 정해져 있지 않아, 실제 체감하는 분규 건수보다 낮게 조사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경총의 관계자는 "연간 분규 발생 건수에는 산별노조중 현대차, 기아차등이 가입한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보건의료노조에서 발생, 제기하는 분규가 200건 정도 기본적으로 포함되고 있다"면서 "향후 산별노조가 조직화되고, 힘이 집중될수록 개별 기업체에 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 역시 "현재 산별노조의 모습을 보면, 정착되기까지 향후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산별노조는 동일한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를 단일 노조 아래 조직하는 전국적 규모의 노조 조직을 말한다.
산별 체제가 정착되면 노조가 개별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관련 산업전반의 공통적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며, 과거 대기업의 노조 이기주의도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엿보인다.
이어 지금까지 임금 등 근로조건에 불이익을 받고있던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공동교섭을 통해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지난 5월 현대차 이외에 기아, 대우 등 13개 노조가 산업 노조로 전환하면서 국내 노동계도 '산별 시대'로 접어들게 됐지만 아직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여서, 그가 가져올 긍정적 반향에도 자리잡기까지 당분간 노사간 갈등은 심화되고, 불법 분규 역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지금처럼 산별 노조가 조직화 될 경우, 노사간 공평한 위치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경총 관계자는 "전체 노동조합중 금속노조가 차지하는 비율이 80%인데, 이들 노조 운영비만 400억 정도"라면서 "특정 기업을 타겟으로 삼고, 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교섭, 투쟁에 이용하면 그 기업체는 부담으로 느낄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반문하며 "이제는 이들을 약자라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산별노조가 기업, 지역, 단체별로 이중, 삼중으로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도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분규의 빈도가 많아지면 기업이 느끼는 경영 부담이 커지게 된다.
또 최근 행보처럼 본래 교섭 대상에서 제외되는 '산별 의제' 혹은 사회적 의제를 계속해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이어 "권투를 하는데 한 쪽은 약자라고 칼을 쥐어주고, 한 쪽은 글러브만 끼고 공평하게 싸우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현 정부는 노조가 애당초 교섭 대상도 되지 않는 무리한 요구를 해와도 눈감아 주는 등 기본 틀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중재자·조정자 역을 먼저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정부의 적극 개입이 부족하다는 것.
따라서 "노사 양측이 준수할 수 있는 공정한 룰 질서, 틀을 확립하는 게 정부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라면서 "근거 없는 파업, 분규에 대해서는 강력한 행정지도를 통해 사전에 접근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대법원이 철도공사 노조에 2003년 불법파업에 대해 24억원을 손해 배상하라고 판결한 사례를 두고, 노조 운동 과정에서 불법적인 부분이 없다면 애당초 손배액을 묻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결국 정부가 불법적으로 자행되는 부분을 먼저 바로 잡지 못하고 사후에야 뒷수습을 하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도 노조문제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부도 산별노조에 대한 고민으로 전문가를 모셔놓고 토론회도 해보고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부가 앞으로도 노사 관계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결국 노동부는 노사 갈등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부는 '이런 좋은 교섭 체계가 있다' 정도의 방향 제시나 안내 정도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노동부는 '노사관계선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덧붙여 "노조가 자기 이익만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노조운동을 벌이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이제 국민들도 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합법적인 선에서 해야할 것"이라면서 "경영계는 투명·윤리 경영을 해, 기밀사항이 아니라면 경영 정보를 제공해 노사간 이해를 같이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노조측의 불만에도 나름 이유가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철도노조의 경우 파업자체가 직권중재 제도로 막혀 있던 때가 있었다"면서 "이런 경우 어쩔 수 없이 불법파업을 감행해야 하는 때도 있는데, 원인이나 배경은 고려하지 않고 불법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제 노조 운동에도 '산별노조'라는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서로 이해를 조율하고, 같은 뜻을 담아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이 노사 모두에게 주워졌다. 노조도 이전처럼 불법 파업을 협상의 '유일한 수단'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최후의 수단'으로 바꿔놓고, 파업 이외의 다양한 수단을 통해 요구를 제시할 방법을 모색해야 그 요구가 정당화될 수 있다. 복면을 쓴 채 쇠파이프를 든 노조의 모습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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