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화 되는' 넷마블 2조원 투자, 게임산업 '지각 변동' 때문일까?

산업 / 최봉석 / 2019-10-23 17:36:04
넷마블 전경. (사진제공=연합뉴스)
넷마블 전경. (사진제공=연합뉴스)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설립자본금 1억 원, 설립 당시 직원 수는 고작 8명이었던 넷마블(권영식 대표)이 웅진코웨이 인수 추진에 나섰다.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구독경제 산업에 진입하겠다, 즉 자체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이루고 그러면서 향후 회사의 사업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넷마블의 복안이다.


하지만 권영식 대표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국 게임 산업에 대한 '한계'나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이 같은 눈 돌리기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분석은 여전히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넥슨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던 넷마블 방준혁 이사회 의장이 사실상 '넷마블의 비전'을 이야기하며 여전히 사업적, 재무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매물을 끝없이 지켜봐왔다는 점에서 본다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경제공학적 분석도 나온다.


23일 게임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앞서 웅진코웨이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넷마블을 선정했다. 이 계약이 성사되면 넷마블은 코웨이 지분 25.08%를 소유한 1대 주주로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위한 실탄도 넉넉하다. 설립 당시와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1조 8000억여원 규모로 알려진 인수 자금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못박았다. 자체 보유한 현금을 활용하겠다는 의지인데 넷마블의 유동자산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2조 7000억원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넷마블의 경우 신평사 등이 트리거(trigger·계기) 핵심지표로 이용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경우 연간 3000억~4000억원 정도에 육박할 정도의 창출 능력이 있고 차입금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투자 자산도 여럿 보유 중이다. 웅진코웨이 인수에 자신감을 내비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게임업계는 넷마블이 웅진코웨이에 갑자기 올인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지난 2000년 넷마블을 설립한 방준혁 의장의 '승부사적 기질'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달리 비개발자 출신의 사업가인 방 의장은 넷마블이 흥행작 없이 벼랑 끝 위기로 내몰릴 때마다 주저함 없는 투자로 순간순간의 위기를 극복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작금의 게임산업을 만들어내는 주역으로 우뚝 섰다.


방 의장이 IP(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깨닫고 리니지 등을 보유한 경쟁사인 엔씨소프트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은 '혁명적 도전'이었다. 결국 넷마블은 이를 통해 모바일 MMORPG '리니지2 레볼루션'을 개발, 외부 IP를 활용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넷마블은 IP가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가운데 넷마블만 유일하게 자랑할 IP가 없다.


3분기도 사실상 지나가고 있지만, 넷마블의 표정은 그다지 밝다고 규정할 수는 없다. 스테디셀러의 선전으로 과거와 같은 위기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렇다 할 성과도 없었다.


특히 넷마블의 'BTS월드' 등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가 됐던 '신작'들은 시장에서 외면을 당했고, 게임 유저들을 흥분시킬 신작 발굴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매출도 줄어드는 '불편한 그림'이 또다시 그려지고 있는 형국이다.


넷마블이 올해 초 넥슨 인수에 사활을 걸었던 것은 말 그대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장사를 계속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넥슨이 매각 의사를 스스로 접자 넷마블은 신작을 고민하고 개발하는 '당연한 일'을 뒤로 하고 비게임분야로 시선을 돌린 것 아니냐는 분석을 그렇기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 내놓고 있다.


즉 히트작 부재로 침체에 빠졌다는 비관적 평가를 받고 있는 국내 게임 시장을 벗어나기 위한 해법으로 '게임 외적인 아이템'에 호기심을 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에 대해 넷마블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권 대표는 앞서 웅진코웨이 인수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게임 산업에 대한 한계나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진행한 것은 아니"라며 "현재 게임 산업은 여전히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게임 업계에서 큰 투자를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그동간 게임 사업을 운영하면서 AI를 이용한 유저 빅데이터 분석·운영 노하우를 발전시켜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렇게 성장시킨 기술 및 노하우를 코웨이가 운영 중인 모든 제품에 접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매일 일정 금액을 내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구독경제 플랫폼을 활용해 기존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피력한 셈이다.


서장원 투자전략담당 부사장은 "코웨이는 정수기·공기청정기·매트리스 등 실물구독경제 1위 기업"이라며 "기존 비즈니스에 넷마블의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기술력이 결합될 경우 글로벌 스마트홈 구독경제 시장의 메이저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했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내년에 글로벌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약 5300억 달러 (약 600조원), 국내 개인 및 가정용품 렌털 시장 규모는 10조 7000억원 규모로 각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넷마블의 이러한 전망과 분석이 아니더라도, 게임과 렌털업계과 손을 잡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관련 업계는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게임업계의 시선은 불편함 그 자체다. 넷마블이 넉넉한 자금력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 IP 개발을 외면하고, 게임산업 외적인 분야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를 하는 것 자체가 한국 게임산업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다.


한 예로 중국 게임들의 국내 시장 공략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9년 1분기 중국 게임산업 동향'에서 "중국 게임사는 한국 게임시장에서 60개가 넘는 게임상품이 100위 안에 들 정도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 최상위권에 중국 게임들이 다수 자리잡고 있다.


반대로 중국 정부가 판호(게임영업 허가)를 발급하지 않아 사실상 중국 진출 자체가 불가능한 국내 게임업계는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국내 게임을 중국시장에 유통하기 위해서는 판호가 꼭 필요한 상황. 중국은 그러나 지난 2017년 3월 이후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를 한 건도 발급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국의 한국 판호 발급 중단 문제는 지난 21일 마무리된 2019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의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였다.


국내시장 성장세는 둔화가 됐지만 외부의 힘에 의해 심각한 경쟁 압박에 내몰린 게임업체들이 너도나도 "신사업"에 눈을 돌리는 이유, 즉 넷마블이 2조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소형 가전제품 중심의 렌탈업체 웅진코웨이 인수를 추진 중인 이유는 결국 게임산업이 분모부터 변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를테면 업계 3위 엔씨소프트는 인공지능사업 진출과 함께 웹툰업체와 드론 제조업체에도 투자했고 카카오게임즈는 골프 관련 사업에 진출했다.


2015년에 미국 모바일 게임사인 잼시티(1500억 원), 2017년에 캐나다 모바일 게임사 카밤(9000억 원) 등 굵직한 해외 인수를 이끌어낸 방 의장이 웅진코웨이 인수에 어떤 계산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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