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그룹이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면서, 한국 ING생명 노조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작년부터 ING생명의 노사갈등은 날로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노조측이 “어떠한 정보제공이나 고용에 대한 약속 없이 일방적인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파업에 대한 내부 지침까지 벌써 만들어 놓았다”고 비판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은 쉽게 마무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ING생명 매각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노조가 “매각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사측에게 본사의 지침을 되돌릴 권한이 없고, 사업장의 조속한 안정화를 위해 매각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매각 과정 일체가 노조를 배제한 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ING생명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ING그룹의 자회사다. ING그룹은 2008년 은행부문 부실로 16조원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지원받았고 이에 대한 상환을 위해 최근 한국 ING생명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업부 매각을 추진, 지난 1월 매각주간사(JP모간·골드만삭스)를 선정한 뒤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ING생명보험노조는 최소한의 고용안정을 보장받기 위해 사측에 지속적으로 정보공유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경영진을 상대로 한 투쟁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향후 ING그룹에 노조의 요구를 전달할 예정이다.
노조는 지난 12일 “올해 초 사측이 노조의 참여를 통해 투명하게 매각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는데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사측이 노조를 무시한 채 이대로 매각작업을 강행할 경우 매각 자체에 반대하는 등 투쟁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기철 지부장은 “소유주가 누구냐에 따라 노동환경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매각 관련 정보 공유와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지금과 같은 밀실매각이 지속된다면 매각 자체를 반대하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파업대비 내부지침’ 들통, 노사갈등 심화
이와 관련해 ING생명 노조는 “사측이 사업 지속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파업 대비를 위한 내부 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여기엔 파업 시 비정규직과 파견직을 활용하는 계획 등이 상세히 지시되어 있어 노조는 문건 입수 후 지속적으로 사측에 계획 철회를 요청하고 있다.
앞서 ING생명 노사는 M&A가 본격 논의되기 이전인 작년 3월, 성과급 책정을 놓고 한차례 충돌을 빚은 바 있다. 당시 노조 측은 성과급 문제로 노사합의가 길어지면서 파업과 농성 등 쟁의행위를 했다.
이에 사측은 작년 7월 인적자원 사업지속계획(HRBCP)를 추진했다. 통상적으로 BCP란 기업들이 테러나 화재, 자연재해 등이 발생해도 비즈니스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비상 체계를 구축해 놓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ING생명의 HRBCP는 노조원들이 파업을 해도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비정규직으로 비상 인력을 확충해 놓는 것으로 노조는 “사실상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측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초안에는 “노조가 파업 돌입시 희망퇴직자 등 외부 인력을 투입한다”고 명시됐고 내부 검토에서 위법성 논란이 지적돼 이를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파업시 비정규직과 파견직 채용을 확대해 업무 차질을 방지한다”는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측은 “금융감독원이 2003년 9월 BCP의 일환으로 ‘비상시 금융기관 전산망 안전강화대책’을 도입, 파업 등으로 인한 전산마비에 대비해 별도의 인력을 확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이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노조측의 확인결과 금감원이 요구한 것은 “IT시스템 인원을 확충하라”는 지시 였음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사측은 작년 노조와의 갈등 이후 기존 HRBCP의 내용을 바꿔 전산 이외 직무에 대해서도 대체인력 확보 계획을 세웠다.
노조측은 “2009년 노조가 설립되고 작년 성과금 반납 투쟁 등 노조의 활동이 활발해지자 사측이 노조 와해를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하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사측은 파업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설명하는 직원교육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혜원 부지부장은 “회사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보험사업장 어디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 곳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 배당률이 무려 ‘73%’
노조의 반발에는 ‘고용불안’ 이외에도 ‘경영부실’에 대한 우려도 포함돼 있다. 현재 ING그룹이 지분 전부를 보유하고 있는 ING생명의 순익은 2555억원 수준임에도 2011회계연도 중에만 956억원을 배당했고 이달 중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다시 800억원 배당을 의결할 전망이다. 이 둘을 합치면 1756억원으로 배당률은 무려 73%에 달한다.
또 작년 영업 시책을 위한 비용으로 162억원을 지출했던 ING생명은 올해에는 742억원을 책정, 무려 5배가량 늘려 ‘과도한 지출’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년간 M&A로 인해 이 회사 설계사가 감소 추세에 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경영컨설팅 교류비용’ 명분으로 네덜란드로 전해지는 ‘140억원’ 역시 논란이다. ING생명은 작년(157억원)와 마찬가지로 이번 회계연도에도 이 항목에 140억원을 설정했다. 일각에서는 “지급명분이 불분명한 자금”이라며 “자회사가 모기업에게 경영 컨설팅 비용을 지불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ING 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투자 업계는 “최대 4조원에 달하는 몸집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는 해석이다. ING그룹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보험사가 매력적인 매물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 규모를 수용할 만한 매수자 찾기가 쉽지 않고 ING그룹은 빠른 매매를 위해 아태지역 일괄매각을 선호하고 있어 매각 단가를 최대한 낮추려는 것이다.
한편 ING생명은 매각과 관련해 “그룹차원에서 하는 부분이라 알기 국내에서는 경영진도 아는 것이 없을 것”이라며 “특히 ING가 유럽과 미국에 상장돼 있어 정보공개와 관련해 엄격한 규율을 받기 때문에 정보공유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각 과정에서 있을 실사단 방문에 노조가 실력 저지에 나서지 않을까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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