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살리겠다더니… 하나로마트만 신났다

산업 / 유상석 / 2012-06-15 17:34:39
대형마트ㆍSSM 강제휴무, 그 이후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장을 봐 온 직장인 황경아(31) 씨는 정부의 대형마트ㆍ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강제휴무 규제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물건 하나 사려면 발품을 수도 없이 팔아야 하고, 주차 문제도 불편하다. 퉁명스럽고 불친절한 상인들이 장사하며, 사람보다 파리 등 각종 해충들이 식자재를 먼저 맛보는 곳을 누가 찾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인 그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도 재래시장을 찾지 않는다. 차라리 그 전 날 미리 장을 보거나, 가까운 하나로마트를 찾는다”고 말했다.


김종희(29)ㆍ정지안(26) 씨 부부는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 시간을 규제하는 의도는 알겠다”면서도 “맞벌이 부부인 우리가 퇴근하고 장을 보러 가면, 재래시장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다. 장사를 끝낸 재래시장에서 도대체 어떻게 장을 보란 말이냐”고 꼬집으며, “어쩔 수 없이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해 하나로마트에 가서 장을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래시장을 살리려는 취지와는 달리, 대형마트ㆍSSM에 대한 월 2회 강제휴무 규제가 농협 하나로마트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전국 대형마트 및 기업형슈퍼마켓(SSM)을 규제해 재래시장을 살리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의무휴무 대상에서 제외된 ‘하나로마트’만 반사 이익을 누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농협 하나로클럽 서울 창동점이 고객들로 붐비는 모습.

◇ 대형마트 강제 휴무… 하나로마트만 배불려
전국 대형마트 대부분이 의무 휴무에 들어간 지난 10일, 서울 도봉구 농협 하나로클럽(마트) 창동점은 평소 주말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나로마트 주차장에 진입하려는 차들이 길게 늘어서며 창동역 일대와 주변 아파트단지, 공원 입구 등이 교통 혼잡을 빚고, 매장 내에는 계산대마다 수십 미터 줄이 이어지면서 대기시간이 길어져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대부분의 대형마트가 휴무를 실시하자 원정고객이 몰린 있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초성(27) 씨는 “대형마트들이 모두 쉬는 바람에 이곳을 찾았다”며 “ 주차하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릴 정도로 사람이 많아 평소 주말 장 보는데 걸리는 시간의 두 배 이상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지난 10일은 네 번째 의무휴업이 실시된 날이다. 이날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전국 368개 매장 가운데 72% 해당하는 264곳이 문을 닫았다.


의무휴업이 첫 시작된 지난 4월22일에는 약 30%(118개)가 문을 닫았고, 5월13일 약 40%(152개)로 늘어났다. 5월27일에는 절반을 넘는 약 60%(215개), 6월 들어서는 70%(264개)를 넘어서며 갈수록 휴업 매장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농수산물 매출액 비중 51%’ 단서조항에 의해 대형마트 강제휴무 대상에서 제외된 하나로마트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대형마트 60%가 의무휴업을 실시한 지난달 27일 서울시내 하나로마트 매출은 평소 주말에 비해 5~6% 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점차 의무휴무 대형마트 숫자가 늘어나고 있어 하나로마트의 매출도 가파른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 ‘재래시장 보호’ 취지 퇴색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골목상권과 재래시장 보호라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농수산물 비중이 높아 재래시장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데, 규제에서 빠진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사실 지방 소도시 일수록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보다 하나로마트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역 단위 농협(2070개)이 대형마트가 진출하지 않은 구석구석까지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하나로마트는 농축수산물의 비중이 51%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민주통합당 정범구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2010년 하나로마트 매출실태’에 따르면 전국 2070개 점포 중 10%에 해당하는 602개의 하나로마트는 농축수산물 판매비중이 10%도 안됐다.


이같은 논란 속에 하나로마트(클럽) 포항점이 지역 대형마트 중 유일하게 의무휴업 대상에서 제외돼 전통시장 상인과 다른 대형마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포항시는 하나로마트 포항점 개점 이후 한달간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농수산물 매출이 전체의 51%를 넘겨 관련법에 따라 의무휴업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11일 밝혔다.


시는 지난 4월26일부터 5월25일까지 한달간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농수축산물 분야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51.43%를 차지해 의무휴업대상에서 제외했다고 공개했다. 시는 향후 하나로마트의 매출을 분기별로 파악해 내년부터는 연 매출액을 기준으로 의무휴업 대상 여부를 판단할 계획으로 아직까지 매출액 추이를 집중 조사한 결과 현형법에 저촉되는 사항이 없어 이같이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른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상인들은 “시가 하나로마트가 제공한 자료에만 의존해 조사를 벌여 신뢰성에 의문이 있다”며 “더욱이 전통시장을 살리려는 의무휴업의 취지에도 어긋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반발했다.


지방 소도시에서는 지역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유통산업발전법 재개정을 통한 하나로마트의 의무휴무 추진에 나서고 있어 당분간 하나로마트의 정상영업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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