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핵 개발의 그늘…대안은 없을까

산업 / 송현섭 / 2006-12-11 00:00:00
아직 진행중인 체르노빌의 상처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하는 자본주의의 생리에 따라 한정된 자원에 대한 효율적인 사용은 자본주의 생존을 위한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체르노빌의 아이들은 구 소련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비극을 통해 우리에게 핵 개발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아무리 평화적인 목적을 위한다고 하지만 원자력 발전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정된 에너지원에 대한 문제만은 아니다. 실제로 광란의 무정부상태를 겪었던 우리나라 부안사태만 놓고 보더라도 합리적 대안의 모색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지난 1986년 4월26일 세계 최악의 원전사고인 체르노빌 참사가 발생 20년이 지난 현재의 관점에서 사고의 후유증과 위험성을 담담하게 설명하고 있다. 20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이지만 체르노빌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사건 발생직후 희생자들은 제외하더라도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느낄 수 있다. 깊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는 부족한 에너지원의 확보를 위한 경쟁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으며 여전히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지고 있다.

연일 급등하는 국제유가로 인해 강화되는 에너지 안보정책은 원자력으로부터의 철수를 선언했던 유럽 국가들마저 원자력발전에 대해 앞장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안전성은 입증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외면한 채.

철의 장막으로도 감출 수 없었던 체르노빌 참사는 시작은 있어도 끝이 없는 슬픈 연극처럼 보인다. 이와 관련 일본현지에서 반핵·평화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저자는 평범한 가족이 원전사고로 어떻게 붕괴되는가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거대한 폭발의 굉음이 울리던 그 날 죽음의 재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망은 끝내 희생자들의 죽음과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연결된다. 우선 발전소 책임자인 안드레이 세로프의 가족은 당국의 명령에 따라 아무런 보호장비도 없이 화재진압을 위해 발전소로 돌아갔다가 마침내 가장인 안드레이가 죽음을 맞는다. 더욱이 간호사에게 오빠를 찾거든 건강히 살아 있다고 전해달라며 시체로 변해버린 딸 이네사, 실명으로 낯선 병원에 수용됐다가 당국의 지시로 이름이 바뀐 채 다른 사람으로 생을 마감하는 아들 이반.

남편을 잃은 아내 타냐는 아이들을 지켜내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부러진 팔과 방사능에 오염된 몸뚱이만 남아있었다. 더욱이 자식들의 생사를 끝내 알지 못해 애끓는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는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알 수 없는 그 슬픔을 전할 것이다. 지난 1990년 신쵸사에서 출간돼 100만부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로 일본의 반핵운동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이 작품은 소설적인 흥미와 감동을 벗어나 핵사고가 인간의 삶을 처참히 망가뜨리는 현실을 재현하고 있다.

한편 저자는 우리가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은 핵공학자가 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자신과 가족을 위험에서 지키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또 이 작품을 쓴 동기에 대해 원자력 발전이 개인의 인생을 어떤 비극으로 몰고 갈 수 있는가를 생생하게 알리고 싶었다고 후기에서 밝히고 있다.

일본에서 환경운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 책은 핵폐기장 건설로 홍역을 앓았던 부안사태를 목격한 우리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보이지 않는 이권으로 추진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관한 구체적 실상과 대체에너지 개발과 관련된 대안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육후연 옮김, 프로메테우스,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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