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하’에 정면으로 맞서다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6-15 16:34:59
남성 중심 시대 속 여성들의 목소리

여성들은 연약한 몸을 타고났다? 여성들은 마음이 약하고 변덕이 심하다? 여성들은 비밀을 지킬 줄 모른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여성들이 꾸미는 것은 오로지 남성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다……?


21세기인 오늘날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수많은 편견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600여 년 전, 르네상스 인문주의가 발흥했던 15세기에도 있었다.


여성들의 교육은 제한되어 있었고,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못한 존재로 치부되었으며, 심지어 여성과의 결혼조차 남성들에게는 혐오스러운 일이었다.


서양 최초의 여성 전업 작가인 저자 크리스틴 드 피장은 <여성들의 도시>(1405)을 통해 당시 이렇게 수많은 남성들에 의해 재생산되던 여성 비하 담론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흔히 페미니즘의 선봉으로 손꼽히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권의 옹호>(1792)보다도 무려 4세기나 앞선 페미니즘 저작의 효시다.


그녀는 성모 마리아에서 시인이자 철학자인 사포,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 성경에 나오는 룻,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 등 역사와 신화 속에 등장인물을 예로 들어 여성 폄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아버지와 남편의 연이은 죽음으로 25세 때부터 여성의 몸으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크리스틴은 일찍이 남성 중심적인 세상에 맞닥뜨려야만 했고, 여성에 대한 편견은 그녀가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그런 만큼 그녀는 언제나 여성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녀는 이전의 여성 작가들과는 달리 남성 지배적인 문학 세계에서 한몫의 작가로서 자리매김하고 남성 작가들과 맞겨루어 발언하며 문필로 업을 삼아 생계를 꾸려간 서양 최초의 인물이다.


이 책은 당시 남성들의 여성들에 대한 부당한 비난에 하나하나 반박하며 중세 시대에 팽배했던 여성 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리고, 여성의 관점에서 긍정적인 여성상을 보여줌으로써 여성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여성들의 발언권이 인정되지 않았던 남성 중심의 시대에, 여성 비하 담론에 정면으로 도전한 본 작 <여성들의 도시>는 여성들의 사회적, 정치적 지위가 높아졌다고는 하나 여성에 대한 편견과 여성 비하 발언이 여전한 오늘날에도 유의미한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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