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케이블 TV 토론프로그램에 ‘시민 토론단’으로 참여할 일이 있었다. 이날 주제는 ‘재벌 개혁’으로 최근 <프레시안>에서 논쟁중인 사안으로 장하준 교수 외 3인이 쓴 한 책에서 비롯된 ‘재벌 활용론’에 대해 “재벌과 타협은 불가능 하다”는 반론이 제기 되면서 시작됐다.
이날 토론은 앞서 언급한 책의 저자 중 한명인 정승일 복지소사이어티 운영위원과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김기원 교수간에 이뤄졌다. 사실 이날 토론 자체는 거의 ‘예능’에 가까운 것으로 “텍스트 상으로 논박하던 사람들이 이빨로 논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상의 의미는 갖기 힘들었다. 기본적으로 두 사람 모두 ‘성장’이라는, 특히 ‘국가적 대의’라는 ‘허상’을 쫓고 있기 때문이다.
장하준, 정승일, 그리고 또 한명의 저자인 이종태 <시사in> 기자의 주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경제민주화는 ‘신자유주의’에 달콤한 포장지에 불과하다”로 요약된다. 이에 소위 ‘진보인사’로 분류되면서 ‘MB 비난’에 올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신격화 해온 이들이 발끈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진보인사’들은 ‘재벌’문제로 장하준 들에게 태클을 건다. ‘재벌’은 악의 축이며 삼성과 이건희는 분리할 수 없다. 따라서 재벌 개혁이 이루어져야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다. 개인적 취향을 밝히자면 이런 공격적인 주장을 매우 사랑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는 사실이 아니다.
재벌은 ‘원인’이 아니다. 재벌은 ‘결과’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아버지가 대한민국을 지배하던 시절, ‘고도성장’이라는 ‘허상’을 위해 자본을 집중적으로 투여 받은 이들이 바로 ‘재벌’이다.
이런 점에서 정승일 위원의 주장이 일견 맞는 듯 하기도 하다. 그러나 ‘성장’이라는 허구를 쫓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장하준 등도 역시 “국가의 성장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를 지상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이 그렇게 원하는 ‘성장’은 결코 ‘행복’과 동의어가 아니다. 한마디로 ‘잘 먹는것’이 ‘잘 사는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외면은 ‘성장’했지만, 지금 우리모습은 어떤가. 노인들은 골방에서 쓸쓸히, 중년은 다리위에서, 병원 침대에서, 아이들은 학교옥상에서, 아파트옥상에서 그렇게 뛰어내리고 죽어간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시대지만 우리는 더욱 외로워졌고 사람들은 더욱 소통에 목말라 한다. ‘잘 먹고 잘 살자’라는 구호아래 한때는 잘 먹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먹는 것’마저 위협당하고 있다. ‘잘 살자’는 오히려 퇴보한 셈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가 한 실수가 분명해졌다. 이 논쟁은 어디까지나 ‘경제학자’들 간에 논쟁이라는 점이다. 어떠한 경제학자도 중도를 넘어서 좌파가 될 수 없다. 이들은 존재 자체가 ‘성장’이라는 허상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선 너머에 있는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분명한 사실은, “부의 총량은 일정하고 성장은 착취의 고상한 표현일 뿐이다.” 또, “경제학자가 말하는 경제적 자유는 ‘탐욕의 자유’에 대한 자기 합리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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