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52)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44)은 사촌지간으로,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3세들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그동안 정면충돌을 피한 채 식품ㆍ엔터테인먼트와 유통 분야를 중심으로 서로의 영역을 넓혀온 바 있다. 그러나 다양한 사업 확장을 시도하는 이마트가 ‘드러그스토어(Drugstore)’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이들 사이에 충돌 조짐이 보이고 있다.
◇ CJㆍ신세계 맞붙은 ‘드러그스토어’란?
드러그스토어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물론, 화장품ㆍ건강보조식품ㆍ식음료와 같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매장 내에 약국을 설치하고, 국내에서는 약사가 상주해 일반적인 약국의 역할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이 ‘드러그스토어’는 미국 홍콩 일본 등지에서는 편의점만큼 흔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형태의 매장이다.
국내에선 지난 1999년 CJ제일제당이 한국형 드러그스토어를 표방한 ‘CJ올리브영’을 처음 선보였다. 이후 GS리테일이 ‘왓슨스(Watsons)’를 코오롱웰케어가 ‘더블유스토어(W-store)’를 등장시켜 드러그스토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중 CJ올리브영은 전국에 174개의 매장을 운영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헬스&뷰티 스토어’라는 신개념 매장을 도입한 CJ올리브영은 지난해에는 업계 전체 매출 3260억 원 중 60% 이상을 차지했다.
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다. 드러그스토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선두업체가 모든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이제는 가파른 성장만이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시장 확대의 최대 걸림돌이던 일반의약품과 의약외품의 소매점 판매 규제가 완화된 점도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한다.

◇ 오픈 앞두고 베일에 가려졌던 신세계 드로그스토어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업계는 정용진 부회장의 드러그스토어 진출을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받아들였다. 신성장 동력을 강조하는 정 부회장에게 드러그스토어 사업은 매력적이었기 때문. 오히려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사촌기업 CJ와 격돌하게 될 신세계가 무언가를 ‘대단한’ 것을 내놓으리라는 기대감이 더 컸다.
주위의 지나친 관심 탓인지, 신세계는 무척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사업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는커녕 오픈 직전까지 브랜드에 대한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입점 업체들마저도 상호명이나 어떤 형태로 매장이 운영되는지에 대해 자세히 들은 바가 없을 정도였다.
알려진 것은 기존의 드러그스토어가 로드숍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에 반해 신세계는 이마트나 백화점에 입점하겠다는 것 정도가 전부. 신세계 관계자는 “기존 업체와의 마찰을 최대한 줄이고 소비자에게 쇼핑의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드러그스토어에 입점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전혀 없어 불안감이 있긴 했지만 입점 조건이 나쁘지 않고 대기업이란 점을 믿었기에 입점했다”며 “다만 이마트에 입점한 일부 브랜드는 신세계에 눈치가 보여 어쩔 수 없이 참여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외적으로는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지만 신세계 내부에선 CJ를 상당히 신경 쓰는 눈치”라며 “CJ올리브영과 결별한 아모레퍼시픽 입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브랜드를 상징하는 색깔 결정부터 인테리어 하나까지 상당히 공을 들였다. 매장의 조명 높이 등 세세한 부분도 하나하나 체크하며 실랑이를 벌였다”고 덧붙였다.

◇ 뚜껑 열어보니 ‘실망’… 강남ㆍ명동 로드숍 진출하나?
그러나 실체가 공개되자 실망스러운 목소리가 더 컸다. 지난 4월 20일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에 ‘분스(Boons)’라는 이름의 첫 매장을 오픈했지만 “매장만 크다”는 악평이 나온 것.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이 역대 최고 백화점 매출을 기록할 때도 분스만은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였다.
또 다른 입점 업체 관계자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매출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우리 제품이 안 팔리는 것이 아니라 방문하는 손님이 적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제 겨우 1호점을 열었을 뿐이기 때문에 아직 성패를 논하기에는 이르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마트에 매장을 여는 ‘몰인숍’ 형태로만 출점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바꿔 조만간 서울 명동과 강남에 진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관계자는 “안테나숍 기능으로 오픈하는 것이지 로드숍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며 애써 부정했지만 업계에서 보는 시선은 다르다. 강남이나 명동은 CJ올리브영을 비롯해 기존 업체들이 몇 개씩 매장을 열고 있는 격전지인 만큼 어떤 쪽으로든 승부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CJ올리브영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스가 로드숍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대 이하의 반응이 나온 만큼, 철저한 준비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일부 매장은 경쟁사 인근에 생기는 만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CJ올리브영 관계자는 분스에 대해 “크게 신경은 쓰고 있지 않는다. 축적된 노하우가 있는 만큼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사업을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토요경제人] 유창수 유진증권 부회장, ‘자산 10조원·자본 1조원’ 동시 달성](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331/p1065609257520316_491_h.jpg)

![[토요경제人] ‘연중 최저가’의 굴욕을 딛다…정용진號 이마트, 고진감래 오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213/p1065625143194333_904_h.jpg)
![[토요경제人] 김성환 한투증권 사장, ‘경계 확장’으로 아시아 무대 겨냥](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203/p1065597828625342_694_h.jpg)

![[토요경제人] ‘오너 3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금융부문 ‘글로벌 전략가’ 부상](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210/p1065603950795624_514_h.jpg)
![[토요경제人] 배성완 하나손보 대표의 ‘장기보험’ 전략…흑자 전환 가시화](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118/p1065604432549726_833_h.jpg)
![[토요경제人] 문화재 수장고 혁신 ‘K-스토리지’ 이끄는 대원모빌랙 ‘이종진 대표’](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121/p1065587223127645_833_h.gif)
![[토요경제人] '아트경영’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예술로 기업을 키우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025/p1065597154733467_413_h.jpg)
![[토요경제人] 하림 김홍국 회장, 생산에서 유통까지 ‘가치사슬 경영’의 설계자](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028/p1065602999871188_165_h.jpg)

![[토요경제人] "지역 살리고, 소비 돕고"...NH농협카드 이민경 사장 전략 '결국' 통했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0722/p1065597998198081_664_h.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