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연금보험, 끝나지 않은 ‘논란’

산업1 / 전성운 / 2012-05-25 15:56:44
보험硏 “후취수수료 상품 제공 필요하다”

지난 몇 주간 갈등사태를 유발했던 ‘변액연금보험 수익률’ 논란이 업계 내·외부에 미친 영향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보험사 영업조직은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고 금융 당국 역시 변액연금보험 가입자에 대한 법적 보호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곪아있던 부분들이 이번 일로 인해 일제히 터져나온 것”이라며 “보험상품의 공시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와 관련해 최근 ‘후취 수수료’에 대한 논의도 수면위로 부상했다.


금융소비자연맹와 생명보험협회간 ‘변액연금보험 수익률’ 논란으로 인해 생명보험사들은 실제로 영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퇴이후 삶과 노후 준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변액연금보험의 수요가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일부 보험사들은 “큰 영향은 없다”라는 입장이지만 영업현장의 목소리는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소형사의 경우 지난달 변액연금보험 가입건수가 전달대비 최대 70%가까이 줄어들었고, 대부분 40~50%가량 판매건수가 급감했다. 대형사 역시 지난달 판매량이 약 30~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변액연금은 변액보험 상품 중 일부라 전체로 보면 큰 피해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이번 일로 본사의 관계부서나 콜센터 등으로 고객들의 민원이나 문의가 많아 다른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였다”며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설계사나 대리점들은 더 심각해 영업에 차질이 컸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변액연금보험과 관련된 민원은 평소 하루 평균 1~2건에 불과했지만 수익률 논란이 불거진 이후 하루 민원건수가 60건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 ‘후취 상품 판매’ 등 소비자 선택권 확대 필요
이와 관련해 설계사 수당과 상품 관리 비용 등 사업비를 나중에 떼는 변액연금보험 상품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학계의 “후취 방식으로 사업비를 부과하는 상품을 판매해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금융당국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18일 국민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소비자 중심의 변액연금보험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이미 상당 부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수익률 공시제도 개편, 판매 관행 개선 외에 사업비 후취 상품을 공급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험연구원 이경희 연구위원은 “선취 방식은 장기 유지 시 사업비 부담이 낮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초기 사업비 부담을 피하고 투자수익을 높이길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후취 상품을 함께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패널 토론자로 나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관계자들도 이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펀드수익률과 상품수익률을 달리 보여줘야 한다”며 “(이와 함께) 보험사는 선취·후취, 보험료대비·적립금대비 등 다양한 상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진태국 보험계리실장은 “사업비 측면에서 현금흐름에 따라 하나의 표에 금액과 비율을 동시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사업비의 선취·후취 선택 기회 제공은 바람직하며 장기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하면 설계사 수당, 상품 관리비용 등의 명목으로 원금의 일정 부분을 사업비로 뗀다. 선취 방식은 사업비를 초기에 집중 부과하는 구조로 계약 초기 투자금액과 수익률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후취 방식은 사업비를 보험계약 유지기간 중 분산해 부과하는 구조로 계약 초기 투자금액과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


이날 세미나에선 또한 “현행 공시체계가 고객이 납부한 보험료 중 사업비와 수수료 등을 뺀 나머지 금액의 펀드수익률만 공시해 실제 수익률과 괴리가 있어 문제로 제기돼 왔다”며, “실제 납입한 보험료를 기준으로 변액연금 수익률을 공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납입보험료 기준으로 공시가 이뤄질 경우 보험료 대비 사업비 비중, 실제 펀드 투입 보험료, 위험보험료 등이 기재돼 실제 수익률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 “후취방식, 리크루팅 경쟁력 저하”
업계에서도 이러한 개선 방안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로 인해 보험료 인하요구가 이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업계 한 고위급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공시제도를 개선하고 수익률 등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지금까지 그러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문제점을 뻔히 알고 있어도 수익이 많이 날 경우 보험료 인하요구가 커질게 뻔해 공개가 꺼려지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영업현장에선 후취수수료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사업비 상당부분이 설계사수수료가 차지하는 것은 보험사의 리크루팅의 주요수단이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의 90% 정도가 금전적 성공을 위해 이 일에 뛰어든다. 보험사는 그들에 최대한 빨리 성공모델을 보여주기 위해 선취수수료율을 높여 유인책으로 제공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취는 투자 전 보험료서 제하고, 후취는 투자 후 적립금서 제하기에 동일요율이라면 금액으론 후취가 훨씬 크다. 하지만 설계사채널 비중이 높은 보험사입장서 후취방식은 리크루팅 경쟁력 저하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의견에 대해 세미나 패널로 참석한 안치홍 밀리만코리아 대표는 “변액연금 사업비가 논란이 되면서 선진국은 후취라 소비자에게 유리, 국내는 선취라 불리하다는 식으로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는 미국·일본 등서 일시납위주로 판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주로 해약공제 및 유지수수료 부과방식이 기본이며, 美메트라이프생명의 C-care처럼 판매수수료 없이 유지수수료만 취하는 방식도 있다. 일본의 경우, 가입 시 선취와 유지기간 중 후취방식을 섞어 사용한다.


안 대표는 “사업비 부과방식은 보험료 납입방법과 관련이 깊다. 일시납선수수료 선·후취 차이가 크지만, 월납의 경우엔 별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날 “국내서도 변액연금관련 민원감소를 위해선 판매형태가 일시납위주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변액연금은 당초 월납보단 일시납이 어울리는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투자성격이 강해 예금자보호에서 제외됐던 변액보험의 최소보장보험금에 대해서도 예금자보호를 받도록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재입법이 정부 당국에 의해 추진되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이러한 논란들과 관련해 보험연구원 김해식 연구위원은 “변액연금이 지닌 복합적인 특성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만족을 제고시키려는 보험사의 노력이 현재 변액연금 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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