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故 정우선 씨 사망 감사보고서 왜곡ㆍ축소 ‘후폭풍’

산업 / 김사선 / 2020-01-10 12:13:12
사측 ‘직장내 괴롭힘 아냐“...시설사업소장, 업무상 필요한 지시”
노조 “감사 내용ㆍ결론 서로 모순, 경찰 조사 내용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철도노조가 “관리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정씨에 대한 철도공사 감사결과가 사실을 왜곡하고 책임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철도공사 사장은 관리자들의 억압적, 위계적인 갑질 조직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전국철도노동조합]
철도노조가 “관리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정씨에 대한 철도공사 감사결과가 사실을 왜곡하고 책임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철도공사 사장은 관리자들의 억압적, 위계적인 갑질 조직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전국철도노동조합]

[토요경제=김사선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노조가 지난해 11월 인사발령 문제로 상급자와 갈등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정우선 씨 죽음원인을 두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코레일 감사실이 정 씨 죽음이 직장내 괴롭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대해 유가족과 노조는 “감사 내용과 결론이 서로 모순인데다, 경찰 조사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강력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코레일과 철도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정 씨가 부당노동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개인차량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한 반면 사측은 "사측 조사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 걸로 결론이 났다"고 맞서고 있다.


코레일 감사실은 지난해 12월 20일 장 씨 죽음에 대한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전 광주지역본부 화순시설사업소장이 잘못된 언행으로 품위유지를 위반했다”면서 “정 씨가 사업소장의 전출후보 추천 이후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근로기준법상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코레일은 인사추천권이 있는 사업소장이 공정한 인사 추천을 받아 이뤄졌고, 노조측이 '노조 대의원은 인사 이동 협의 대상자다'라는 취지로 반발해 해당 인사 발령이 실제로는 취소된 점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또 준수사항 강화에 대해서는 '사업소장이 광주본부 시설처장 주관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보다 범위를 확대했으나, 관리자로서 정당한 업무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모든 직원에게 일괄적으로 지시한 것이어서 정 씨에게만 신체·정신적 고통을 준 것으로 보기 어렵다' 판단했다.


다만, 사업소장이 자신의 시골집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 지난 5월 직원들을 시켜 선로변 대나무를 1.5~2m 크기로 잘라 1t트럭에 싣게 한 일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부당한 작업지시로 판단된다'면서 징계를 권고했다.


유가족과 철도노조는 감사실의 정 씨의 사망 사건 감사 결과에 대해 “감사 내용과 결론이 서로 모순인데다, 경찰 조사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등 믿을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특히 일방적 발령 통보 직후 반강제적으로 송별회를 열고, 준수사항 강화 내용 자체가 노동관련법 위반했으며, 준수사항 강화로 동료들이 겪는 고충에 정 씨의 심적 부담이 컸던 점 등이 감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선로변 대나무 벌목 관련 사역에 대해 감사보고서는 '직위를 이용한 갑질'이라고 적시한 것과 달리 결론 자체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또 정 씨 사망 이후 경찰 조서에도 포함됐던 중간관리자의 진술(사업소장의 '직원들에게 잘해줄 필요 없이 규정대로 밟아줘야 한다' 발언)이 감사에서는 축소 또는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는 지난 8일 11시 30분, 한국철도공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정 씨의 명예회복과 책임자처벌’을 요구했다.


장재영 중앙쟁대위 집행위원장은 “관리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정씨에 대한 철도공사 감사결과가 사실을 왜곡하고 책임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철도공사 사장은 관리자들의 억압적, 위계적인 갑질 조직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남지방본부 이행섭 쟁의대책위원장은 “정 씨의 죽음은 직장 내 갑질과 관리자들의 괴롭힘 때문이라는 것이 경찰 조사에서도 나왔는데 철도공사 감사실은 별개 사안으로 ‘품위손상위반’이라며 면죄부를 주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잘못된 현실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 밝히고 응당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야말로 다시는 철도현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란 점을 경영진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책임자처벌은 고사하고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준 감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지난 6일부터 오는 31일까지 한국철도공사 본사 앞에서 감사결과에 대한 항의 집회를 전개할 계획이다.


철도노조는 “오는 31일까지 철도공사의 태도가 변화가 없을 시, 더욱 높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족들도 철도공사 감사실의 감사결과에 분노하며 사측에 재조사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데 이어 청와대에 국민청원 글을 올려 명예회복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가족은 통해 지난해 12월 '저희 유가족들에게 한번 더 슬픔을 안겨준 코레일 특별감사결과를 모든 국민들이 알았으면 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 글을 올려 “남겨진 8살짜리 고인의 딸이 훗날 아빠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고인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원인을 제공한 사람과 그것을 감싸려는 사람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다시는 이러한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코레일 관계자는 “감사보고서 결과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며 자세한 입장 표명을 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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