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ㆍ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가 국회의원 배지를 얻기 위한 ‘버티기 작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당 내부는 물론, 여당과 시민단체에서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론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들 ‘당권파’는 야권 분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여겨지며, 이들이 국회에 입성할 시, 종북 성향 때문에 국가 안보에 큰 해악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이석기ㆍ김재연 막으려면 ‘임기 前 출당’ 처리 뿐
통합진보당 내분 사태의 핵심인 이석기, 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가 이미 국회의원 등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종합지원실 관계자는 “두 당선자가 이미 의원등록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들이 언제 등록했는지는 알려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19대 국회가 출범하는 이달 30일 전까지 자진사퇴하거나 탈당하지 않으면 국회의원이 된다.
현행법상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는 5월 30일 이전까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사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부정선거 여부를 막론하고, 일단 국회의원이 되고 나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이상 강제로 사퇴시키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 헌법 64조 ③항은 ‘(국회)의원을 제명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제명 절차를 통하지 않는 한 의원직은 유지된다. 주변의 사퇴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들이 강하게 버티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들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통합진보당이 임기시작 전일까지 이들을 출당시키는 것이다. 일단 19대 국회가 시작되면 소속 정당이 비례대표 의원을 출당시켜도 의원직은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통합진보당 내부사정을 감안할 때 강제출당은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당권파는 이들의 사퇴를 막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어 더욱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통합진보당의 경선부정 사태에 개입할 여지도 거의 없다. 현행법상 당내 경선에서 선거운동 제한이나 후보자 매수 등이 있을 때 외에는 선관위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합진보당의 대표적인 부정선거 사례인 대리투표는 선관위가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 김재연 “내가 왜…” 사퇴거부 의사 밝혀
통합진보당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는 부정ㆍ부실선거 사태에 연루된 경쟁명부 비례대표 당선자에 대한 일괄사퇴를 권유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이 가운데 김재연 청년비례대표 당선자가 공식적인 사퇴거부 의사를 밝혀, 파장이 일어날 전망이다. 강기갑 비대위원장이 여의도에서 김재연 당선자를 만나 사퇴를 권했지만 김 당선자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당선자의 사퇴 거부는 이미 예고됐었다.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3번으로 당선된 김 당선자는 그동안 비당권파인 조준호 공동대표가 주축이 돼 작성한 비례대표 경선 진상조사보고서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를 근거로 결정된 경쟁명부 비례대표 총사퇴 권고안을 거부해왔다.
강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된 이석기 당선자와도 만남을 갖고 사퇴를 권할 계획이었지만 이 당선자가 개인 사정을 이유로 약속을 취소해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 “자진 사퇴 않는다면, 국회 차원에서 제명하라” 들끓는 비난 여론
통진당 비례대표 당선자에 대한 제명 여론이 뜨거워지고 있다. “부정으로 당선된 비례대표들이 사퇴하지 않겠다면 19대 국회에서 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들의) 19대 국회 입성 문제도 법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법률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제명론에 불씨를 지폈다. 국회 윤리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제명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가 제명에 찬성해야 제명안이 가결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통합당이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전히 야권 연대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힘을 모아 제명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통진당을 해산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시민단체도 등장하고 있다. 시민단체 ‘활빈단’이 법무부에 통합진보당 해산 청원서를 냈다.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된 ‘정당해산심판’의 절차에 따라 통진당을 해산시키기 위해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제소해 달라는 청원을 한 것이다.
활빈단은 청원서를 통해 “민중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통합진보당의 목적 강령 정치활동 등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며 “정부는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을 제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통합진보당이 정당해산 요건에 부합하는데도 청원을 외면할 경우 대통령과 총리, 법무부 장관도 직무유기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자유대한수호실천본부’도 국회의사당, 대방동 통합진보당사 앞 등에서의 1인 시위를 통해 통합진보당의 이런 행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 단체 관계자는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서라면 법도, 원칙도 무시하는 통합진보당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할 종북세력”이라며 “이들이 국회에 입성하면 국가 기밀이 샐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이런 통합진보당에게 정당이라는 이유로 국고로 보조금을 지원하는게 옳은 일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통진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탈법과 불법이 정당해산 요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헌법 전문가들 사이에서 신중론이 우세한 편이다. 비민주적 요인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당해산에 대해 쉽게 접근할 경우 민주정치의 근간인 정당민주주의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정의와 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짓밟은 나치당에 대한 반발로 정당해산 제도가 독일에서 처음 도입된 것이 한국에 받아들여져 헌법에 정당해산이 명시된 것으로, 잘못 사용될 경우 야당 탄압 수단이 될 수 있어 엄격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에 일부 반국가 반체제 성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한국 사회의 정치적 지형과 사회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실제 정당해산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948년 제헌 이래, ‘정당해산심판’을 통해 정당이 해산된 경우는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없다.
◇ 종북성향 인사가 국회에 대거 진출하면… 국가 존립 ‘휘청’
김재연 당선자가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당권파가 사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19대 국회에서는 통합진보당 소속 종북 성향 민족해방(NL) 계열 핵심 인사들이 6명이 의원으로 활동함으로써 제도권 정치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18대 국회에서 NL 계열 현역 의원이 이정희 전 공동대표 한 명뿐이었던 것과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정부에 대면 보고나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가 열리지 않을 때도 부처를 불문하고 각종 정보를 제출받을 수 있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국내 기밀문서의 열람을 요구할 경우에도 해당 부처는 거부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통진당은 다른 정당과 연합해 새로운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않는 한 정부의 대북정보력과 국가정보원 예산 등이 노출되는 국회 정보위원회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국회법상 원내교섭단체 소속 의원만 정보위원이 될 수 있는데,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20인 이상의 의원이 필요하기 때문.
하지만 한미연합사 전략, 무기 체계 등 핵심 군사 정보가 노출되는 국방위나 한국의 외교 전략을 다루는 외교통상통일위 등은 위원이 되는 데 제약이 없다. 국방위 소속 한 의원은 “정부에서 기밀 사항을 가져와 의원에게 단독 보고할 경우 노출을 막기 위해 서명을 받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말했다.
안보와 직결된 상임위가 아니더라도 전력 산업, 국가 기간망 등 국가 운영과 관련된 중요 정보들도 접할 수 있다. 국회의원 신분이면 비공식적으로 접할 수 있는 정보도 상당하다. 국회의원은 의정 활동 지원을 위해 인턴을 포함해 4∼9급의 보좌진 9명을 둘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해 종북 성향의 NL 활동가들이 보좌진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상 면책특권이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본회의나 상임위 등에서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 이석기ㆍ김재연… 이들은 누구?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중국어 통ㆍ번역학과 82학번인 이석기 당선자는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실세로 알려졌다.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국회 기습시위를 주도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은 그는 경기동부연합의 ‘두뇌’와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김재연 당선자는 한국외대 러시아어과 99학번으로 한총련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국회 기습시위를 주도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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