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자국의 핵개발 문제를 놓고 유럽연합 일부 국가들에게 원유 수출 중단이라는 극단의 조치를 단행한지 석 달이 지났다. EU는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산 원유를 7월1일부터 수입하지 않기로 했다. EU 27개국이 이란으로부터 수입하는 규모는 이란 원유 수출량 약 18%를 차지한다.
이와 관련해 EU가 대이란 제재조치를 본격화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석유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조치는 단순히 원유수입 중단에서 한단계 높여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유조선 등에 대한 보험제공까지 중단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이란산 원유 수급 대체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EU역내 국가들 7월1일부터 중단
지식경제부는 EU의 대이란 제재조치 동향을 발표하면서 EU역내 국가들이 7월1일부터 이란산 원유수입 중단과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운송수단에 대한 보험제공을 중단한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EU 외교장관이사회의 결정사항과 3월 이행규정 제정에 따른 후속조치다. 특히 전세계 원유수송에 필요한 보험을 대부분 EU에 의존하고 있어 대이란 원유수송에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경부는 이번 EU의 대이란 제재조치가 원유수급의 불균형으로 이어져 국제유가 상승을 부추길 경우 우리 경제에 악영향은 물론 이란과의 교역환경도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1년 기준으로 한-이란 교역은 수출 60억7000만 달러, 수입 113억6000만 달러로 원유 수입에 따른 적자 기조를 보이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EU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EU회원국을 대상으로 7월1일이후에도 우리나라에 대한 보험제공이 지속되도록 일본과 함께 공동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3월말 현재 대이란 원유 수입액은 5억6786만6000달러로 전년 9억7749만8000달러에 비해 41.9%가 줄었으나 1월 7억7911만9000달러, 2월 6억8270만3000달러 등 전체 원유수입액의 9~1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EU의 보험중단 조치가 내려질 경우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우리 보험사들이 원유 운송에서 가장 중요한 P&I(사고배상책임보험) 모두를 유럽 보험사들에 재보험형태로 가입하고 있어 EU의 대이란 제재가 가시화될 경우 사실상 국내 수입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도 지경부 산업자원협력실장은 이날 긴급 기자 브리핑을 통해 “예단키는 어렵지만 (보험중단시) 상당한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문 실장은 “보험 중단시 물리적으로는 원유선 운송이 가능하지만 예단키는 어렵다”며 에둘러 설명했다.
미국과 같이 예외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나 EU 재보험을 다른쪽으로 돌리기 힘들다는 점도 정부의 심각한 고민이다. 문 실장은 “유럽의 예외규정에는 근거 조항이 없다. 국제사회에서 고려해야 하지만 뚜렷한 방법은 없다”며 “이란에 대한 제재는 적극적으로 하되 속도나 국제석유시장에 수급을 고려하면 좋겠다는 식으로 설득하고 있다”고 애매한 입장을 견지했다.
또한 원유 수송선의 재보험 덩치가 워낙 큼에 따라 EU보험사들이 책임을 맡지 않을 경우 돌릴 방법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실장은 “유럽 보험업체를 대체할 긍정적인 소식은 없다”고 말해 사태의 심각성을 예고하고 있다. 대신 최대한 외교력을 발휘해 석유 공급이 가능한 대체시장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국가를 거론하기는 그렇지만 주요 수입선외에 다른 산유국과도 수급 문제를 광범위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외교부 “美 국방수권법 적용 예외, 사실과 달라”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외교통상부가 미국이 우리나라를 국방수권법 적용 예외국가로 인정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외교부는 “정부는 이란 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 공감하고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면서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감축하는 방안을 관계부처간 협의를 통해 검토 중”이라며 “이와 관련 미국 등 관련 국가와도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다만 “이란산 원유 수입에 관여하는 금융 기관에 일정한 제재를 가하도록 돼 있는 미국의 국방 수권법의 적용예외 인정과 관련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란, 中 수출 원유에 위안화 결제 허용
한편 앞서 이란이 중국에 공급하는 원유 일부의 결제를 위안화로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 쿠웨이트, 두바이 금융계 관계자들은 이는 이란의 이란 핵 프로그램을 규제하기 위한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이 위안화를 환전해 사용하기보다는 중국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수입하는데 지출할 계획이라고 FT는 전했다. 중국 2위 석유회사인 시노펙의 무역담당회사 유니펙과 중국 무역회사인 주하이 젠롱(珠海振戎公司)이 이란산 원유를 거래한다고 FT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중국의 이란산 원유 거래 규모는 연간 200억~300억 달러로 추정되며 이중 일부는 물물교환이다. 예를 들어 주하이 젠롱은 이란에 시추 기술 등 서비스나 기술자 파견으로 결재를 대신하고 있다. 두바이의 한 은행관계자는 “세계 금융 위기로 경제 중심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거래 통화로서 위안화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올해 초 주하이 젠롱이 정유 기술이 부족한 이란에 휘발유를 수출하는 것을 중개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이 회사에 제재를 가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금융 제재를 가하고 이란산 원유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한국, 일본, 중국, 인도에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인도는 이미 루피로 결제하고 있어 인도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 7일 인도에 이란산 원유 수입 추가 감축을 요구했다.
이란의 위안화 결제 허용은 몇 달 전 시작됐다. 처음에 중국은 뱅크오브차이나 등 자국은행을 통해 위안화 결재를 했지만, 미국의 압박으로 중단했다고 석유업계 관계자와 금융계 관계자가 밝혔다. 현재 러시아 은행들이 높은 수수료를 받고 이 위안화 결제를 해주고 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최근 중국 무역업체들은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달러로 책정되기 때문에 상대 업체가 외환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효과가 있으며 중국은 외화보유고를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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