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울루루(Uluru/Australia) … 지구, 세상 한 가운데에 우뚝 서다

문화·라이프 / 박진호 / 2014-08-11 16:57:52
대륙 중앙에 홀로선 세계 최대 크기의 단일 암석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세계 대중음악 역사에 가장 위대한 별로 그려지고 있는 영국의 록 밴드. 영한사전에도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전설적인 그룹 ‘비틀즈’(The Beatles)는 1970년 발표한 자신들의 13집 앨범 타이틀을 통해 지혜의 말(Words of Wisdom)을 설파했다. 곡을 쓴 폴 매카트니의 어머니였던 메리를 차용해 그들이 세계에 전파한 해답은 “그냥 내버려 둬라”(Let it be)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얼마나 완벽한 정답인지를 증명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오스트레일리아(호주:Australia)다.


신이 편애한 나라, 호주
지난번 케언스(Cairns)를 소개할 때도 잠시 언급했지만 호주를 설명할 때는 항상 ‘천혜(天惠)의’라는 수식어를 빼놓을 수가 없다. 특별한 산업이 발달하지도 않았고, 1788년 1월 26일 아서 필립(Arthur Phillip) 함장의 인솔 아래 영국인들이 시드니에 입성하면서 문명화가 이루어졌으므로 ‘발전’ 혹은 ‘고도화’라는 단어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에서 6번째로 넓은 면적의 국토를 갖고 있는 반면 인구밀도는 2011년 세계은행( World Bank)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세계 216개국 중 213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1km²당 504명이 모여 사는 데 비해 호주는 단 3명이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13위인 GDP(Gross Domestic Product,국민총생산)를 바탕으로 1인당 GDP는 세계 6위에 올라있는 대표적인 선진국이며, 인간 개발 지수는 세계 2위, 삶의 질, 건강, 교육, 경제적 자유, 시민적 자유와 권리의 보호 등 다양한 국가 간 비교에서 상위권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호주를 선진국으로 이끈 경제력의 중심은 첨단 산업이 아닌 그냥 넓은 대륙 여기저기에 널려있고 묻혀있고 솟아있는 모든 것들이었다. 땅을 파면 솟아나오는 천연자원은 호주 경제의 근간이 됐다. 금·납·아연·철·보크사이트·석탄·갈탄 등 지하자원과 함께 석유와 천연가스 등이 호주에는 풍부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아르카링카(Arckaringa) 베이즌에서 최대 2330억 배럴의 유전까지 발견됐다. 수익성 석유 개발 여부는 미지수지만, 일단 규모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전에 이어 세계 두 번째 크기이며, 그 가치는 약 20 호주 달러(한화 2경 3000조)로 추정된다.


땅 속에는 지하자원, 땅 위에는 관광자원
돈 되는 가치가 땅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호주 산업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목축업은 세계 산출액 1위이며 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양모는 그중에서도 대표적이다.


호주는 사람 수보다 양의 수가 더 많다. 목축업과 낙농업이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밖에 없다. 엄청나게 넓은 땅덩어리와 6개의 기후가 공존하는 대륙에서 생산되는 밀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밀 생산량은 세계 6위다. 호주는 그야말로 ‘그대로 두면 다 되는’ 나라다. 땅 위에 있는 천연의 생명체들과 자연 조건들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 중 하나가 관광산업이다.

호주는 거대한 대륙이자 하나의 섬이다. 동서의 길이가 약 4000㎞, 남북의 길이는 약 3680㎞로 총 면적은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 크기의 약 35배에 이른다. 북부와 서부에 열대성 기후가 나타나고 해안 일부에 아열대 기후가 나타나며 남부지역에는 온대성 기후가 존재하는 한편 내륙 지역은 대륙성 기후를 보이고 있다.


대륙 중앙의 30%는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지형이 오래되었고, 대륙이 다른 대륙과 오랫동안 분리되어 있어,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생물들이 독특한 형태로 진화하여 생존‧분포하고 있는 탓에 그 자체로도 인기 있는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캥거루(Kangaroo), 코알라(Koala), 웜뱃(Wambat), 듀공(Dugong), 포섬(Possum), 오리너구리, 태즈메이니아 데빌(Tasmanian Devil), 딩고(Dingo), 에뮤(Emu), 바우어 새(Bower bird), 쿠카부라(Kookaburra) 등의 동물과 유칼리나무와 아카시아의 일종인 워틀(Wattle) 등의 식물이 호주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호주 북부의 노던주(Northern Territory)에서 대륙 중앙의 사막으로 이어지는 오지까지 이어지는 척박한 지역을 ‘아웃백’(Outback)이라고 일컬으며, 방치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며 천연의 형태의 관광자원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한 가운데 존재하는 것이 울루루(Uluru)다.


이곳이 세상의 중심이다
울루루(Uluru) 또는 에어즈 록(Ayers Rock)은 세계 최대의 단일 암석으로 348m의 높이와 9.4km의 둘레를 자랑하며,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진(Aborigine)중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아그난 족들에게는 신성한 곳으로 지켜지고 있다. 호주 노던주 앨리스스프링스 남서쪽 약 400km, 호주 대륙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사암질의 암석이며, 해발고도는 867m로 지각변동과 침식작용으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울루루는 사암질로 구성된 만큼 기본적으로 붉은색을 띄고는 있지만 태양 빛을 받음에 따라 하루에도 여러 번 그 색깔이 바뀌어 신비의 바위로 불리기도 한다.

한 때 오스트레일리아의 초대 수상인 헨리 에어즈(Henry Ayers)의 이름을 인용하여 ‘에어즈 록’을 공식 명칭으로 사용했지만, 현재는 지역 원주민인 아그난족이 부르던대로 ‘울루루’를 공식적인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그난 족의 언어로 ‘울루루’는 '그늘이 지난 장소'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그들은 이곳이 조상들이 모이는 성스러운 장소라고 여겼고,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이곳 원주민들은 관광객들이 ‘울루루’의 사진을 찍는 것에도 때로는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여행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과거 ‘울루루’는 아그난족의 주술사만 올라갈 수 있는 곳으로 매우 신성하고 제한적인 장소였지만 현재는 일반에게 등반이 허용되어있다. 하지만 등반은 엄격히 시간을 엄수하여 진행해야 하며, 바람이 많이 불거나, 습도가 높은 날, 혹은 아그난족에게 좋지 않은 일이 있거나 이들의 요청이 있는 날에는 등반이 불가능하다.


수 억 년의 비밀 위에서 시간이 멈춘다
‘울루루’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작가 카타야마 쿄이치(片山恭一)의 원작소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世界の中心で、愛をさけぶ)의 동명 TV 드라마에서도 등장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주인공 사쿠타로(오사와 타카오/大沢たかお)의 어린 시절 가슴 아픈 첫 사랑이었던 아키(나가사와 마사미/長澤まさみ)와의 추억에 등장하는 ‘울루루’는 작품 속에서도 ‘세상의 중심’으로 등장하고, 아스라이 사라진 첫 사랑의 투명한 흔적처럼 간절한 염원과 여운으로 남아있다.

애써 ‘울루루’를 오르는 여행객의 꼬리를 물고 그 언저리 어딘가에서 세상 끝닿은 원형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수억 년의 풍경을 이렇게 지켜보며 자리를 지켰을 ‘울루루’의 변함없는 우직한 위대함에, 그리고 보잘것없는 스스로의 초라함에 한없이 고개를 떨구게 된다.

하지만 개인의 하찮은 존재감 속에서도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결국은 같은 자리에서 만난다. 카타야마 쿄이치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 아키를 통해 사쿠타로에게 전했던 가장 큰 울림은 “너는 너의 시간을 살아줘”라는 당부였다. 설익은 첫사랑의 감정을 채 떨쳐내기도 전에 죽음으로 갈라지는 이별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어린 상처를 두고, “남겨진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고 묵묵히 무겁게 메시지를 남긴 카타야마는 결국 남은 사람들이 살아야할 시간에 대한 가치를 말했다. 물론 내일이 없는 사람의 소중한 오늘도 함께.

대자연이 주는 메시지는 때로는 변덕스럽지만 그 중심이 흔들리는 법은 없다. 호주 사막 한가운데에 수 억 년을 그대로 버텨온 ‘울루루’는 우리에게 시간과 공간이 멈추는 마법과 함께 자신의 머리 위에서 새로운 경험이 열리는 새로운 경험을 선물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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