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논란이 끊이지 않는 커피전문점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최근 급성장중인 커피전문점의 무리한 커피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커피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에 불공정 행위는 물론, 일부 전문점들의 가격 인상 요인도 보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오는 6~7월에는 커피 가격비교정보도 공개할 예정이어서 주요 업체들의 커피 값 인상에 영향을 줄 지 관심을 끌고 있다.
◇ 국내 커피전문점, 3~400원 가격 인상
점심시간, 서울 여의도의 한 유명 커피전문점은 밀려든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직장인 최가현(24)씨는 “하루에 3~4잔 정도의 커피를 마신다”며, “점심식사 후 습관적으로 마시게 되고, 직장 동료들과 어울려 습관적으로 가장 많이 가는 장소가 커피전문점이다 보니 그 정도의 커피를 마시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황현경(29)씨는 “최근에 많은 커피전문점들이 커피 가격을 올렸는데, 단 돈 몇 백 원이라도 직장인에겐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며 우려했다.
실제로 국내 커피전문점들은 최근 꾸준히 가격을 인상해왔다.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 체인인 스타벅스는 7일부터 아메리카노ㆍ카페라테ㆍ카라멜마끼아또 등 주요 인기 제품의 가격을 300원씩 인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가격 조정을 실시했다. 일부 제품의 가격은 100~200원 정도 내렸지만 이를 두고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낮은 제품만 인하해 생색내려는 ‘꼼수’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앞서 SPC 그룹이 운영하는 국내 브랜드 던킨도너츠는 지난 1월부터 일부 커피 가격을 300~400원가량 인상한 바 있다.
◇ 원두 가격은 되레 인하… ‘가격 거품’ 지적 있지만 소비자 속수무책
국내 커피전문점들이 가격을 올리는 움직임과는 달리, 커피의 재료인 원두의 가격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BOT)에서 지난 3일 거래된 커피원두의 t(톤)당 가격은 4028.94달러로, 지난해 4월 25일부터 5월 1일까지의 거래 가격인 6580.42달러 대비 약 40% 하락했다. 커피 원두의 가격 하락 추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커피 전문점들은 우유 값, 인건비 등의 인상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할 뿐 인하 소식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국내 커피전문점의 커피가격에 거품이 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커피전문점에서 많이 사용되는 미국산 원두 한잔 분량인 10g의 수입 원가는 관세를 포함해도 133원(3월 기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커피전문점에서 판매되는 아메리카노 가격은 4000원 안팎인 점을 감안할 때, 원가와 판매가격이 30배 이상 차이나는 셈이다.
하지만 커피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현실에서, 소비자들은 커피전문점들의 가격 인상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같이 커피를 한잔 한다는 의미는 커피를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만남과 대화를 이끌어주는 매개체로써의 의미가 훨씬 더 크다”고 분석하며 “국내 커피 전문점의 커피 가격이 비싸게 정해지더라도 소비자가 별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부분을 기업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공정위, “커피 가격 인상에 담합이나 불공정 있는지 조사할 터”
커피전문점의 이런 움직임을 멈추기 위해 공정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4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커피 원두 최대 소비국으로 알려진 한국의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가 최근 3년간 1300여 개에서 1만3000여 개로 10배 늘었다”고 밝히며 “가맹점 수가 늘어났음에도 커피 값이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올랐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위원장은 “가격인상 요인이 있으면 올려야 하지만, 짜고 올리거나 무리하게 올리는 건 안된다”고 강조했다. 커피 값을 올리는 과정에서 담합을 하거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뜻이다.
이와 별도로 공정위는 이들 커피프랜차이즈 업체의 불공정거래 실태도 집중 조사 중이다. 가맹점 인테리어 비용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불공정행위 사례다. 스타벅스는 직영점 중심이어서 이 조사에선 빠졌다.
김 위원장은 특히 “가맹사업은 재취업 측면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건전한 잣대가 중요하다”며 “실무진들이 커피 값이 오른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 6~7월 쯤 커피 가격비교정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외국기업들에 대한 공정위 조사와 관련해 “본사가 해외에 있는 탓에 국내기업 조사에 비해 2~3배의 시간이 걸린다”며 “이들이 우리 문화를 이해 못하는 부분도 있어 애로사항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정위는 해외 커피가격보다 국내 커피가격이 과도하게 비싼 점, 그럼에도 가격 인상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스ㆍ엔제리너스ㆍ카페베네ㆍ이디야ㆍ탐앤탐스 등 국내 브랜드 커피전문점을 이미 조사대상에 올려둔 바 있는 공정위가 스타벅스 등 해외브랜드 커피전문점까지 조사대상을 확대할지도 주목의 대상이다.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격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며 “작년 다양한 인상 요인이 발생했었으나, 고객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 이를 내부적으로 흡수해 왔었다”고 해명하며 “앞으로 고객이 합리적인 가격에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 관계자는 “아메리카노ㆍ카페라테ㆍ카푸치노 등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은 가격을 동결했다. 다만 카라멜마끼아또 등 재료값과 인건비가 많이 드는 일부 품목에 한해 많은 고민 끝에 지난 1월 가격 인상을 시행한 것이다”고 밝히며 “공정위의 방침에 대해 서운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보단 고객이 불만을 느끼지 않게 가격 인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언론이 “카페베네도 강남점 등 일부 점포의 커피 값을 올렸다”고 보도한 데 대해 카페베네 측은 “가격 인상 사실이 없다”며, “그런 내용의 기사는 명백한 오보”라고 일축했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 들어 공정위의 칼날은 유통업계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가 불안에 서민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통업계가 이래저래 공정위의 전 방위 칼날을 피해 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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