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애경산업, 2002년 독성실험 결과 보유”
애경 "증거 제출 사실...해당 문건 이슈 벌어진 이후에 작성된 것"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SK케미칼과 애경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의 유해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검찰에 의해 제기됐다.
8일 검찰 등에 따르면 SK케미칼과 애경은 각각 2003년과 2002년 자체 문건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가는 원료의 독성을 파악하고 있었다.
◆ SK케미칼, 2003년 주요원료 독성 파악하고도 납품
SK케미칼은 1991년(당시 유공)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이자 흡입 독성 물질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와 CMIT(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 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를 개발해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주요 제조사 및 유통사에 공급했다.
SK케미칼은 해당 독성물질들이 가습기 살균제에 쓰일 것을 알면서도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에 PHMG를, 애경의 ‘홈클리닉 가습기 메이트’에 CMIT와 MIT를 공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이로 인해 옥시의 가습기당번과 애경의 가습기메이트로 인한 사망자가 각각 103명, 28명에 이른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SK케미칼은 옥시와 관련해서는 가습기 살균제에 쓰일 것을 전혀 모른 채 원료를 공급했다고 주장해 형사처벌을 면했다.
또 애경과 관련해서는 원료의 유해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논리를 폈으나 공정위는 2018년 2월 12일 SK케미칼과 애경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SK케미칼의 주장에 반하는 증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압수물을 분석하던 중 2003년 SK케미칼 연구팀이 작성한 CMIT, MIT 원료의 교체를 검토한 보고서를 발견했다.
해당 보고서는 2003~2004년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는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용기에 영국 임상시험 대행 연구기관인 헌팅턴에서 안전성을 인정받았다는 허위 문구를 기록했다가 애경 측의 반발로 삭제한 때다.
검찰은 SK케미칼이 원료의 유해성을 인지하고 문구 삭제와 원료 교체를 논했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SK케미칼 스카이바이오팀을 조사해 보고서 작성 경위와 작성자를 확인했다. 재판부는 추후 심리를 통해 이 보고서에 대해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또한 옥시 제품과 관련해서도 SK케미칼의 주장과 엇갈리는 증거가 나왔다.
검찰은 지난해 2차 가습기 살균제 수사 당시 1998~2007년 SK케미칼 스카이바이오팀 연구실에서 PHMG 개발 업무 등을 총괄한 최모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공판 과정에서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될 줄 알고도 독성 원료를 옥시에 넘겼다는 구체적 진술과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2000년 옥시의 한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증언에서 최씨를 포함한 SK케미칼 스카이바이오팀이 2000년 후반 옥시연구소를 방문해 PHMG 원료 홍보 PT를 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옥시 가습기당번 원료 변경과 관련해 PT를 한 업체는 SK케미칼이 유일했다”며 “최씨에게 PHMG가 가습기당번 용으로 사용한다고 분명하게 알려줬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최씨 등의 공판에서 SK케미칼이 2002년 일본에서 PHMG 특허 출원을 한 자료도 증거로 제시했다.
여기에는 PHMG의 용도로 ‘가습기’가 적혀있었다. 특허 출원 시점은 옥시에 PHMG를 납품한 지 약 2년이 흐른 뒤다.
옥시 측은 당시 검찰조사에서 “종전 국내출원 특허에는 PHMG 용도에 가습기가 없었는데, 2000년 10월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로 PHMG를 사용하면서 SK케미칼이 일본 특허 출원에 가습기를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한 바 있다.
◆ 애경,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안전 담보 못 해’ 내부문건
애경산업은 2002년 10월부터 CMIT·MIT를 원료로 하는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했다. 원료는 SK케미칼이, 제조와 판매는 애경산업이 관여했다.
애경산업은 정부가 2011년 8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인체 유해성을 공식 인정한 직후인 2011년 10월 내부문건을 만들었다.
‘가습기 살균제 흡입독성’이라는 이름의 해당 문건에는 SK 측이 1994년 말 이영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팀에 의뢰한 ‘가습기메이트 흡입 독성 실험 결과’ 내용이 담겨있었다.
애경산업은 문건에서 “실험 검토 결과 흡입독성이 없다고 할 수 없어, 안전한 물질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결론 냈다.
문건에서는 ‘SK에서는 흡입독성을 거쳐서 본 물질이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실험 검토 결과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며 ‘1995년 당시 본 실험 결과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임상독성에 대한 판단지식도 부족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이는 2019년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재수사 전까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1995년 흡입독성 실험 결과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하는 것이다.
애경산업은 SK케미칼 측 대응 방향도 파악했다.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불안감과 정보 공개에 대한 고민 중일 것으로 예측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흡입독성 유무가 아닌 폐 질환 발병에 국한해 대응하려 한 사실도 파악하고 있었다.
애경산업은 문건에 ‘SK케미칼은 향후 흡입독성이 아닌 물질의 폐 침투 평가 실험을 계획하고 있음’, ‘SK케미칼의 대응 결과에 대비해 다양한 독성/안전성 자료 확보 예정. 특허, 논문, 각종 공정서 및 규격집’이라고 썼다.
문건에는 ‘가습기메이트의 과거 SK케미칼과 협의 사항 및 출시 진행 과정에 대한 자료 확보 예정’이라는 대목도 나온다. 2000년대 중반 SK케미칼과 가습기메이트 제조·판매 협의 과정에서 안전성 검증이 이뤄졌는지를 확인해보려는 것이다.
검찰은 애경산업이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판매 중지 발표가 있던 2011년 8월 이전에도 해당 독성실험 결과를 보유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애경산업이 이미 2002년 독성실험 결과를 보유해 제품 안전성 검증이 미흡한 점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줄곧 “제조에는 관여하지 않고 판매만 했으며, 판매 당시 SK케미칼에서 물질 성분도 제공받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재판에는 130명에 달하는 증인이 참석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증인은 임종한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임 교수는 지난달 19일 SK케미칼·애경산업의 가습기 살균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양사의 주장을 일축했다.
임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 303명의 사례를 연구했는데 이들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 단독 사용자다. 이들 중 약 150명이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지 2년 이내에 폐렴·급성기관지염·천식·기관지확장증 등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가습기메이트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이 주원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상당수는 가습기메이트뿐 아니라 옥시의 제품도 혼용해 사용했다. 가습기메이트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는 원료가 다르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에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이 쓰였다.
임 교수는 “SK 케미칼과 애경산업은 PHMG의 주요 질환인 폐 섬유화가 CMIT·MIT 에서 덜 나타나고 표본 자체가 적다는 이유를 들어 보고서의 의미를 깎아내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습기메이트 사용 환자들은 천식이 두드러지는 등 특징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노출된 뒤 사망률이 높아지는 과정은 PHMG 성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표본의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임상적 결과 자체로 유의미한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는 CMIT·MIT 성분이 폐 손상 없이 사망에 이르게 하고, CMIT·MIT 성분은 미량만 들이마셔도 독성에 노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돼 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현직 임원 34명을 기소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흡입독성이 있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이용자들을 사상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등)를 받는다.
이에 대해 <토요경제>는 SK케미칼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공식적인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또 애경 관계자는 살균제 독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문건에 대해서는 “증거로 제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문건은 이미 이슈가 벌어진 이후에 작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토요경제人] 유창수 유진증권 부회장, ‘자산 10조원·자본 1조원’ 동시 달성](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331/p1065609257520316_491_h.jpg)

![[토요경제人] ‘연중 최저가’의 굴욕을 딛다…정용진號 이마트, 고진감래 오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213/p1065625143194333_904_h.jpg)
![[토요경제人] 김성환 한투증권 사장, ‘경계 확장’으로 아시아 무대 겨냥](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203/p1065597828625342_694_h.jpg)

![[토요경제人] ‘오너 3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금융부문 ‘글로벌 전략가’ 부상](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210/p1065603950795624_514_h.jpg)
![[토요경제人] 배성완 하나손보 대표의 ‘장기보험’ 전략…흑자 전환 가시화](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118/p1065604432549726_833_h.jpg)
![[토요경제人] 문화재 수장고 혁신 ‘K-스토리지’ 이끄는 대원모빌랙 ‘이종진 대표’](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121/p1065587223127645_833_h.gif)
![[토요경제人] '아트경영’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예술로 기업을 키우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025/p1065597154733467_413_h.jpg)
![[토요경제人] 하림 김홍국 회장, 생산에서 유통까지 ‘가치사슬 경영’의 설계자](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028/p1065602999871188_165_h.jpg)

![[토요경제人] "지역 살리고, 소비 돕고"...NH농협카드 이민경 사장 전략 '결국' 통했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0722/p1065597998198081_664_h.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