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김형규 기자]
캐롤이 자신의 비가 되었다 생각하는 이즈밀 왕자는 이집트에서 새 운하 개통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린다는 것을 기회 삼아, 또 다시 캐롤을 탈환하려 한다.
하 이집트의 새 운하 개통 축제에 참석한 캐롤과 멤피스. 그 자리에는 히타이트 왕국이 파견한 첩자들이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었다. 백성들과 함께 기쁨에 젖은 캐롤은 술을 마시게 되고, 그 술에는 히타이트 병사들이 약을 썩어두었던 것이다.
정신을 잃은 캐롤이 히타이트로 끌려가는 가운데, 과연 멤피스는 자신의 왕비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인가?
1990년대 만화방에서 여성 독자들의 열광적인 인기를 모은 해적판 만화가 있었다. 한두 달 사이에 대거 30여 권이 발행되는 빠른 페이스도 한 몫 했지만 촌스럽고 ‘손발이 오그라들 듯’ 한 스토리 속에 숨겨진 엄청난 흡입력 때문이었다. 그 만화의 제목은 ‘태양의 아들 람세스’.
아직도 많은 순정만화 팬들은 ‘태양의 아들 람세스’, ‘신의 아들 람세스’라는 제목이 더 친숙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팬들이 해적판으로 발행되었던 30여 권의 뒷이야기를 궁금해 하고 있으리라. 그런데 대체 왜 그렇게 빠른 속도로 발행되던 해적판의 다음 권은 발행되지 않았던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실제 연재됐던 분량이 거기까지니까. 그럼 그 후로 15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일본 아키타쇼텐에서 발행하는 ‘월간 프린세스’라는 순정만화잡지가 있다. 많은 인기작을 싣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간판이라 할 타이틀은 1976년부터 지금까지 연재가 계속되고 있는 호소카와 치에코 & 후민의 ‘왕가의 문장’이다. 이 ‘왕가의 문장’이라는 제목이 바로 ‘람세스’ 시리즈의 진짜 제목이다.
고대 이집트와 현대를 오가는 환상적 스토리라인
소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매력적인 캐릭터
미우치 스즈에의 ‘유리가면’과 이 ‘왕가의 문장’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 두 작품 모두 만화계의 전설로 자리 잡은 장기 연재작이다. 두 작품 모두 1976년 연재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수많은 팬들에게 언제 완결이 될 것이며 어떤 결말을 맞을 것인지 애를 태우게 하고 있다.
두 번째, 두 작품 모두 오랜 연재 기간이 흐른 만큼 현재의 트렌드에 어울리는 그림체는 아니지만 흡입력 있는 스토리 라인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로맨스와 순정만화가 등장했지만 아직도 일본 로맨스만화의 양대 기둥으로 굳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도 신간이 등장할 때마다 어렵지 않게 주간 판매순위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네 번째, 양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캐릭터의 개성이 살아있다는 뜻이리라.
고고학을 연구하다가 고대 이집트 세계에 가게 된 소녀, 상하 이집트의 왕과 여왕, 이웃나라 히타이트의 왕자에 아마존의 여왕…. 지나치게 허구에 가까운 등장인물들의 배경에 어색함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들의 드라마와 모험에 점점 매료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순정만화에는 가끔 시대 배경이나 설정이 극단적인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를 그려내다 보면 오히려 현실을 반영하게 되기도 한다. 그와 동시에 모두가 동경하는 장면을 당당하게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저자 : 호소카와 치에코 & 후민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가격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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