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외국인 드래프트, 말..말..말..

문화·라이프 / 박진호 / 2014-07-30 14:31:30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외국인 선수는 사실상 팀 성적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2012-13시즌, ‘레알 신한은행’의 철옹성을 무너뜨린 우리은행의 반란의 중심에는 티나 탐슨이라는 특급 용병의 활약이 있었고, 티나와 함께하며 자신감과 실력이 일취월장한 우리은행 선수들은 리그 통합 2연패의 왕좌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 ‘센터 없는 농구’라는 우려 속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농구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KB스타즈는 모니크 커리의 활약 속에 ‘KB 스타일’의 농구를 구축할 수 있었고, 시즌 초반과 막판에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 삼성생명 역시 ‘샤데 효과’를 통해 외국인 선수의 중요성을 증명했다.
때문에 외국인 선수 선발이 진행된 지난 29일 WKBL 사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관계자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위트 있는 말들이 오가며 현장의 분위기를 풀어내기도 했다.
“나 내년부터 이거 안 해” (WKBL 양원준 사무국장)
6개 구단의 순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추첨을 진행한 WKBL 양원준 사무국장은 결과에 따라 어느 구단에게는 ‘은인’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느 구단에게는 ‘원수’가 될 수도 있는 입장이었다. 결과적으로 높은 순번을 획득한 KB스타즈와 우리은행으로서는 양 국장이 참 예뻐 보였겠지만, 1순위 확률이 23.8%나 됐음에도 5순위로 밀린 KDB생명으로서는 양 국장이 그다지 곱게 보일 리 없다. 가장 난감했던 입장에 놓였던 양원준 국장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다짜고짜 “내년에는 안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저는 우선 한국에 올 수 있는 애를 뽑았어요.”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우리은행은 2년 연속으로 1라운드에 지명한 선수와 계약을 하는데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첫 해에는 루스 라일리 대신 선택한 티나 탐슨이 우승의 중추 역할을 했고, 지난 시즌에는 인성이 좋았던 선수들이 말썽 없이 시즌을 보내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1라운드 지명 선수가 계속 방향을 틀어버렸다는 것은 위 감독에게 부담이었을 것. 샤데 휴스턴과 사샤 굿렛을 선발한 위성우 감독은 “어떤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했냐”는 질문에 “우리나라에 올 것 같은 선수를 뽑았다”며 스스로의 흑역사를 ‘셀프 디스’ 하기도 했다.
“오.. 그럼 걔 안 올수도 있겠네.” (삼성생명 이호근 감독)
1라운드에서 린지 테일러를 뽑은 KDB생명의 안세환 감독은 린지 테일러에 대한 설명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WNBA에서 뛰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리그에서 마야 무어, 브리트니 그라이너, 엘리자베스 캠비지 같은 선수들과 함께 경쟁하며 20득점-10리바운드 이상을 해주는 선수”라며 분명히 국내 무대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자 바로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삼성생명의 이호근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짐짓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그 정도 선수면 안 올 수도 있겠네” 라고 너스레를 놓았다. 화들짝 놀란 안세환 감독은 미국에서 린지 테일러를 직접 만났고, 선발할 경우 오겠다는 확답도 받았다고 강조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당한 게 워낙 커서, 안 당하려면 데리고 있으려고요.” (KB스타즈 서동철 감독)
2순위 지명권의 행운을 잡은 서동철 감독은 지난 시즌 신한은행에서 뛰었던 쉐키나 스트릭렌을 지명했다. 지난해 최고 외국인선수로 뽑혔고, 팀의 주득점원이었던 모니크 커리를 외면하고 스트릭렌을 선택한 것이다. 서 감독은 처음에 “신장에 어려움이 있는 팀 특성상 조금이라도 더 큰 스트릭렌을 선택했다”라고 말했지만, 단지 그 뿐이냐고 재차 묻자, “자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워낙 심하게 당해서, 안 당하려면 그냥 우리가 데리고 있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일 것 같다”고 말했다.
“운도 지지리도 없지.” (신한은행 정인교 감독)
추첨 순위에서 마지막까지 신한은행이 호명되지 않다가 끝내 마지막 6순위로 확정이 되자 나지막이 정인교 감독이 읊조린 한마디였다. 신한은행은 지난해까지 임달식 전 감독이 구슬을 몇 년째 떨어뜨리는 고의낙구(?) 논란 속에서도 추첨에서는 항상 이겨왔지만 올 시즌에는 처음으로 6순위를 받게 됐다. 그러나 올해는 바뀐 제도에 따라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기다리는 것 뿐 이었다.
“정말 좋다고 했어요. 자기가 직접 그랬다니까요.” (우리은행 박성배 코치)
사샤 굿렛이 2년 연속 우리은행에서 뛰게 되는 것을 좋아하겠냐고 물어보자 박성배 코치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대부분의 기자들도 “사샤가 우리은행에서 성장한 부분이 크기 때문에 당연히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N사의 모 기자는 “내 인생에서 군대가 정말 큰 도움이 됐지만 다시 가라고 한다면...” 이라며 말 끝을 흐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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