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최고 경영자(CEO)라면 회사를 대표해 경영을 도맡은 만큼 마땅히 연봉도 최고 수준일 것으로 여겨진다. 과연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일반 직장인들의 월급과 비교해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상상을 초월한 CEO 연봉 수준을 알아봤다.
지난 10일 기획예산처가 공개한 공공기관 기관장의 연봉 수준을 살펴보면, 지난해 318개 공공기관들의 기관장 평균 연봉은 정부출자기관 2억1,000만원, 정부출연기관 1억2,000만원, 정부보조위탁기관 1억1,00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중 산업은행 총재가 가장 많은 7억1,000만원을 받은 반면 한국갱생보호공단 기관장은 4,300만원을 받아, 공공기관 내에도 연봉이 최대 16.5배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산은의 경우 총재가 최고 연봉을 받은 것을 비롯해 감사와 이사도 각각 4억8,500만원, 3억5,800만원으로 최고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산은 총재 연봉은 전년 5억4,100만원에 비해 31.4%가 늘어났다.
이는 지난 3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장인의 지난해 임금자료를 분석, 발표한 자료에 따른 전체 직장인의 평균 연봉소득 2,948만원에 무려 24배나 되는 금액이다. 오히려 27세에 직장에 들어가 55세까지 29년동안 근무할 경우를 책정한 직장인 평균 생애소득 8억 8,250만원에 근접하다.
산은 관계자는 높은 연봉 지급에 대해 "지난해 구조조정 기업 매각으로 순익을 크게 올렸다"면서 "이에 따라 총재의 기본급은 10% 안팎이 올랐지만 성과급이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의 뒤를 이어 ▲중소기업은행(행장 5억7,600만원·감사 4억700만원) ▲한국수출입은행(행장 3억4,000만원·감사 2억4,500만원) ▲한국가스공사(사장 3억3,600만원·감사 1억6,000만원) ▲한국자산관리공사(사장 2억6,100만원·감사 2억1,800만원) ▲한국전력(사장 2억5,300만원·감사 2억4,800만원) ▲석유공사(사장 2억3,500만원·감사 2억3,300만원) ▲한국철도시설공단(기관장 2억2,200만원·감사 1억5,100만원) 등의 순으로 연봉을 많이 받았다.
또 공공기관 최고경영자의 연봉에서도 극심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재경부 산하 금융기관들의 기관장과 감사의 연봉이 다른 기관에 비해 월등히 높았고, 산자부와 건교부 등 비교적 힘있는 부처 산하 기관장이 많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금융관련 기관의 CEO의 경우 공공기관의 유형에 관계없이 상당한 수준의 연봉을 받았다.
이처럼 기관장의 연봉이 큰 이유에 대해 공기업 관계자는 "기관장과 감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인사로 채워지는 자리인 만큼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하는 것 같다"면서 "내부 승진하는 인사와 같이 대우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공공기관 CEO와 감사들의 연봉 수준과 관련, 박완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은 "최고 경영자의 급여는 논란의 소지는 있을 수 있으나 개인별 실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공공기관 감사의 경우 낙하산 인사로 지적되는 등 그들의 성과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과다 책정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이에 따라 급여에 상응하는 활동을 하든지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급여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원의 높은 연봉 지급은 비단 공공기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은행의 황영기 행장은 지난해 9월 기본 연봉 4억원에 성과급으로 3억5,600만원을 포함해 총 7억5,600만원을 받았다.
같은 달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기본 연봉에 스톡옵션, 성과급, 기타수입 등을 포함해 151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국내 최대 은행인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경우, 기본 연봉 외에 2004년 취임했을 당시 행사조건이 까다로운 70만주의 스톡옵션을 받는 등 각별한 대우를 받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종전까지 행장에 대해 시중은행 가운데 최고의 대우를 해줬던 만큼 강 행장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됐을 것"이라면서 "김정태 전 행장의 연봉수준인 8억원대에서 결정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3억5,000만원에 활동비 명목으로 연간 5억원을 별도로 받고 있으며, 김종열 하나은행장의 경우 6억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신상훈 신한은행장과 최동수 조흥은행장은 올해 스톡옵션 8만주를 배정 받았다.
그럼에도 최근 국내 은행장의 임금 수준이 외국계 금융사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연봉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민간 기업의 경우 지난해 100대 상장기업 CEO 평균 연봉은 5억2,170만원으로 그중 삼성전자가 무려 81억5,000만원의 연봉을 지급해 1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삼성물산 17억6,900만원 ▲현대자동차 14억9,400만원 ▲두산 11억6,400만원 ▲신세계 10억5,500만원 등의 순으로 많았다. 특히 상위 10대 기업 CEO의 연평균 급여는 18억3,370만원으로, 100대 상장기업과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현재 공공기관의 기관장과 임직원은 물론 민간 기업에서도 경영실적 평가에 따라 기본연봉 외에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어, 실적이 좋은 경영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고 있다.
기획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연봉은 그에 걸맞은 성과와 책임을 경영자에게 물을 수 있게 해준다"면서 "(높은 연봉이) 우수한 전문가를 모실 수 있는 유인책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고액의 연봉이 아니면 유능한 CEO를 데려오기 힘든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연봉이 많고 적음의 문제를 떠나 연봉이 경영자의 실적과 책임확보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흐름 속에 지난해 CEO와 직원간 연봉 차이는 10.8배로 전년의 10.5배보다 더 벌어졌다. 임직원 연봉 차이는 2001년 6.4배에서 2002년 7.6배, 2003년 8.0배 등 해마다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100대 기업 직원의 평균 연봉은 4,810만원으로 전년보다 150만원이 많아졌지만, 상위 10대 기업 직원의 평균 연봉은 전년보다 330만원이나 줄어 6,650만원을 기록했다. 즉 상위 10대 기업이 CEO 월급은 올리면서 평직원의 월급을 낮춘 것이다.
한편 임종성 기획예산처 정책팀장은 이번 발표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공문을 통해 "공공기관장의 연봉을 단순 서열화해 많고, 적음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밝혔다.
임 팀장은 이어 "국내 대기업인 삼성, LG, 현대 등의 계열사 사장들의 임금도 계열사 업무의 성격, 조직의 규모 등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공공기관장 역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개별 기관장의 역할과 임무가 다르고, 경영환경에 따른 책임이 다르듯이 그에 따라 임금의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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