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증기금은 눈 먼 돈인가

산업1 / 황지혜 / 2007-02-12 00:00:00
시중은행 신보료 납부 편법...주택금융公 1조원 적자

서민, 저소득층의 주택마련을 위해 정부가 금융기관에 이들의 신용을 보증, 주택 자금을 대출 받을 수 있도록 한 '주택금융 신용보증' 제도는 없는 이들에게는 든든한 후원자다.

그런데 최근 시중은행이 이 제도의 맹점을 악용해 국민들의 세금을 제 주머니로 빼돌리고,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기금 출연료 납부를 교묘히 이용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4년간 주택금융공사가 보증 고객을 대신해 시중은행에 대출금을 갚아준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소홀한 제도관리도 문제지만 시중은행의 비도덕적인 영업 행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주택금융공사가 국정감사에서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지난해 6월까지 18개 시중·국책은행들이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대위변제 명목으로 공사로부터 받은 금액은 1조4729억원으로 같은 기간 공사에 출연한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신보료) 5397억원의 3배 가까이 달했다.

현재 주택금융공사가 시행하고 있는 '주택금융 신용보증' 제도에 따라 무주택자나 사업자가 주택자금을 마련하는데 드는 담보, 중도금, 임차금 부족할 때, 자격 제한 조건을 충족할 시에는 은행에 보증서를 제출한 후 보증심사를 거쳐 최대 8000만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공사는 대출 금액의 90%까지 보증해주는데 만일 고객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시에는 공사가 해당 금융기관에 대신 대출금을 갚아주는 일종의 대위변제를 해준다.

이때 은행은 '주택구입 자금'으로 대출 항목을 기입, 보고한 후 부실 발생에 대비해 대출 금액의 0.165%를 신보료로 공사에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시중은행들이 신보료 납부를 피하기 위해 '가계자금대출' 항목으로 기입해 이를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이들은 부실 가능성이 높은 주택대출에 대해서는 신보료를 적극 납입한 후 공사로부터 대위변제를 받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는 이중적인 영업 행위도 적발됐다.

시중은행 중 대위변제금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국민은행으로 그간 국민은행은 4487억원의 출연금을 내고 1조2030억원(출연금 대비 2.68배)을 챙겨, 남는 장사를 톡톡히 했다.

뒤를 이어 △우리은행 출연금 322억원, 대위변제 932억원(2.89배) △하나은행 출연금 342억원, 대위변제 500억원(1.46배) △한국씨티은행 출연금 55억원, 대위변제금 310억원(5.63배) △외환은행 출연금 76억원, 대위변제 299억원(3.93배) △신한은행 출연금 84억원, 272억원(3.23배) △SC제일은행 출연금 13억원, 대위변제 143억원(11배) 등이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그간 자체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대해 신보료를 내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이어 그는 "신보료를 납부하다 보면 가산금리가 인상될 수밖에 없어 고객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면서 "때문에 고객 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시도했던 것이 지나치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주택금융공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의 경우에도 농협, 수협등 금융기관이 출연료 한푼 없이 억대의 대위변제를 챙기는 일로 유명하다. 이계안 열린우리당 의원에 따르면 농협은 지난 2002년~2005년도 상반기까지 신보에서 2240억원, 기보에서 1819억원 등 총 4059억원의 대위변제를 받았다.

국민은행도 2000년 이후 출연금 대비 대위변제 비율이 4.59배로 출연금 3940억원을 내고 1조8102억원의 대위변제를 받았으며, 기업은행은 2746억원의 출연금에 대위변제 2조3604억원을 받았다.

이 의원은 "금융기관들이 출연금을 납부하고 배 이상의 대위변제를 받는 것은 보증기관이 보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증심사를 철저하게 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며 "출연금 납부 없이 대위변제만 받는 것은 공기관의 재정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 세금인 정부 재정으로 대출 손실을 만회해 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매해 공사에 지원되는 국민들의 세금이 곧바로 이들 수중으로 빠져나간 셈이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에 보증재원으로 출연한 금액은 2004년 2000억원, 2005년 1300억원, 2006년 1000억원이 투입됐으며 올해에도 1000억원상당 출연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처럼 국민의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데 보증심사 제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주택기금을 대출하기 전에 타당성 등을 충분하게 검토한 후 실사과정을 거쳐야하지만 실상 대출과정은 허술하다는 것이다. 은행간 주택담보대출 경쟁이 한창 치열했을 때에는 자격이 미달인 사람도 대출을 받는데 지장이 없었던 적도 있다.

대한주택공사 관계자는 "은행에서 대출심사 기준에 맞춰 적정 심사를 하는 것으로 안다"며 책임을 은행측에 떠넘겼다. 현재 신용평가시스템(CSS)이 가동되고 있지만 2002년이래 인터넷 심사 등을 통해 보증심사 절차가 간소화됐으며, 은행과의 정보 교류로 공사 대출심사와 중복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택금융공사는 이런 안이한 태도 때문에 지난해 국정감사 때에도 대위변제금액이 출연금의 4.3배에 달해 대출에 대한 심사와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박병석 열린우리당의원은 "대출채권이 부실화돼 대위변제청구가 들어올 경우 면책하는 것 외에 해당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출연금 차등 폭 확대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대위변제가 많은 점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도 늦게나마 사태 수습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 요율을 현재 최고 0.165%에서 0.3%로 2배 가까이 인상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정경제부가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신보료의 대출 항목을 명확히 하기 위한 법률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금융공사 측 관계자는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이윤 추구가 최종 목적인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에 지속적으로 투입돼서는 곤란하다"면서 "문제 개선을 위해 은행 실무진과 함께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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