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5주년' 넥슨, V4 흥행으로 매각 실패 후유증 수습했나...내년 '선택과 집중' 본격화

산업 / 최봉석 / 2019-12-30 09:09:20
지난 26일로 창립 25주년을 맞는 넥슨이 'V4' 성과에 대한 '자축' 보다는 조용한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매각 실패 후유증을 수습하고 내년에는 '선택과 집중'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제공=넥슨)
지난 26일로 창립 25주년을 맞는 넥슨이 'V4' 성과에 대한 '자축' 보다는 조용한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매각 실패 후유증을 수습하고 내년에는 '선택과 집중'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제공=넥슨)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지난 26일로 창립 25주년을 맞이한 넥슨이 'V4' 성과에 대한 '자축' 보다는 조용한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넥슨은 게임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평가받고 있는데 현재 60여 종 이상의 게임을 전세계 190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넥슨은 소액결제와 부분 유료화 사업 모델을 개척했으며 게임의 지속성을 장기간 유지해온 전문적인 라이브 게임 운영역량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1994년 한국에서 창립된 넥슨은 2011년 12월 도쿄 증권거래소 1부시장에 상장했으며, 2017년 '닛케이 주가 지수 300'에 편입되는 등 '글로벌 게임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 국내 게임업계의 '맏형' 넥슨의 최근 행보가 수상하다. 매각 사태에 휘말리긴 했지만, 올 초까지만 해도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다양한 게임을 출시하는 등 업계의 선봉에 섰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인기 지적재산권(IP)을 통한 게임 개발에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14년째 참여해 온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도 불참했다. 넥슨은 매년 지스타 분위기를 이끌어 왔지만 올해는 매각불발, 조직개편 등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로 변방으로 전락했다.


넥슨은 2000년대 이른바 '캐주얼 온라인 게임' 감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콘텐츠 비중을 높이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국민게임이라고 불렸던 '카트라이더' IP를 기반으로 한 캐주얼 레이싱게임은 지금의 넥슨을 존재하게 했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비전도 그 무렵 있었다. 넥슨은 회사 설립 초기부터 해외 법인 및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협력 사업을 통해 PC 온라인게임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왔다.


위기 때마다 외부 동력을 수혈하는 넥슨의 '승부수'도 그 시절 게임업계를 놀라게 했던 화두였다. 2004년 메이플스토리의 위젯과, 2008년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 인수가 대표적인 경우로 넥슨의 주요 매출은 이 게임들이 주도했다고 과언이 아니다.


이를테면 넥슨코리아의 자회사 네오플은 PC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흥행에 힘입어 게임업계 최초로 2017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던전앤파이터는 전 세계에서 약 6억명의 회원을 보유한 넥슨의 간판이다.


지난 2000년 불과 124억원이던 매출은 2005년 2177억원으로 17배 늘었다. 그리고 넥슨은 지난해 실적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9806억원(약 984억엔)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9% 성장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8% 성장한 2조 5296억원을 기록했다.


넥슨은 지난해 PC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에서 골고루 성장 신화를 그려냈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 게임에선 급속도의 성장을 가져왔다. 때문에 매년 10종이 넘는 신규 게임을 출시해 왔다. 넷마블, 엔씨소프트는 물론이고 다른 중견 게임사들이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을 때, 유일하게 신규 IP를 통한 '신작 승부수'로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중국 게임들의 끝없는 한국 시장 위협과 그로 인한 모바일 게임시장의 전반적 침체, 아울러 신규 게임들의 국내외 부진과 지나친 과금 유도 시스템으로 인한 외면 등은 넥슨을 벼랑 끝 위기로 내몰았다. 실제로 어느 순간부터 넥슨은 유저들 사이에서 '돈슨'으로 불렸다. 돈만 밝히는 넥슨이란 의미다. '돈슨'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규 게임을 출시하는 데 과감한 시도를 계속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올해 초 넥슨 지주회사인 NXC의 김정주 대표가 매각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것은, 한국을 온라인 게임 강국으로 이끈 주역이 더 이상 '주역이 아니'라는 작금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올해 3분기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넥슨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은 3분기에 매출 5817억원, 영업이익 2713억원을 각각 올렸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6961억원)보다 24% 줄어든 '어닝 쇼크'다.


그런 넥슨은 지난 6월 매각이 사실상 불발된 이후, 후유증을 수습하기 위해 올인하는 모습이다. 침묵행보를 끝내고 외부와 접촉을 넓히며 본격적으로 내실다지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넥슨은 9월 이후 5개 신규 개발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그동안 개근해왔던 지스타에도 불참하는 등 매각 불발 후 내부 수습에 주력했다. 신작 프로젝트 중단 뿐 아니라 수익 창출과 거리가 먼 게임들은 대부분 정리했다. 12월을 기준으로 올 한해 넥슨이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개발을 중단한 게임은 16종이다.


같은 달, 원더홀딩스에 전략적 투자도 단행하고 신주인수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했다. 원더홀딩스는 허민 대표가 2009년 설립한 회사로 e커머스 플랫폼 '위메프'와 게임 개발사 '원더피플', '에이스톰' 등을 소유한 지주회사인데 이러한 투자를 통해 넥슨은 원더홀딩스와 양사 성장을 위한 파트너 관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넥슨이 매각 불발 뒤 사업방향을 '도전' 보다는 '안정'으로 하나 둘 선회하고 있다. 이를 두고선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등 이른바 대형 게임사에 빼앗겼던 시장 주도권 되찾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게임의 다양화와 관련해 속도와 강도를 조절하면서 이른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체감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더욱 매진하겠다는 분석이다.


넥슨의 선택과 집중 행보는 'V4 대흥행'에서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V4'를 매출 상위권에 연착륙 시킨 것으로 더 이상 과거의 '다작 행보'를 반복하지 않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렇다고 신규작을 내놓지 않는 것도 아니다.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던전앤파이터(던파)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던파 모바일'의 막바지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튜디오비사이드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 예정인 모바일 신작 '카운터사이드(Counterside)'도 관심을 받고 있다. '카운터사이드'는 현실 세계 '노말사이드'와 반대편 세계 '카운터사이드'의 전투를 그린 어반 판타지 RPG로, 내년 상반기 론칭을 앞두고 있다. 지난 프리미엄 테스트에서 몰입도 높은 스토리와 다양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많은 유저들에게 기대감을 모은 바 있다.


넥슨은 이처럼 '기존의 방정식'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이라는 새로운 방정식으로 과거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모바일 신작을 앞세워 내년에는 '3조 클럽' 입성에 나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게임 업계에선 넥슨의 내년 모바일 신작이 흥행하고 V4 바람도 계속 유지될 경우 넥슨이 매출 3조원을 달성할 수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넥슨은 앞서 손자회사 '넥슨레드'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고 자회사 '불리언게임즈'를 흡수합병하는 등 개발 자회사의 지배 구조를 개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정헌 대표는 "올 한 해 대내외 변화와 도전 속에서 회사의 내실을 다지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각 개발 조직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넥슨만의 경쟁력을 강화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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