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도쿄지점 비자금 의혹’ 증폭

산업1 / 홍성민 / 2013-11-18 11:55:37
도쿄지점 천억대 부당대출ㆍ수십억 국내유입까지 불법 온상

비자금 조성에 전현직 KB금융 경영진과의 연관성 주목 돼
일본 금융청, 불법 대출 조성비자금 이례적 조사 착수
금감원, 4대금융지주 특별감사 ‘국민은행 비자금’ 집중조사

[토요경제=홍성민 기자] KB국민은행이 최근 잇단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의 감사 과정에서 관련내용이 주요 내용으로 다뤄지는 등 이슈가 되고 있다. 천억대의 부당대출혐의에 이은 수십억대 불법자금 국내유입까지, 국민은행 도쿄지점이 문제의 온상이 되고 있는 국민은행 사태 내막을 살펴본다.


최근 KB국민은행 도쿄지점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금융당국에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1700억원대 부당 대출 혐의를 조사하던 중 도쿄지점이 조성한 수십억원의 불법자금이 국내로 유입된 정황을 발견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이후 지난 12일 금감원의 검사 결과 국내로 유입된 비자금은 30억원에 달하며 이중 일부를 이 모 전 도쿄지점장과 부지점장 등이 개인적 용도로 이미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자금의 행방은 금감원과 일본 금융청이 조사 중에 있지만 이와 관련해 의혹을 샀던 전현직 KB금융 경영진과의 연관성은 아직 드러나지 않아 업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비자금 의혹에 대해 일본 금융청이 처음으로 국민은행과 국내 은행직원들을 직접 조사하기로 나서면서, 이미 해외 영업망에 대한 부실한 관리감독과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곤혹을 치른 국민은행은 한동안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日 금융청 “국내 밀반입된 자금 20억, 전 도쿄지점장 등 개인적 용도 사용”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9월 국민은행으로부터 도쿄지점의 부당 대출 혐의를 보고받고 지난달 본점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이 모 전 도쿄지점장이 수천여억원을 부당하게 대출해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사실을 확인, 이중 수십억원이 국내로 밀반입된 정황을 포착했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 국내로 유입된 비자금은 약 30억원이며 이중 일부가 이 전 도쿄지점장과 부지점장 등 직원들의 개인적 용도로 이미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일본 금융청은 지난 11일 국민은행 도쿄지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비자금 사건의 사실관계 등을 조사했다. 일본 금융청이 불법 대출로 조성된 비자금에 대해 직접 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국민은행 도쿄지점은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약 20여개 현지 법인에 1700억원 이상의 돈을 부당하게 대출해줬다가 지난 8월 일본 금융청에 적발된 바 있다. 이 전 지점장은 지점장 전결로 대출할 수 있는 한도를 지키기 위해 친인척을 포함한 타인 명의로 서류를 꾸며 여러 건의 대출이 이뤄진 것처럼 속이는 우회 대출 수법으로 돈을 빌려줬고, 이 과정에서 5~10% 가량의 수수료를 챙겼다.

현재 금감원은 모든 은행의 해외점포 인력운용 실태에 대한 점검을 끝내고 직원의 1/3 넘는 인원을 한 번에 교체하지 말도록 하는 등의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금감원은 도쿄지점에 대한 감독 관할권이 있는 일본 금융청의 협조를 위해 국장급 이상이 직접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KB금융 전 경영진을 둘러싼 나머지 비자금의 행방은?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온갖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금감원 측은 이 전 도쿄지점장과 부지점장 등 직원들이 사용한 자금 외 나머지 부분과 관련해 KB금융 전 경영진의 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시 부당 대출과 비자금이 조성되던 기간에 수차례 도쿄를 방문한 KB금융 전 경영진은 이 전 지점장의 실적 등 일처리에 만족해 그의 승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말 국제통화기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일본에 들른 전 경영진이 도쿄지점을 여러 차례 방문, 이후 도쿄지점장이 승진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은행 감사부는 이 전 지점장을 승진시킬 명분을 찾기 위해 지난해 말 도쿄지점에 대한 내부감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도쿄지점장이 작성한 공적 조서에서 비자금에 대한 정황이 적발됐다. 이 전 지점장이 대출 한도를 어겨 부당하게 대출한 사실을 발견되자 그는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재 이 전 지점장은 승진하지 못한 채 대기발령으로 남아있으며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또한 고위 경영진이 직접 승진 지시를 내렸다는 점에서도 의혹을 사고 있다.

이 전 지점장은 이번 사건 외에도 지난 2006년 검찰 로또 비리 의혹과 관련해 배임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이 전 지점장에게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문책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후 이 전 지점장은 송파지점장, 고덕지점장을 거쳐 지난 2010년 도쿄지점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문책까지 받은 인물이 해외지점장으로 발령 받은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며 당시 이에 대한 말들이 무성했기 때문에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이 전 지점장이 도쿄지점으로 돌아간 시기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전 지점장이 도쿄로 발령받은 2010년은 당시 민병덕 국민은행장과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체재 아래 있었던 때다. 어 전 회장은 IMF·WB 연차총회 참석 차 도쿄지점을 방문했고 이 전 지점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점은 이 전 지점장이 도쿄지점으로 발령 난 같은 해에 어 전 회장과 민 전 은행장도 취임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임원의 대대적인 인사가 진행돼 일부 해외지점장들이 교체됐지만 이 전 지점장은 교체되지 않고 자리를 유지했다.

금감원은 아직 결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모든 것은 금감원과 일본 금융청의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며 “조사에는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4대 금융지주에 대한 특별검사를 벌이며 고강도 점검에 나서겠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금감원은 금융그룹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문제가 발견될 시 금융사에 대해 강력히 제재하고 전 현직 경영진에 대한 문책을 엄단할 방침이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4대 금융지주 핵심인 은행에 대해 특별검사와 종합검사에 나섰다. 4대 금융지주은행이 한꺼번에 검사를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4대 금융그룹과 관련해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영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에 위배되는 의혹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검사를 통해 선제적으로 규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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