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칼럼] 새 경제수장의 첫 임무

산업 / 권희용 / 2014-07-21 14:04:37

우리 경제를 진두지휘할 수장이 드디어 정해졌다.

경제주체들의 촉각이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예민해지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짐짓 뒷북을 치는듯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경제에 관한한 이미 70년대 식 관치시대가 아닌 것이다.

돌아보면 수출실적이 시원찮다는 기미가 보이면 청와가 서둘러 모임을 주선했다. 그러면 이튿날부터 이른바 경제주체들의 발걸음이 잽싸게 변했다. 당국의 채근에 견디는 장사가 없을 정도였다.

그랬던 시절이 지난 지 이미 오래다. 청와대가 모임을 주선하고 내로라하는 재계거물들이 모여 들어도 그저 그런 결과만 낳을 뿐이다. 이런 자리에서 대통령이 간곡하게 투자를 채근하고 해외시장 개척을 촉구해도 이른바 말의 힘이 먹히지 않는다.

그들이 대통령의 말을 무시하거나 안 듣는 게 아니다. 그들도 부지런히 투자를 해서 보다 많은 이익을 얻고 싶다. 그런데 막상 투자처를 골라 실행에 옮기려 해도 걸리는 게 많아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인 셈이다.

그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소위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이미 아니라는 것이다. 걸리적 거리는 게 많아도 보통 많은 게 아니라는 목소리다. 그래서 정부는 규제개혁이 경제의 숨통을 트는 첫 번째 과제라고 공언을 하고 단 시간 안에 그것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한지가 벌써 연초였다.

그간의 실적을 보니 초라하기 그지없다. 뭐 하나 된 일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푸념이다. 지면을 통해 소개된 사연 하나를 소개해 보자.

대통령이 규제개혁관련회의에서도 거론된 사례다. 서울 어느 지역에 600억 원을 투자해서 관광호텔을 짓겠다는 투자자의 하소연 이었다. 먼저 해당지역 교육청이 반대했다고 한다. 그래서 법에 따라 호텔건립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설득해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다음부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해당 구청의 허가가 절벽에 부딪쳤단다. 분명 법적하자가 없을 것으로 믿었는데 구청으로부터 불가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밀고 당기는 과정이 바로 대통령이 주도한 규제개혁관련회의에서 사례로 거론된 것이다.

더 심각하기는, 아니 재미있기는 이 사안이 선거하고 연결된다는 점이다. 투자자는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해당 지역의 구청장이 낙선을 하면 호텔건립허가가 날 것이라고 믿어 학수고대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기대마져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구청장이 또 당선이 돼 연임을 하게 된 것이다. 이제 투자자로서는 더 ‘찍혀’ 호텔건립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호텔이 건립될 경우 300여명의 고용효과와 지역발전이 가능하다고 설명을 해도 누가 지자체장이 되느냐에 따라 경제발전여부가 판가름 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대통령의 관심이나 정책적의지가 지자체장의 영역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자유민주주의를 실생활에서 철저하게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가 된 것이다.

투자자가 거금은 들여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을 하기까지는 수많은 조건과 관련사항에 대한 검토가 있기 마련이다. 하다못해 구명가게를 시작하려는 업자도 이러저러한 조건을 따져보고 결정한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사업이 어느 한두 사람의 결정권자에 의해 막힌다면 문제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더
구나 지자체장의 소속 당파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면 더 큰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 소리 없는 소문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가 확대되었다면 어느 쪽을 손들어 줘야 하는가? 이런 문제에 대한 사회적 균형감각을 갖춘 나라가 바로 자유민주주의의 올바른 가치가 아니겠는가. 대통령도, 중앙정부에서도 손을 못 쓴다면 어느 투자자가 마음 놓고 투자하겠다고 나서겠는가.

새로 경제수장이 할 일은 많을 것이다. 그 가운데 내수를 진작시키는 일, 즉 규제를 확 풀어 지역경제가 돌아가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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