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에서 ‘분열퇴보당’으로 전락

산업1 / 전성운 / 2012-05-04 19:31:59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태 '일파만파'

지난 4.11 총선에서 예상에는 못 미치지만 기존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확보해 앞으로 기분좋은 일만 남았을 것 같은 통합진보당에 내홍이 일고 있다. 당초 당 내에서 제기되던 비례대표 경선 부정이 구체화 된 것이다. 당 조사위는 이번 비례대표 경선을 놓고 ‘총체적 부실’이라 결론을 냈다. 안팎에서 관련자 총사퇴등을 요구하는 책임론이 일자 지도부는 “책임 지겠다” 밝혔으나 그 수위와 시기를 놓고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한편 이번 사태를 놓고 정치평론가나 타 정당에서도 비판하고 나섰고 급기야 한 시민단체는 검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제2의 민주노동당 사태가 발생해 분당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 4·11총선 과정에서 치러진 통합진보당이 청년비례대표 및 당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의 부정선거 의혹이 결국 사실로 드러나면서 당 안팎의 거센 쇄신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통진당 지도부는 “공당으로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수습책을 의논 하겠다”며 후속조치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 경우 분당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 “총체적 부실·부정 있었다”
통진당은 지난 2일 당 비례대표 경선 과정의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사무행정상 오류와 선관위의 능력 부재로 총체적으로 부실선거가 진행됐다”며 이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보당 비례대표후보선출선거 진상조사위원장인 조준호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비례대표 후보 선거를 선거관리능력 부실에 의한 ‘총체적 부실·부정선거’로 규정했다.


조 대표는 “사무총국의 당원관리(입·탈당 및 당권 인정 여부) 부실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관리 능력 부재가 드러났다”며 “현장투표의 경우 중앙선관위가 지역 투표소 선거사무원의 양심과 관행에 의존, 결과적으로 부정·부실 선거를 초래했고 온라인 투표도 엄격한 통제와 형상관리를 통한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함에도 그렇게 수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앞서 진행된 청년비례대표 투표과정에서 동일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전체 비례대표 투표과정에서 오류를 반복한 것은 단순한 실무착오나 기술적 문제 수준을 넘은 심각한 선거관리 부실사례”라며 “이번 사태에 책임 지기 위한 당 쇄신이 이뤄져야한다”고 촉구했다.


진상조사 내용을 두고 당내에선 반발도 있었다. 지난 총선 때 상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이의엽 정책위의장은 “조 대표가 총체적 부실·부정선거로 단정했는데 사실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합리적 의심 없이 ‘부정 혹은 조작이다’라고 하면 안 된다”라며 “지나친 추측이나 비약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통합진보당 조준호 공동대표가 19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경선의 부정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지도부 “책임 지겠다”
이러한 당 안팎의 비판에 대해 통합진보당 지도부는 사죄의 뜻을 밝힌 뒤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34차 대표단 회의를 앞두고 이정희 공동대표는 “비례후보 경선에서 일어난 일로 국민 여러분과 당원들께 큰 실망을 드렸다”며 “온라인 투표와 현장투표의 관리부실, 부정투표는 대단히 심각한 잘못이다. 국민 여러분과 당원들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투표의 안전성을 확실히 보장하지 못해 우려를 드린 점, 부정투표가 이뤄질 환경을 만들어낸 현장투표의 관리부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 상황과 이유가 어떠했든 집행책임자들의 맹성과 부정투표 관련자들의 통렬한 반성, 통합진보당의 재기를 위해 가장 무거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유시민 공동대표도 “이 일들은 누가 했든, 어떤 목적으로 했든, 계획적으로 했든, 깊은 생각 없이 했든, 여하튼 국민의 시각으로 보면 우리 당이 한 일”이라며 “행위를 한 당원 개개인의 책임을 논하기 전에 하나의 정당으로서 국민 앞에 분명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 여러분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필요한 조처를 해주기를 원하시지만 저희가 이런 처음 겪어보는 문제에 대해서 가장 책임 있는 행동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마음을 모으고 뜻을 모으고 국민들의 의견을 살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상정 공동대표도 “당원들이 느낄 고통과 좌절감, 국민들이 느끼실 충격과 실망감, 그리고 진보진영과 민주당이 겪을 당혹감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공동대표의 한 사람으로서 막막할 뿐”이라며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집행을 주도한 실제적 책임을 분명히 규명하더라도 당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일에 대해서 당 대표단의 도의적 책임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 자리에 있는 대표들 중 자리에 연연할 대표들은 없다. 주어진 책임을 피할 생각을 추호라도 하고 있는 분들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를 진행했던 조준호 공동대표도 “단순히 외형적으로 몇 가지를 고친 모습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바깥까지 환골탈태해야한다”며 “국민 여러분들에게 맞을 매는 맞고 변화할 것은 변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통합진보당 의정지원단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이정희 공동대표가 심상정, 유시민 공동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자유당 시절에나 있을법한 일”
부정선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가리려는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이번 부정선거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청호 부산 금정구의원은 지난 1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당 수뇌부에 ‘책임 있는 모든 당직자들의 사퇴 및 영구 제명’과 ‘해당 비례대표 자진사퇴’등을 요구했다.


이 의원을 비롯해 국민참여당 출신과 진보신당 출신인 비당권파는 “이정희 공동대표 등 당권파가 이 문제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권파의 핵심인 이정희 공동대표와 비례대표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이었던 김승교 변호사 등의 정계은퇴 또는 제명까지 거론하고 있다.


당 외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트위터 스타 진중권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정희씨 사퇴하고, 비례대표 다시 뽑아야죠. 물론 이번엔 후보 검증도 철저히 해야 하구요. 비례대표 선출 과정 자체가 당 안팎 유권자들의 뜻을 반영해야 합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는 당권파에 대한 지지가 아닙니다”란 비판이 담긴 트윗을 날렸다.


진보신당 연대회의 창당준비위원회 박은지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승만 독재 시절 자유당식 부정선거와 가까운 수준”이라며 “당 이름에 ‘진보’를 함께 붙이고 있는 정당으로서 진보신당 창준위는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 앞에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번 경선부정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3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과 관련해 한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통합진보당 측의 직접적인 수사의뢰나 고소장 제출 여부와는 상관없이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수사팀은 고발장 내용을 토대로 우선 시민단체 관계자를 불러 고발이유 등을 확인한 뒤 이르면 다음 주중에 통합진보당의 경선 담당 관계자들을 차례대로 소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현행 선거법으로는 처벌할 조항이 없어 고발이 힘들다”고 유권해석을 내린바 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선거법이 아닌 다른 처벌규정을 적용해 사법처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나 “당 차원의 자체적인 사건 처리나 결론을 지켜본 뒤 추후 사법처리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제2의 민주노동당 사태 오나
현재 일각에서는 ‘분당’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당초 “부정 경선까지는 아닐것이다”라는 예상과는 달리 ‘총체적 부실’로 결정남으로써 책임소재를 놓고 내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초 민주노동당과 합쳐진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 등은 당 내에서 제대로된 권력을 갖지 못해 내부적 불만이 있었던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통진당 한 내부인사는 “당 내에서는 이번 사태를 당내 권력이동의 기회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책임론을 앞세운 ‘축출’을 통해 당권을 차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구 민노당 세력에 비해 지지기반이 약했던 참여당, 진보신당 계열은 이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당내 권력 창출에 실패한다면 다시 ‘분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당초 ‘통합’이 사실상 ‘선거를 위한 연대’ 수준으로 느슨했고 당 내에서 당권을 쥔 민노당계와 그 밖의 계파 간 갈등은 꾸준히 지속되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참여당쪽의 반발이 두드려져 왔다. 이번 비례대표 경선 의혹을 제기한 이창호 부산 금정구의원도 참여당계 인사로 일각에서는 “터질게 드디어 터진 것”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통합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분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당권을 누가 갖고 있느냐에 상관없이 이번 일은 통진당 모두의 책임”이라며 “당 내에선 추가적으로 책임의 크기를 논할 순 있지만 외부적으로는 현 지도부와 모든 계파가 안고 갈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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