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없는 하이마트, '저가 매수 기회'

산업1 / 이준혁 / 2012-05-04 18:42:57
“6월말까지 경영안정 및 지분 매각에 주력”

대주주의 횡령ㆍ배임 혐의로 지난 4월 16일 거래가 정지됐던 하이마트 주식은 11거래일만인 지난 2일 다시 거래가 이뤄졌다. 이날 하이마트는 롤러코스트 장세를 펼치다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대주주인 유진기업도 거래 전일 상한가로 마감했지만 이날 3%넘게 하락했다.


하이마트는 오는 6월말까지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며 지난 2월 인수 의사를 밝혔던 롯데, 신세계 등 기업들이 인수전에 참여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하이마트 주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 증권전문가는 거래 재개와 매각 절차가 다시 진행될 것이라는 호재에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 5월2일 거래 재개…상폐 심사서 제외
하이마트가 상장폐지 실질심사위원회 심의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0일 하이마트에 대한 실질심사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거래소는 하이마트에 대한 실질심사 결과 영업의 지속성과 재무구조의 안정성에 대한 상장적격성은 인정됐지만 상당한 수준의 내부통제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거래소는 한층 강화된 내부통제 장치마련은 물론 경영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한 신뢰도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하이마트는 책임 있는 경영진 퇴진 등을 골자로하는 경영투명상 개선 계획을 내놓았다.


하이마트 유경선 재무부문 대표이사는 6월말까지 경영안정, 경영권 및 지분 매각에 주력하고, 경영권 및 지분 매각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또 차기 주주총회에서 중립적인 인사 2인을 사외이사로 추가 선임하기로 했다. 새로 선임되는 사외이사 2명은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소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이 된다. 하이마트는 개선계획의 이행실적을 주기적으로 자율공시할 계획이다.


한편 하이마트는 자기자본의 18.1%에 달하는 2580억원의 횡령 배임 혐의 발생 사실을 공시함에 따라 16일부터 주식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이날 상장폐지 제외 소식에 유진기업은 이날 거래 제한폭까지 오른 4335원으로 급등했다. 지난 2일 하이마트는 거래를 재개하면서 9%넘게 급등했으나 0.68% 빠진 5800원을 기록했다. 대주주인 유진기업은 거래 전날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이날 3.69% 내린 4175원으로 마감했다.


▲ 하이마트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11거래일만인 지난 2일 다시 거래가 재개됐다. 경영진은 오는 6월말까지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 끊이지 않는 갈등ㆍ잡음
하이마트는 1999년 말 ‘한국신용유통’에서 이름을 바꾸고 선종구 회장을 앞세운 공격행보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삼성, LG 등 가전업체의 대리점이 유통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 LG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한 곳에서 모아놓고 비교해 살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양판점’의 등장은 유통시장을 단숨에 바꿀 정도로 혁명적이었다.


또 ‘하이마트로 가요’라는 CM송을 통해 ‘전자제품 사는 곳은 하이마트’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 거대한 가전제품 회사로 커가기 시작했다. 하이마트는 새로운 유통모델로 빠르게 정착하며 2002년에는 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2006년에는 2조원을 넘어서며 승승장구했다.


종업원지주회사였던 하이마트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지분을 매각, 2005년 미국계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AEP)를 새 주인으로 맞게 된다. 이 사모펀드는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직전인 2007년 지분 매각을 결정해 다시 주인이 유진그룹으로 바뀌게 된다. 당시 선 회장도 하이마트 지분을 17% 가량 확보했다.


유진그룹 인수 후에도 약 4년 동안 선 회장의 지휘로 가파르게 성장한 하이마트는 지난해 말부터 잡음이 일기 시작한다. 유진그룹이 하이마트의 경영권 확보에 나서면서다.


지난해 11월30일 유진그룹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선 회장을 현직에서 제외하고 유 회장을 하이마트 단독 대표이사로 앉히는 내용의 개임(改任)안건을 상정키로 하면서 1대 주주(유진그룹)와 2대 주주(선 회장)간 경영권분쟁이 격화된다.


선 회장 측은 유진그룹이 인수 당시 7년간 경영권을 보장하기로 했었는데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 과정에서도 GS, 롯데 등 경쟁사에 비해 입찰가가 낮았지만 선정된 배경도 이런 약속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진그룹 측은 7년간 경영권 보장을 약속한 일이 없으며, 오히려 선 회장과 일부 임원들이 하이마트 직원들을 선동해 대주주의 정당한 경영권 행사를 방해하려 한다고 맞섰다.


전국 하이마트 지점장들이 대치동 본사로 올라와 유진그룹의 경영권 장악을 반대하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여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다.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도 분쟁과정에서 크게 실추됐다. 결국 유 회장과 선 회장이 각각 재무와 영업 대표 이사를 나눠맡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보유 지분을 동시에 팔아 회사를 제3자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하이마트 사태는 일단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선 회장에 대해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수사가 시작되면서 하이마트 사태가 또다시 불거지기 시작한다. 한국거래소는 하이마트의 주식을 거래 중지시키고, 유진그룹 측은 선 회장 축출 작업에 나섰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선 회장을 지지하는 임직원들은 삭발투쟁을 벌이면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 매각 ‘미지수’
하지만 유진그룹 측은 지난 2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찬성 3표, 반대 1표로 선 회장 퇴임안을 가결시켰다. 이 과정에서도 파열음이 적지 않았다. 이날 임시 이사회는 오후 3시에 예정돼 있었다. 총 6명의 이사 가운데 이날 선 회장과 4명의 사외이사(김진용, 최정수, 엄영호, 정병춘) 등 5명이 참석했으나 유 회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선 회장과 최정수 사외이사가 유 회장의 불참문제를 지적한 후 곧바로 자리를 떴다. 선 회장 측은 2명이 자리를 뜨면 3분의 2이상이 참석해야 하는 이사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선 회장 측이 자리를 떠난 직후 회의장 안에선 이사회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유 회장이 ‘아이패드’를 통해 화상회의로 참석한 것이었다.


이사회는 일사천리로 진행돼 선 회장 퇴임안을 가결시켰다. 선 회장 측은 진행에 문제가 있었다며 반발했지만 하이마트 이사회 측은 화상을 통한 이사회 참석은 회사 정관에 따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선 회장은 13년 동안의 하이마트 수장의 자리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게 된 것이다. 하이마트는 선 회장 해임으로 공석이 된 영업부문 대표이사를 10일 내에 선임하기로 하고, 경영진 비리에 대한 감사기능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마트는 새로운 주인 물색에 나선 상태다. 6월말까지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롯데, 신세계, 홈플러스 등이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인수 가격과 함께 조직의 반발을 무마하는 것이 매각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꼽히고 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