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두산중공업 1조원 혈세지원 상황에 골프모임 구설수..."지원 철회해야"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두산그룹 중장비생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 임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와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에 대한 긴급 자금 지원 국면 속에서 골프 모임을 가진 것으로 확인돼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30일 두산인프라코어와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이 회사 엔진 부문 임원과 팀장 등 12명은 지난 28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클럽에서 골프 모임을 가졌다는 것이다. 라데나 골프클럽은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골프장으로, 그룹이 직접 운영하는 골프장은 이 곳 뿐이다.
특히 이들이 골프모임을 가진 날은 미국에서 돌아온 두산인프라코어 직원들의 '자가격리' 권고기간인 2주가 되는 날인 것으로 드러나 국가재난에 가까운 코로나19 사태에서 개인의 이기주의를 떠나 집단적 이기주의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재계 안팎에서는 "기업의 무사안일주의가 일으킨 희극"이라는 냉소와 조롱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이 경영 위기로 1조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기로 결정한 다음 날 이 같은 골프 모임을 가졌다는 것이고, 이 기업이 더 큰 비난을 받는 이유는 골프 모임에 참석한 사람 가운데 15일 새벽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2명의 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당장 일각에선 그동안 누적돼온 일부 임직원들의 무사안일주의의 종합판이란 비판과 조롱이가 나온다.
두산중공업이 경영위기로 직원들이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고, 골프 모임 바로 전날 국책은행이 1조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코로나 사태에서 급변하는 경영 환경으로 인해 기업의 미래 준비를 위한 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지 임직원이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골프 모임을 갖는게 정상적이냐는 질문이 나오는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 간부급 직원이 12명이 모여 골프를 즐기고, 심지어 미국에서 돌아온 지 2주일이 안 된 직원까지 동석했다는 것도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질타가 나온다.
특히 이번 골프 모임은 회사 소유 회원권을 가진 임원이 주도했던 것으로 드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국가적 위기상황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특정 기업은 국가 재난 사태에 대해 어려움을 나누지는 못할망정 자신의 이익에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가 일각에서 나온다.
실제로 블라인드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및 모기업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어려운 시기에 리더들이 좀 더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나", "영업조직 리더들이 골프대회를 열었다는 데 힘없는 직원들만 고통 분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나" 등 글이 올라왔다. 아울러 "회사에서 영업하라고 받은 골프 회원권을 자기들끼리 사용하다니, 미국 전시회 출장 다녀온 팀장은 자가격리 기간이 아닌가"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이번 골프 모임은 부적절하긴 하지만,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만나 골프를 친, 지극히 개인끼리 벌어진 일"이라고 전제한 뒤 "어쨌든 논란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후속 조치에 대해선) 내부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후속조치와 관련해선 "저희가 검찰수사를 하듯이 '이 단계 저 단계이다'고 언급하긴 어렵고 총론적 상황에 대해 파악하고 뭔가 조치를 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 출장자 2명이 골프모임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선 "귀국 당시에는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지침이 없었고 자가격리 대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골프모임에 참석한 날은 귀국한지 14일째 되는 날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권고되는 격리기간을 다 채웠다고 볼 수 없는게 중론이어서 이 같은 해명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이 예고된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이런 시기에 하지 말았어야 할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신속히 상황을 파악한 뒤 책임을 따지고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도 곤욕스럽긴 마찬가지. 두산중공업이 경영위기 때문에 1조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기로 결정된 다음날, 두산인프라코어 측에서 대형 사고를 터트리자 여론의 흐름이 "국고 지원을 취소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 실제로 네티즌들은 "1조 지원을 철회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통화에서 "비록 계열사이긴 하지만, 저희 입장에서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색을 표한 뒤 "(골프건은 중공업과) 전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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