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한은 관점 아닌 국제적 감각으로 일해달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일 취임함에 따라 향후 한은의 역할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총재는 이날 취임사와 기자회견의 많은 부분을 한은의 글로벌화와 국제공조의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주요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달라진 국가적 위상에 걸맞도록 한은도 변화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김 총재는 특히 “미국·유럽·일본·중국·영국 등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이 진정한 우리의 경쟁자”, “세계사적인 흐름 속에서 한은이 어디로 갈 지에 대해 고민하겠다”, “동태적으로 변화하는 세계경제의 흐름에 뒤쳐지지 말고 함께 나가야 한다”는 등의 발언에서 구상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김 총재의 구상은 청와대의 인식과도 일치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청와대에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 총재에게 "한국은행만의 관점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나아가서 국제적인 감각도 갖고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제야말로 중앙은행 총재도 글로벌한 역할을 해야 한다. 한은이 인식의 변화, 역할의 변화 등 과거와는 확연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김 총재의 중앙은행 글로벌화 구상은 총재 내정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당시 김 총재는 영어실력과 국제적인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대표적인 거시경제 전문가로 알려졌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도 김 총재의 내정 직후 "한은의 기능과 역할도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시대적인 과제 등 여러 문제들을 고려해서 이 대통령이 김 내정자를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총재의 이러한 구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통화정책에 있어서 국제공조가 중요하다는 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국제공조의 구체적인 내용이 자본시장의 안정, 환율안정을 위한 각국 중앙은행간 스왑협정, 특히 미국 연준(Fed·미 중앙은행)과의 스왑협정 추진이라면 의미가 있겠지만 단순히 수사학에 그친 것이라면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 우리 정부는 금융규제 강화라는 국제적 추세를 외면하고 계속 규제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G20 의장국의 중앙은행으로서 역할에 대한 명확한 제시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아직까지는 한은 글로벌화 구상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김 총재 역시 "취임사에서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고 방안에 대해서는 향후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오는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김 총재의 국제적 감각을 시험하는 첫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그의 구상에 대한 밑그림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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